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 이상의 승리를 가져간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민주당이 압승하고 자유한국당이 참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민들 사이에 자유한국당에 대한 뿌리 깊은 분노가 반영됐고, 그것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융합해 시너지를 발휘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그때 잘못했다고 무릎을 꿇은 자유한국당이었다.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의 사죄가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과 본능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성태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018년 6월 15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치고 국민에게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며 무릎을 꿇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민심으로부터 멀어진 이유는 많고도 많지만 그중에서도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한 전력은 치명적이었다. 당시 새누리당이 저지른 세월호 참사 왜곡과 비하는 언론의 미지근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분노 게이지를 꾸준히 채웠다. 촛불광장에 한번이라도 나가봤다면 시민들이 촛불을 들게 된 분노의 절반쯤은 세월호였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정부와 새누리당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비하한 것은 정치와는 아무 상관없는 무고한 희생자들에게 가하는 권력의 횡포였고, 정치의 폭력이었다. 그랬던 자유한국당이 이제는 오월 광주를 훼손하려 하고 있다. 14일 자유한국당이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으로 추천한 3인이 거센 반발을 야기하고 있다.

세월호 때와 마찬가지로 진상규명이 아니라 진상규명을 막고자 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당시 피해자가 진압군이 아니라는 차기환 변호사, 아직도(2013년) 광주민주환운동을 광주사태라 명명하며 소수의 선동으로 인한 것이라는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 군인 출신으로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이력이 전무한 권태오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더 깊이 파고들지 않아도 이들이 광주 민주화운동의 진상조사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부상자 가족들이 14일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 앞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와 5.18 진상규명조사위원 추천 건으로 면담을 요구하며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이 자유한국당 몫의 추천위원으로 결정되기 전에도 논란이 있었다. 자유한국당이 애초에 염두에 뒀던 인물은 광주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됐다는 주장을 해온 지만원 씨로 결국 추천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하등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여론의 반응이다. 그동안 자유한국당은 4개월간이나 조사위원을 추천하지 않아 진작부터 조사를 방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비록 논란의 중심에 섰던 지만원 씨와 변길남 씨를 제외했다지만 자유한국당의 추천을 받은 명단은 오월 광주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의지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당연히 5·18 유족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유족이 아니더라도 자유한국당의 처사에 반감을 갖지 않을 수는 없다.

자유한국당은 세월호 때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변화가 없는 반성은 거짓이다. 무릎을 꿇든 또 무엇을 하든 자유한국당은 반성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의 정치는 그래서 악수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아무리 못해도 자유한국당이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다. 달라지고 크게 성장한 시민의식의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는 정치세력의 도태는 당연한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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