[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통합방송법'(방송법 전부개정법률안) 발의로 방송법 전반에 대한 재·개정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논의 시작 단계에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는 난제로 드러났다. OTT 방송법 편입 여부 등을 두고 정부-기업-학계-시민사회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국회에 발의된 통합방송법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변화된 방송환경에 맞는 방송법을 만들자는 데 있다. 과거 TV 중심이었던 방송환경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뉴미디어'를 통해 다분화되고 있는 현상은 상식이 된 지 오래다. 방송과 통신 기술의 융합에 따른 뉴미디어 서비스의 등장과 확산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방송법은 20년 간 정체된 낡은 체계로 이들 뉴미디어를 포함하지 못했다. 일종의 규제 공백이 생겨온 셈인데 OTT로 대표되는 뉴미디어, 즉 인터넷 방송을 방송법 체계 안에 포함시키자는 게 통합방송법 발의의 배경 중 하나다.

16일 국회에서는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방송법 전부개정안과 관련해 '방송법제 개편과 OTT 정책 방향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미디어스)

인터넷 방송 사업자는 그동안 '방송'이 아닌 '통신'으로 분류되어 관련법의 적용을 받았다. 일례로 현재 OTT 서비스의 사업자 지위는 전기통신망법 상 '부가통신사업자'에 해당한다. 그러나 OTT는 방송프로그램 서비스, 실시간 채널, 지상파 채널 재송신 등 기존 방송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방송법상 사업자 지위가 없기 때문에 규제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번 통합방송법은 이 같은 인터넷 방송 사업자 중 일부를 '부가유료방송사업자'라는 이름으로 '방송'에 포함시켰다. 푹(POOQ), 옥수수, 티빙,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등 가입자 기반 유료 OTT 사업자들이 '부가유료방송사업자'에 해당한다.

또한 정보통신망에서 방송프로그램 또는 개인창작영상물 콘텐츠를 유료방송사업자(부가유료방송사업자 등)에 판매·공급하는 '인터넷방송콘텐츠제공사업자'를 신설, '방송'에 포함시켰다. 1인 미디어도 콘텐츠를 기존 유료방송사업자에게 판매하거나 공급할 경우 방송사업자 지위를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때문에 지난해 8월 통합방송법 초안 발표 당시 불거졌던 정부가 1인 미디어를 규제하려 한다는 논란이 일정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발의된 법안을 바탕으로 16일 열린 '방송법제 개편과 OTT 정책 방향 세미나'에서는 OTT 방송법 편입 여부, 1인 방송 방송법 편입 여부, 방송의 개념 정의, 국내 역차별 문제 등 정책 근간과 직결된 논의가 이뤄졌다.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첨예할 뿐만 아니라 빠른 기술 발전 속도에 따른 상황 변화와 추후 정책 해석에 따른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까지 얽혀 있다. 특히 '부가유료방송사업자'의 분류가 이용자와의 계약 여부, 방송프로그램 판매 및 제공 등 일종의 기업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정리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는 측면이 있다.

통합방송법에 따르면 가령 유튜브는 무료서비스를 기반으로 별도의 가입 없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방송'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와 '유튜브 레드'라는 구독료 기반 프리미엄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이용하는 콘텐츠는 동일한데 기업의 판매 방식에 따라 방송이냐 아니냐가 결정되는 셈이다. '유튜브 레드' 이용자들이 이용하는 콘텐츠에 한정해 방송법 상 의무를 지우는 일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미지=연합뉴스)

비즈니스 모델이 달라지는 경우, 사업자 지위가 변경되는 상황도 예측 가능하다. 김여라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넷플릭스는 SVDO(월정액기반)이지만 가입자 포화 상태라 최근에는 비용도 올리고 있고, 제작비용 충당을 위해 유료방송 이용률을 올리려고 하고 있다"며 "나중에 가입자 기반이 아니라 광고기반으로 갔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OTT가 가입자 기반이기는 하지만 변화할 수 있다. 웹채널을 만들어 AVOD(광고기반)로 성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수익모델은 기업 결정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는 결국 방송법 상 '방송'의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논의로 이어진다. 김 조사관은 "'방송'의 개념에 대해서는 폭넓게 규정하되, 여러 가지 방송 사업을 유형별로 분류해 규제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현재의 OTT 서비스만이 아니라 앞으로 새롭게 등장할 미디어서비스에도 적용될 수 있는 준거 틀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교수는 "현행 방송법은 물론이고 개정 법률안에서도 방송의 정의는 순환론적 방식에 기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이 무엇인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방송프로그램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되며, 또 방송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방송프로그램이란 방송편성의 단위가 되는 방송콘텐츠로 정의되어 있기 때문에 방송편성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하고, 방송편성은 다시 방송이 되는 사항의 종류 등을 정하는 것이라며 그 해석을 다시 방송으로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해외사업자와 국내사업자의 역차별 문제도 거론된다. 김동철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은 "OTT 서비스는 국경을 초월해 외국기업이 우리나라에 서비스한다"며 "이에 대한 규제가 방송법 안으로 가려면 국제 통상 협정 관련 위반소지 여부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정책국장은 "당초 OTT를 논의할 때 많은 우려는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하면서 국내 사업체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며 "이렇게 되면 넷플릭스는 빠지고 국내 규제만 강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에 대한 규제를 한미FTA 협정 등 국제 통상 협정에서의 위반소지 없이 실시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와 함께 실시간채널 전송서비스를 지원하는 국내 OTT에는 등록제를, 그렇지 않은 해외 OTT에는 신고제를 적용해 규제 형평성에 어긋나는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인 미디어에 대한 내용 규제 가능성 역시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콘텐츠를 판매·공급하면 방송사업자가 된다는 점에서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콘텐츠를 판매하면 개인 크리에이터의 성격도 바뀌어야 한다는 부당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며 "자신의 표현물을 유력한 매체에 돈을 받고 판매했다는 이유만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고 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1인 방송인은 엄밀히 말하면 공급자가 아니라 이용자"라며 "사업자 등록을 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용자의 지위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 방송사업자로서의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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