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신혜, 김혜수 투톱 기용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MBC 새 수목드라마 ‘즐거운 나의 집(아래 나의집)’은 사실은 두 주인공보다 대본에 더 큰 관심과 기대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왜 그런가 했는데, 첫 회를 보고나니 이유를 적이 눈치 챌 수 있었다. 한국 드라마로는 드물게 추리와 스릴러의 옷을 입고 있어 처음부터 누가 죽였을까? 과연 죽였을까? 하는 의문으로 점심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수다를 꽃피울 것 같다. 요즘 드문 대본의 힘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드라마가 등장했다.

아직 어린 시절을 보여주진 않았지만 황신혜, 김혜수 그리고 신성우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처지다. 대학 시간강사인 신성우와 정신과 의사인 김혜수는 부부로 발전했고, 황신혜는 어떻게 살았는지 신성우가 다니는 대학 이사장의 아내가 됐다. 그런데 이사장으로 김갑수가 등장해서 언제 죽을까 싶더니 등장하자마자 5분 만에 사망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이사장이 죽기 전에 모윤희(황신혜)는 이성현(신성우)에게 자기 남편인 이사장에게 적개심을 드러내면서 죽일 수도 있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일단 모윤희에 대한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쉬운 스토리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모윤희를 마주친 김진서(김혜수)는 날선 대화를 나누는 중 이사장이 자신에게 6개월 넘게 정신과 상담을 받아다는 말을 꺼낸다.

그 말로 인해 김진서는 이사장의 누나를 만나면서 죽음이 사고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강력한 암시로 시청자를 유인하게 된다. 첫 회는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통해서 모윤희에 대한 케릭터를 대단히 위험한 악녀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짙은 구릿빛 피부를 가진 황신혜의 모습은 하얀 피부의 김혜수와 대조되면서 더욱 강한 이미지를 심는 데 분위기를 잡아줬다.

모윤희는 질투와 욕망에 사로잡혀 살인도 서슴지 않을 악녀의 가능성을 보이는데, 그것이 사실이라면 팜므파탈이란 말은 앞으로 황신혜를 두고 다른 곳에 쓰기 어려워질 것 같다. 한국의 미인역사 속에서 아직은 으뜸의 자리를 내놓지 않는 황신혜의 악녀 연기는 아직 무르익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몇 회 더 지나면 충분한 카리스마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일부 철없는 남성 시청자는 그런 악녀라면 당하고 싶어지는 위험한 상상도 가질 법 하다.

한편, 모윤희와 달리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개인적으로는 정신과 전문의가 되고 결국 이성현과 결혼해 아들 하나를 낳고 행복하게 살아왔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이자 불만이라면 남편 이성현이 ‘일용노동자보다 신용도가 낮다는 대학 시간강사’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6년 전에는 어린 여자와 바람까지 피워 김진서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주기도 했다. 더욱이 그 과정에 모윤희가 관계된 탓에 김진서는 이사장의 죽음에 모윤희가 모종의 흑막을 가지고 있을 거란 의심을 갖게 된다.

결국 ‘즐거운 나의 집’의 쌍끌이 황신혜와 김혜수 사이의 한 남자 신성우는 다소 무능력한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당연히 우유부단함 정도는 옵션이 되고도 남는다. 추측컨대, 이성현은 옛사랑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김진서의 남자라는 이유로 인해서 모윤희가 집착하게 되는 것 같다. 어찌 보면 뻔한 여여관계로 보이지만 그 주인공이 황신혜와 김혜수라는 점에서 쉽게 풀릴 수수께끼가 되지는 않을 것이며, 그럴 것이라 느껴지지 않는 대본의 내공을 감지할 수 있다.

대물에 대한 실망감 때문도 있었지만 황신혜, 김혜수의 유혹 때문에 한번 봐보자는 동기로 채널을 선택했다가 “그게 아닌데?”한 시청자가 아주 많을 것이다. 특히나 MBC 수목드라마는 누가 와도 안 되는 징크스가 지긋지긋하게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본방이건 재방이건 본다면 그저 두 미인을 통해서 눈이나 호강시키자는 의도를 가질 법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즐거운 나의 집’은 눈보다도 머리를 호강시킬 드라마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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