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즐거운 나의 집을 보다 지칩니다. 캐릭터들의 솔직하고 직설적인 표현과 쓸데없이 무의미하거나 시간을 끄는 장면이 거의 없어 1시간 동안 시종일관 긴장감 속에서 보게 되는데요. 2회까지 보고 딱 드는 생각이 김혜수는 대박, 신성우는 아주머니들에게 미움 많이 사겠다는 것입니다. 황신혜도 충분히 악역에 가깝지만, 그래도 우유부단하고 경계가 없는 신성우가 더 욕을 먹겠더군요. 아마도 아내의 유혹에서도 김서형보다는 변우민이 더 욕을 먹은 것처럼 말이죠.

사랑과 전쟁> 외박한 남편 믿어야 하나?

즐거운 나의 집은 마치 매회가 사랑과 전쟁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물론 캐릭터 간에 징그럽게 엮인 실타래 같이 복잡한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김갑수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가 추리극처럼 흥미롭기도 하지만 말이죠. 그렇게 2회의 주제는 "옛 사랑을 만나 외박하고 들어온 남편, 아무 일 없었다고 믿어달라는데 믿어줘야 하나요?"인 것만 같습니다.

진서(김혜수)는 운전 도중 딴 생각을 하다가 바뀐 신호등을 못 보고, 직진하다 결국 교통사고가 나고 맙니다. 보험을 가입한 회사가 어딘지 모르고 있던 진서는 남편 상현(신성우)에게 전화해 물어보지만, 상현은 바쁘다는 이유로 그냥 끊어버립니다. 진서는 아내가 교통사고가 났다는데 괜찮냐는 말 한마디 없이, 바쁘다며 끊어버리는 상현이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평소에 일도 없어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이 뭐 그리 바쁘길래 교통사고가 났다고 해도 짜증까지 내며 전화를 끊어버리는 건지 말이에요.

같은 시각 상현은 드디어 시간강사의 서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습니다. 윤희(황신혜)에게 5000만원을 빌리면서까지 무리를 했던 터라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였습니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사이버대 부교수 자리를 놓고 면접을 보려고 하는데, 아내 진서는 그런 줄도 모르고 자꾸만 전화가 옵니다. 진서는 모릅니다. 자신이 얼마나 그동안 잘난 아내에 비해 돈 못 버는 남편이라는 열등감 속에서 지내왔었는지 말이죠. 그리고 현재 다니는 명성학원에서는 내부고발자로 찍혀 시간강사 자리마저 위태롭게 되었다는 것을 말이에요.

제발 교수만 되면 이 모든 서러움에서 벗어나 아내 앞에서 떳떳하게 돈도 가져다주면서 부와 명예를 동시에 가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는 자꾸 보채기만 합니다. 머릿속에는 이번 면접은 목숨 걸고 꼭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습니다. 아내가 전화로 뭐라고 하는데 너무 긴장해서 뭐라 하는지 들리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떨리는 가운데 면접을 보고, 드디어 사이버대 부교수 자리를 만들어주겠다는 확답을 받게 됩니다. 이어진 술자리에서 상현은 너무 기뻐 술을 많이 마시게 됩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전화도 해서 이제 아들이 교수가 되었으니 어머니도 당당해지라고 자랑도 합니다. 우연히 아랫동서를 화장실에서 만나 탁교수 역시 같은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탁교수를 찾아가 그동안 참아왔던 말들을 실컷 해줍니다. 놀란 아랫동서에게 밖으로 끌려나와 난간에 기대 앉은 상현은 이제 아내 진서에게도 전화를 해서 드디어 부교수가 되었다고 자랑을 합니다. 하지만 진서는 전화를 받자마자 끊어버리고, 누구보다도 잘난 아내에게 칭찬을 받고 남편 위신을 좀 세워주기를 바랬던 상현은 또 다시 무시하는 진서의 태도에 화가 나게 됩니다.

진서는 겨우 교통사고를 수습하고, 사고 당한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다준 뒤 집으로 돌아옵니다. 자신 역시 사고를 당한 터라 긴장이 풀리고 나니까 그제서야 목도 뻣뻣하고 교통사고 후유증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동생 진혜(이의정)를 불러 파스를 붙입니다. 남편 상현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아내가 교통사고가 났는데도 바쁘다며 그냥 전화를 끊어버리던 것이 괘씸해서 자신도 남편의 전화를 받자마자 끊어버립니다. 그런 진서를 본 진혜는 왜 형부의 자존심은 세워주지 않냐고 잔소리를 하는데요. 사실 진서 역시 알고 있습니다. 진혜같이 남편을 치켜세워주며 여우짓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하지만 자신은 그게 잘 안 되는 걸 어떡하냐고, 괜히 진혜에게 짜증을 내는 진서입니다.

항상 이런 식입니다. 이제 부교수도 되고 아내 앞에서 위신이 좀 설줄 알았는데, 아내는 자신의 말을 듣지도 않고 그냥 끊어버립니다. 홧김에 윤희를 부릅니다. 아내가 윤희를 싫어하지만, 그래도 이번에 자신이 사이버대 부교수가 된 것은 윤희가 5000만원을 빌려줬기 때문이니깐요. 윤희는 오자마자 상현을 축하해주고 띄워줍니다. 어쩜 이렇게 아내 진서가 하는 것과 다를까요? 아내는 자신을 깔아뭉개고 무시하기만 하는데, 윤희는 항상 자신을 띄워주고 기분 좋게 만들어 줍니다.

순간 상현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순간의 감정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 말이죠. 윤희 역시 자신을 예전부터 좋아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자신이 중심을 못 잡으면 그것은 말 그대로 불륜으로 이어지게 될 것을 상현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현은 윤희에게 이별을 통보합니다. 오늘까지만 보고 이제 보지 말자고 말이죠.

상현은 윤희를 만나기 전부터 술을 너무 많이 마신 터라 결국 윤희 앞에서 인사불성이 되고 맙니다. 윤희는 그런 상현을 데리고 호텔로 가는데요. 그렇게 원하고 또 원했던 상현과 단둘이 호텔에 있다는 사실에 너무 설레는 윤희입니다. 그리고 이별을 통보하는 이 남자를 보며, 끝까지 자신을 여자로 봐주지 않는 것에 화가 나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윤희는 인사불성이 되어 정신을 못 차리는 상현에게 키스도 하고 스킨쉽을 하면서 유혹을 합니다.

그렇게 윤희는 상현을 유혹해보지만, 상현은 술이 취해 정신을 못 차리면서도 키스 이상은 허락하지 않고 거부하는데요. 여자가 이렇게 유혹을 하는데 술김에라도 넘어올 법한데, 끝까지 자신을 거부하고 돌아 누워버리는 상현을 보니 참 슬퍼지면서 화가 납니다. 그래서 잠든 상현을 쳐다보다가 상현의 핸드폰으로 진서에게 전화를 하는데요. 윤희는 진서에게 상현은 자신과 미술관에 있고 술을 많이 마셔 여기서 자고 간다고 걱정말라는 거짓말을 합니다.

진서는 저녁에 남편 상현의 전화를 그냥 끊어버려 미안한 마음에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데요. 하지만 진서는 새벽이 다 되어가도록 들어오지 않는 상현을 보며 점점 화가 납니다.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도 자존심 때문에 전화도 하지 않고, 언제 들어오나 보자는 식으로 마냥 기다리는데요. 그러다 드디어 걸려온 상현의 전화에 진서는 참았던 섭섭한 마음을 쏟아내 보지만, 상현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건 것이 바로 윤희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게 됩니다.

상현이 술이 많이 취해 자신과 같이 있고 미술관에 방이 있어 자고 갈 테니 걱정말라는 윤희의 말에 기가 차는 진서입니다. 윤희가 상현을 좋아하는 것을 자신 역시 알고 있기에, 술취한 상현을 더듬는 윤희가 자꾸만 떠오릅니다. 너무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어 당장 미술관으로 찾아가기 위해 뛰쳐나온 진서는 순간 핸드폰을 떨어트리게 되는데요. 자신이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나온 것을 보고, 바람난 남편 잡으러 가겠다고 미쳐서 뛰쳐나온 자신의 신세가 서글퍼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다음날 아침 상현은 호텔에서 깬 자신을 발견하고 전날의 기억을 떠올리는데요. 자신이 외박했다는 사실에 큰일 났다고 생각한 상현은 집에 일찍 들어가 저녁도 다 차려놓고 안절부절못하며 진서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립니다. 그러다 윤희에게서 전화가 오고 윤희가 전날 밤 자신이 잠든 사이 진서에게 전화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요. 마침 진서가 들어오게 되고, 상현은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진서를 쫓아 방으로 들어갑니다.

방으로 들어온 진서는 상현이 벗어놓은 옷을 보고 전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화가 나 견딜 수가 없는데요. 그래서 옷을 집어 던져버리고, 옷에서 떨어지는 호텔의 볼펜을 발견하게 됩니다. 뒤따라 방에 들어온 상현에게 진서는 어디서 잤냐고 물어보는데요. 상현은 윤희와의 통화를 떠올리고 말을 맞추기 위해 미술관에서 잤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진서는 그런 상현의 거짓말에 분노하게 되는데요. 진서는 자신이 아파한 만큼 조금이라도 아파하라고 상현에게 상현이 암이라서 죽는다고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사실 그동안 진서는 상현에게 윤희를 상대로 경계가 없다며 화를 냈지만, 끝까지 윤희를 거부하며 나름대로의 선을 긋고 있던 상현이었습니다. 또 이제 윤희와는 만나지 않겠다 선포도 했구요. 하지만 홧김에 한 진서의 거짓말에 상현은 기구하기만 한 자신의 인생을 원망하며,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에 감정이 이성을 지배하게 되어버릴 듯한데요. 그렇게 오해 속에서 막장으로 치닫는 상현과 진서, 그리고 윤희까지 참 안타까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자와 함께 외박하고 들어온 남편이 아무 일 없었다고 한다면, 정말 그걸 믿어야 할까요?

미스터리> 단명 전문배우 김갑수는 죽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번에 단명 전문배우 김갑수는 등장 1분 20초 만에 죽음을 맞이하며 신기록을 달성했지만, 아마도 그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푸는 과정에서 매회 등장하면서 이번에는 주연 못지않게 수입은 짭짤하실 듯합니다. 그런데 전 왠지 은필(김갑수)이 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은필이 초대하려고 했던 사람은 상현이 아니라 바로 전처였고, 전처가 다친 은필을 구하고 사고사로 위장하여 나중에 깜짝 등장을 할 것만 같습니다.

은필은 전처가 12년 전에 죽었다고 알고 있다가, 죽기 전 회상씬에서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을 아는 장면이 나왔는데요. 분명 은필은 그 사실을 알고 난 뒤 전처를 찾기 위해 수소문을 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1회에서 은필이 죽던 날 윤희는 전처가 살아있다는 것을 언급하며 부부싸움을 하다가 몸싸움으로 이어졌었습니다. 이것이 왠지 초대된 제 3의 인물은 전처임을 암시하는 복선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전처가 빨간 옷을 입고 은필의 장례식장에 나타나 실성한 듯 웃다가 끌려 나갔던 것도, 은필이 죽지 않았음을 알고 있기에 일부러 빨간 옷을 입고 장례식장의 영정 앞에서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마음껏 비웃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무튼 그렇게 은필이 아직 살아있다고 가정을 한다면, 사고사를 위장하여 현장에서 발견된 시체는 과연 어떻게 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습니다. 일단 회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드러나게 될 단서들을 기다려 봐야겠군요.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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