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과 유사한 정보’(방송유사정보)심의, 제재 여부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논의가 두 달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7일 전체회의에서 방송유사정보 처리 방안을 두고 논의를 벌였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비공개회의에서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한편에서는 “방송유사정보에 방송심의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송유사정보는 방송사업자가 인터넷에서 배포한 영상물을 말한다. 방통심의위는 그 동안 적절한 정책적 결정 없이 ‘인터넷을 이용한 다시보기 서비스’와 ‘인터넷 전용 영상’ 등을 방송유사정보로 규정하고 심의를 해왔다. 온라인 영상물이 방송유사정보에 해당되려면 방송사 대표자가 인터넷 홈페이지의 대표자를 겸하고 있어야 하며, 영상물에서 방송·TV·라디오 등의 명칭이 들어가야 하고, 별도의 편성표가 있어야 하는 등의 조건이 붙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미디어스)

이 조건에 따르면 EBS·불교방송·국악방송·TV조선·채널A·연합뉴스TV 등의 홈페이지에 올라간 영상물은 방송유사정보에 해당한다. 나머지 방송사는 온라인 홈페이지를 분사시켰기 때문에 방송유사정보 심의를 받지 않는다.

방송유사정보에 대한 논란은 EBSi의 박근혜 전 대통령 비하 발언 강의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지난해 11월 EBSi 심의를 하면서 “의견진술을 내리겠다”고 밝혔으며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방송유사정보에는 법정제재를 전제로 한 의견진술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방통심의위가 방송유사정보에 법정제재를 내린 사례가 12건 발견됐다.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회의에서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던 점을 사과했다. 이후 방통심의위는 방송유사정보에 대한 심의 여부를 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방통심의위 사무처는 ▲방송유사정보에 법정제재를 적용할 수 있다는 안 ▲방송유사정보에 행정지도 성격인 시정권고만 하는 안 ▲방송유사정보 중 방송 다시보기와 온라인 전용 콘텐츠는 구분해서 심의하는 안 ▲통신심의로 심의하는 안 등 4가지를 제시했다. 방통심의위 위원들이 4가지 중 하나를 택해 방송유사정보 심의 방향을 정할 예정이다.

이 중 방송유사정보에 법정제재를 적용할 수 있다는 안은 방송법 제 100조를 근거로 한다. 방송법 제100조는 방송사업자가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하면 방통심의위가 제재조치를 명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송사업자가 인터넷에 영상물을 올리면, 이 역시 심의 규정을 통해 제재를 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전 방통심의위는 해당 방송법 조항을 근거로 방송유사정보에 법정제재를 내려왔다.

방송유사정보에 시정권고만 가능하다는 안은 방송법 제 32조와 방송법 시행령 제21조를 근거로 하고 있다. 방송법 제 32조는 방통심의위가 ‘방송과 유사한 것’에 대해 심의·의결할 수 있으며, 매체·채널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방송법 시행령 제21조는 방송유사정보에 대해 시정권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온라인이라는 채널 특성을 고려해 법정제재가 아닌 시정권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법 제100조와 32조, 방송법 시행령 제21조

다시보기 서비스와 온라인 콘텐츠를 구분해서 심의하자는 안은 방송 심의의 연속성을 이어가자는 주장이다. 그간 방통심의위는 다시보기 서비스에 한해 법정제재를 내려왔다. 방송사가 법정제재를 받은 방송을 편집하지 않고 인터넷에 그대로 올렸을 때다. 방송심의에 내려진 법정제재의 연속성을 위해 방송유사정보에도 법정제재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터넷 전용 영상의 경우 시정권고만 내릴 수 있게 하는 안이다.

방통심의위 위원들의 의견은 분분하지만, 방송유사정보에 방송심의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은 동일하다. 허미숙 부위원장은 7일 전체회의에서 “방송유사정보에 행정지도 성격인 시정권고만 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보되 다시보기와 온라인 전용 콘텐츠를 다시 세부적으로 나뉘어서 구분을 하자”고 밝혔다.

이소영 위원 역시 2안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영 위원은 “방송법 제100조는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징계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소영 위원은 방송유사정보 심의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소영 위원은 “방송과 통신은 법적으로 구분되어 있다”면서 “방송유사정보를 방송 심의와 동일하게 제재하면 어떤 나비효과가 나올지 모른다. 현재 콘텐츠 규제 논의를 성숙하게 진행하는 과정인데, 우리가 이를 넘어서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전광삼 상임위원은 방송유사정보에도 법정제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방송유사정보에 시정 권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시행령은 방송법을 축소한 것”이라면서 “(제재를 하지 않으면) 인터넷 통해 방송유사정보가 지상파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가지고 돌아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로 위원은 “방통심의위가 공급자적인 측면에서만 보고 있다”면서 “시청자는 어떤 채널을 통해 영상을 접했는지를 모른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가 어느 방송사에서 왔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방송유사정보에 방송심의 규정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 채널을 통해 배포한 영상물에 방송심의 규정을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방송법상 인터넷 동영상 콘텐츠를 규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법률 근거는 매우 취약하다”면서 “현행 방송법 시행령이 방송사업자의 인터넷 다시보기 서비스를 규정한 조항인지도 매우 불명확한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윤성옥 교수는 “방송유사정보는 통신심의를 적용해야 한다”면서 “방송법을 통해 동영상 콘텐츠를 규제할 수 있는지는 현재 논의중인 사안이다. 그것을 결정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방통심의위가 규제를 해왔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윤성옥 교수는 “아직 OTT 규제와 관련된 내용을 정하지 못했는데 (방송유사정보를 방송심의규정으로 심의하는 것은) 방송법을 확대해석하는 것”이라면서 “편성 계획 등이 조건으로 들어갔다면 방송유사정보는 실시간 방송 등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인터넷 VOD는 방송법이 포섭할 수 없기 때문에 방송심의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성옥 교수는 “인터넷 다시보기 서비스 등이 방송유사정보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해하더라도 '시정권고'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방송유사정보를 방송심의 대상으로 넣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지원 변호사는 “방송사는 본인들의 콘텐츠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공할 자유가 있다”면서 “방송법으로 방송유사정보를 규제한다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손지원 변호사는 “방송 프로그램에 공적 책임과 공정성을 강조하는 것은 방송사의 독점적 지위, 한정된 전파자원을 통한 영향력 행사, 일방향적인 정보 전달 같은 것 때문”이라면서 “방송사가 만든 콘텐츠라고 하더라도 인터넷 매체를 통해 유통하는 경우에는 일방적 침투성이 없고 시청자들의 선택권이 보장되기 때문에 방송과 똑같은 규제를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손지원 변호사는 “방송유사정보에 방송과 같이 심의규정을 적용하여 법정제재까지 하는 것은 과잉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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