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의 개국공신인 이명한 담당 CP의 교체, MC몽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한 하차로 급하게 만들어진 5인 체제, 김종민의 더딘 적응으로 인한 밸런스의 위기 등등. 여러모로 과도기에 있는 지금 1박2일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요? 저마다의 생각이 있을 것이고 만족과 불만족의 부분들이 많겠지만 최근 느끼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도리어 프로그램 외적인 부분입니다. 어쩌면 1박2일이 만든 가장 큰 부작용. 그리고 그들이 디디고 있는 근본적인 목표 자체에 대한 우려와 회의가 느껴지는, 하지만 결코 1박2일의 힘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죠.
종로 특집 이후 이승기의 미션과 함께 널리 알려진 이화마을의 천사 그림이 갑자기 급증한 방문객들과 몇몇 몰지각한 방문객들의 행패로 고통 받은 주민들의 항의를 접한 작가의 손으로 지워졌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다시 왕십리 광장에 새로운 형태의 천사 그림이 그려진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지만 있는 그대로를 즐기고 누리지 못하는 사정이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어요. 1박2일 멤버들이 각자 걸어 다니며 소개해준 지리산 둘레길 역시도 날마다 몸살을 앓으며 길은 쓰레기더미로 변했고, 호젓했던 동네는 배 이상 급증한 행락객들의 방문으로 특유의 멋을 점점 잃어버리고 있다고 합니다. 유명해졌다고 해서 다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말이죠.
그래서일까요? 사람의 때가 묻지 않은 천연 자연의 보고라며 만개의 보물을 가지고 있다는 신안 만재도를 소개했던 이번 주 방송을 보면서 제 마음 한 구석에는 저 아름다운 풍경 역시도 곧 철없는 몇몇 이들 때문에 망가져버리지 않을까 불안하더라구요. 뱃길로 무려 6시간이나 걸린다는 그 먼 곳까지 찾아가 TV에서 본 것처럼 이름도 생소한 배말과 거북손을 별미를 맛보기 위해 캔다며 괜시리 멀쩡한 바위를 들쑤시고, 바다낚시를 해야 한다며 바다 곳곳을 쓰레기장으로 만들면 어떻게 하지? 평생을 바다와 함께 소박하게 살아오신 그곳 주민들의 삶이 어그러져 버리면 어떻게 하지? 같은 섣부른 걱정과 불안 때문에 그 아름답고 신기한 풍경을 보며 감탄하다가도 순간순간 한숨이 나왔어요.
문제는 우리에게, 아니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전체 물을 흐리는 몇몇 미꾸라지들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좋은 것이 있어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자기들만 즐기고 떠나면 그만이라는 이기적이고 짧은 생각이 만든 부끄러운 풍경이죠. 귀한 것을 귀한 줄 모르는 이들에게 1박2일이 알려주는 우리 강산의 비경들은 그야말로 과분한 사치입니다. 1박2일이 지나간 자리는 기대하지 못한 호황을 누리며 지역경제가 살아나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욕심, 어리석음으로 망가지고 본래의 멋과 아름다움을 잃어버리기도 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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