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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생활정보프로그램, '여성은 내조' 고정관념 재생산예능 61.5%·생활정보 50%, 성차별적 방송…제작진 교육·다양한 정체성 담아내는 장르 개발해야
윤수현 기자 | 승인 2019.01.13 12:05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예능·생활정보 프로그램에서 젊은 여성 출연자에게 애교·춤 등을 요구하고, 특정 외모를 지닌 여성을 희화화하면서 재미와 웃음의 소재로 삼는 내용이 적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가 발표한 ‘방송프로그램의 양성평등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예능 프로그램 61.5%, 생활정보 프로그램의 50.0%가 여성의 외모를 품평하거나 비하하는 등 성차별적 내용을 방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 평등에 위배되는 발언이 나간 프로그램. (사진=KBS, SBS, TV조선, MBN 프로그램 캡쳐)

지난해 6월 10일 TV조선 <모란봉클럽>은 ‘김태희 급 외모’, ‘미모 실화냐’ 등의 외모 중심적인 발언을 방송했다. 채널A의 <속풀이쇼 동치미>는 출연자로 나온 여성 변호사에게 “이 분 참 미인이세요. 미녀 변호사 000씨 나오셨습니다”라고 외모를 강조했다.

특정 외모를 지닌 이들에 대한 희화화·외모 비하를 하는 방송도 있었다. KBS2 <개그콘서트>는 ‘밥 잘 사주는 예뻤던 누나’ 코너에서 아이돌 걸그룹 멤버가 등장하자 “여신이다, 여신!”이라는 대사를 하고, 뒤이어 등장한 개그우먼에게는 “어머니 오셨다, 어머니!”라고 발언했다. 또 예쁘고 좋은 몸매를 가진 여성과 못생기고 뚱뚱한 여성을 비교하면서 웃음을 유도했다.

조사팀은 “여성 출연자에 대한 외모 품평이 관행적으로 이뤄진다”면서 “외모중심주의를 조장하는 데 일조해왔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팀은 “외모중심주의적 사고는 남성의 시선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고 섹슈얼리티를 부각하는 방식을 손쉽게 양산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능·생활정보 프로그램이 여성은 집안일·내조를, 남성은 바깥일을 담당한다는 전통적 고정관념을 재생산하고 있다. TV조선 <얼마예요?>는 지난해 5월 28일 방송에서 ‘여자가 아이를 낳는 건 당연하다’, ‘남자가 밖에서 돈을 벌어 오는 것은 당연하다’는 식의 발언을 자막과 함께 내보냈다.

SBS <미운 우리 새끼>는 지난해 6월 10일 “남자는 여자 없으면 안 돼, 애야, 아무것도 못 해, 아무리 돈이 있고 권력이 있어도 부인 없으면 안 돼. 나이 들어봐, 약 챙겨주고, 병원 같이 갈 사람이 최고다, 그거 중요해”라는 출연자의 발언을 내보냈다.

해외의 경우 방송에서의 성차별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캐나다의 방송심의 규정에는 성에 따른 차별적 묘사를 금지하는 조항이 있다. 캐나다 방송협회는 “방송은 고정 관념적 성 역할을 고착시키는 문제에 대해 최대한 의식적인 주의를 기울여야 할 책임이 있다”는 윤리규정을 두고 있다.

영국 BBC 제작 가이드라인에는 ▲성차별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을 것 ▲고정관념이 담긴 언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 등을 명시하고 있다. 호주는 1988년 정부 차원에서 ‘공정한 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방송 광고와 관련해 ‘여성 묘사에 관한 특별기구’를 만들었다.

반면 한국은 인권보도준칙에 “성별과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성차별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을 담은 ‘성 평등’ 조항이 있을 뿐,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지 않고 있다.

조사팀은 예능·생활정보 프로그램에서의 성 평등을 위해 ▲제작진에 대한 사후 교육과 재교육 ▲남성과 여성, 이성애 등을 기준으로 작동하는 장르 집중을 탈피하고, 다양한 정체성을 담아낼 수 있는 장르 개발 ▲방통심의위 위원 전반의 인식 구조 개선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이번 조사는 방통심의위 의뢰로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에서 실시했다. 지상파(KBS·MBC·SBS), 종합편성채널(JTBC·TV조선·채널A·MBN), 전문편성채널(tvN·MBC Every1)의 예능 및 생활정보 프로그램이 분석 대상이다. 자세한 내용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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