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방송 사상 유례 없는 시청률과 폭발적인 관심 속에 슈퍼스타K2가 지난 22일 막을 내렸습니다. 어느 누가 우승할지 예측하기 어려웠던 가운데 결국 허각이 최종 우승자로 결정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참 즐겨봤던 프로그램으로서 최종 우승자가 발표돼 시원섭섭하기는 했지만 시즌 1과는 뭔가 다르면서도 짜임새 있는 구성과 스토리라인으로 마지막까지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서 당분간 여운이 꽤 오래 갈 듯합니다.

슈퍼스타K2가 방송됐던 지난 3달간 참 많은 이야깃거리들이 있었습니다. 한 여성 참가자의 태도에 대한 논란부터 시작해 심사평, 문자 투표와 관련한 문제들 그 가운데서 잇달아 쏟아져 나온 실력파 참가자들의 열띤 경쟁과 인상적인 노래 실력들이 꾸준하게 마지막까지 이어졌습니다.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결과를 앞두고 참가자들이 최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 스토리만큼은 정말 감동적인 면이 많았고, 재미있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그 가운데서 슈퍼스타K2에서 단연 기억에 남는 순간, 그리고 멘트를 꼽는다면 바로 "결과는 60초 후에 공개하겠습니다"일 것입니다. 탈락자를 발표해야 하는 상황에서 뜸들이다가 60초 후에 공개하겠다고 하는 그 순간은 짜증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긴장감과 흥분을 유발시키면서 더욱 극적인 효과를 가져다주는 계기를 만들어줬습니다. 이렇게 스스로 유행어도 만들어내는 등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사고에 대한 긴장감 속에서도 특유의 재치와 탄탄한 진행으로 성과를 거둔 김성주 MC는 어떻게 보면 최종 우승자 허각 만큼이나 슈퍼스타K2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게 됩니다.

▲ 김성주 MC ⓒ연합뉴스
김성주 아나운서(개인적으로는 김성주 MC보다 이 호칭이 더 잘 어울려서 이렇게 부르겠습니다)는 이번 슈퍼스타K2를 통해 어느 정도 화려하게 부활하는 데 성공했다고 봅니다. 물론 다소 어울리지 않는 농담, '너무 뜸 들인다'는 등의 비판도 많았지만 상당한 관심을 모은 이 프로그램에서 공중파 아나운서 경력자다운 여유 있는 진행 능력과 객관적이면서도 긴장감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충분히 제 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슈퍼스타K2를 통해서 김성주 특유의 개성적인 스타일이 형성됐고, 더욱 자신감 있는 진행으로 마지막까지 순조롭게 마치는 데 큰 역할을 해내면서 이 무대의 주인공인 참가자들만큼이나 충분히 주목받을 만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봅니다.

그동안 김성주 아나운서는 슬럼프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주며 '실패한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예가 되기도 했습니다. MBC에서 특유의 넉살 좋은 모습과 재치 있는 진행으로 교양, 예능 프로그램에 나서 주목받았던 김성주는 2006년 독일월드컵 중계를 계기로 최고 정점에 달하는 인기를 구가하며 승승장구를 거듭했습니다. 그러나 돌연 프리랜서를 선언한 뒤, MBC로부터 '괴씸죄'에 걸려 이렇다 할 공중파 출연도 어려워졌고, 그나마 잡았던 케이블 프로그램마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하락세를 겪기 시작했습니다. 겨우 MBC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 예능,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섰지만 모두 오래 가지 못해 폐지 절차를 밟거나 다른 DJ에게 자리를 넘겨줬고, 어려운 행보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10년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스포츠 캐스터를 통해 김성주 아나운서는 재기를 노렸습니다. MBC ESPN(현 MBC 스포츠플러스) 야구, 농구 경기 주말 중계를 맡으면서 꾸준하게 진행 감각을 익힌 김성주는 이경규, 김구라와 호흡을 맞추는 케이블 프로그램 '화성인 바이러스'를 통해 조금씩 기지개를 켰습니다. 잠시 큰 빛을 발하지 못했던 진행 능력이 조금씩 살아났고, 교양과 재미를 동시에 갖춘 품격 있고 재치 있는 MC의 가능성을 다시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김성주는 '국민 프로그램' 수준으로 거듭난 슈퍼스타K2 진행을 맡아 큰 사고 없이 깔끔하고 위트 있는 진행으로 성공적인 마무리를 이끌어내며 거의 완벽하게 일어서는데 성공했습니다. 스포츠 중계를 했던 사람답게 긴장감 있는 분위기 속에서도 여유와 웃음을 찾으려 노력했고, 때로는 냉정하게, 때로는 이웃집 형처럼 따뜻하게 진행을 이끌어내며 전체적인 분위기를 거의 장악하다시피 했습니다. 참가자들의 면면이 날이 갈수록 더욱 대단해지고 그에 따라 기대감도 커지는 가운데서도 김성주는 그렇게 스스로 존재감을 끝까지 드러내면서 슈퍼스타K2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 차범근-차두리 부자와 중계했던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김성주 아나운서이 때 김성주는 거의 스타나 다름없었다
개인적으로 김성주 아나운서가 다시 떠오른 것이 반가운 것은 독일월드컵 때 보여줬던 강렬한 인상이 여전히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김성주 아나운서는 기존 스포츠 캐스터와는 다르게 개성 넘치고, 마치 토크쇼를 보는 듯한 느낌의 중계 능력을 보여주며 상당한 호평을 받은 바 있었습니다. 남아공월드컵 때 SBS가 단독중계를 하면서 차범근 해설위원이 해설을 맡자 김성주 아나운서를 기용해보자고 했던 사람이 많았을 만큼 김성주 아나운서가 독일월드컵에서 보여준 활약은 참 대단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잠시 방황하고, 어려운 시기를 겪다가 슈퍼스타K2를 통해 다시 개성 있는 MC로 떠오른 것은 4년 전의 강렬한 인상을 다시 살리고, 그 기세를 이어가 또 다른 기대감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참 반갑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스포츠를 맡을 때는 냉정하면서도 예능에서는 끼를 내세워 다양한 모습들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보기 좋은 김성주의 등장은 또한 임성훈, 손범수 이후 거의 맥이 끊긴 '남자 프리랜서 MC'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계기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도 있었습니다.

아나운서에서 프리랜서를 선언해 대부분이 힘겨운 행보를 걷고 있는 가운데 부단한 노력과 끈기로 다시 기회를 얻고 부활의 신호탄을 쏜 김성주 아나운서. 독일월드컵 이후 4년 만에 다시 제 자리를 잡은 이 아나운서의 행보를 우리는 이번 슈퍼스타K2를 계기로 앞으로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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