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자유한국당의 'KBS 특위'(KBS의 헌법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별위원회) 출범 의도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KBS를 길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4년 전 수신료 인상안 기습 상정을 시도했던 한국당이 편파보도를 이유로 수신료, 중간광고 등을 문제삼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KBS 경영진을 압박함과 동시에 보수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시사평론가 민동기 씨는 7일 CBS라디오'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KBS 때리는 한국당, 왜?'라는 주제를 놓고 한국당의 KBS 특위 출범에 대한 행간을 짚었다. 민 평론가는 제1야당인 한국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KBS 보도의 편파성을 문제삼으며 수신료 문제까지 결부시켰기 때문에 KBS 경영진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고 봤다.

4일 자유한국당은 원내대책회의 명칭을 'KBS의 헌법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별위원회' 연석회의로 이름 붙이고 특위를 출범시켰다.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와 'KBS 특위'위원들. (사진=연합뉴스)

민 평론가는 "기자나 PD들은 신경을 안쓸지 모르지만 경영진 입장에서는 상당히 신경이 쓰일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KBS의 예봉(날카로운 논조나 표현)이 무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한국당이 결국 이것을 의도한 것 아니냐고 의심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집권 여당 새누리당은 수신료 인상안을 단독 상정해 '날치기 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며 "(한국당이)박근혜 정부 당시 KBS는 공정했고, 지금의 KBS는 불공하다고 판단한다는 것인데, 이 판단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4년 5월 8일 당시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를 단독 소집해 KBS 수신료 인상안을 기습 상정했다. 당시는 세월호 참사를 편파적으로 보도한 KBS에 비판이 일었던 시기로 한국당의 수신료 인상안 상정에 대한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셌다. 직후인 2014년 5월 16일,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은 KBS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세월호 보도 개입' 사건이 있던 중에 수신료 인상을 강하게 밀어붙인 것이다.

이 같은 맥락이 담긴 한국당 주장에 4일 KBS 사측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즉각 반발 입장을 냈다. KBS는 한국당에 보낸 입장문에서 "정치권이 KBS 보도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수신료 문제와 연계하는 것은 올바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며 "자칫 국민들에게 공영방송의 경영을 압박해 독립성을 위협하고 나아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언론노조는 성명에서 2014년 새누리당 의원신분을 유지한 채 청와대 홍보수석으로서 '세월호 보도 개입'을 한 이정현 의원을 언급하며 "'언론의 자유'와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짓밟은 당사자가 누구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혹시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KBS를 길들이고 이를 통해 답보상태인 자칭 보수애국세력을 결집시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정치적 의도라면 분명히 실패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는 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 'KBS의 헌법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별위원회' 출범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미디어스)

민 평론가는 한국당의 KBS 특위 출범 의미에 대해 KBS를 매개로 한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와의 연대, 종합편성채널의 '지원사격' 등을 꼽기도 했다. 민 평론가는 지난 4일 KBS 특위 회의에 '자유연대', '시청료납부거부국민운동본부' 등 보수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것을 두고 "한국당이 KBS를 매개로 이들 보수단체와 연대를 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듯하다"며 "항간에는 한국당이 '우향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민 평론가는 "(이들 단체는)자신들을 정통 우파 활동 결사체라고 부른다. 그런데 보수 진영에서도 상당히 오른쪽으로 가 있는 단체라는 지적이 많다"며 "일부에서는 '아스팔트 우파', '태극기 부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제 한국당이 이들과 공식적으로 손을 잡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한국당 KBS 특위 활동에 대한 종편의 '지원사격'은 방송계 이해관계에 따라 예측이 가능하다는 게 민 평론가의 설명이다. KBS 특위는 수신료 거부 외에도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과 종편 의무전송제도 폐지 반대를 운동 목표로 내걸었다. 이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린 결정에 대한 반대 입장으로, 종편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한다. 때문에 KBS 특위 활동에 있어 조선·중앙·동아·매경 및 종편4사의 '지원사격'을 받을 수 있다는 한국당의 정치적 계산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경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7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총선을 앞둔 한국당이 '보수세력 결집'을 의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선출로 '도로 친박당' 꼬리표가 붙은 한국당이 KBS를 매개로 '아스팔트 우파'를 결집시켜 총선에 대비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이 본부장은 "한국당에서는 다시 친박들이 기를 펴고 있고, 친박을 지지하는 '태극기 부대'들이 색깔을 분명히 하라고 (한국당에)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KBS는 이를 매개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 때문에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나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그 카드를 가지고 나온 것 아닌가 싶다. 더불어 2월 방송법 개정안 논의에서도 유리한 국면을 차지할 수 있다라는 판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한국당이 KBS의 공정성을 문제삼을 것이라면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공론장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보수결집의)매개체는 KBS이고, '오늘밤 김제동'이다. 그런데 오히려 KBS뉴스는 청와대 관련 보도를 하면서 청와대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공정성을 놓고 본다면 야당 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그런 건 보지 않고 자신들에게 불편한 것만 가지고 KBS가 헌법을 파괴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근래 KBS는 청와대 특감반원 비위 사건,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 군 인사자료 분실 사건 등의 보도로 청와대와 각을 세우고 있다. KBS는 어제(6일)도 인사수석실 행정관이 인사자료를 분실한 날 당시 진급대상자였던 청와대 안보실 모 행정관과 함께 육군참모총장을 만났다는 보도를 이어가면서 관련 의혹을 이어나갔다. 청와대는 KBS 보도에 대해 당시 군 인사에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해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 본부장은 "KBS 보도가 정말 불공정하고 편파적이라면 구체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공론장으로 나왔으면 한다. 그 과정에서 수신료를 어떻게 해야할 지 논의가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임할 의지가 있다"면서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 이 상태에서의 논의는 공영방송의 중립성을 또 한 번 흔드려는 시도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공정성 문제라면 왜 지난 정권 때는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고, 지금은 분리징수를 하겠다고 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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