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축구의 상승세가 마침내 성인 여자 축구대표팀까지 이어졌습니다. 2010 피스퀸컵 수원 국제여자축구대회에서 한국이 호주를 2-1로 따돌리고 마침내 3번째 도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조별 예선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고 모두 무승부를 거둔 뒤 추첨으로 결승에 올라 다소 쑥스러운 상황에서 결승에 올랐지만 우리 선수들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경기력으로 2만여 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프리킥 스페셜리스트' 김나래(여주대)가 기가 막힌 측면 프리킥으로 먼저 골을 성공시켰고, 후반에는 지소연(한양여대)의 '킬패스'를 전가을(수원 FMC)이 정확하고 침착하게 골로 연결시키며 기분 좋은 승리를 가져왔는데요. 젊은 선수들의 선전에 이어 성인 여자대표팀까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올해 있었던 여자 축구의 쾌거를 계속 해서 이어가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번 대회 우승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습니다. 먼저 앞서 전한 것처럼 이 대회 출전 첫 우승이라는 것과 상당히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우승했다는 것, 이를 통해 3주 정도 앞으로 다가온 광저우 아시안게임 전망을 밝혔다는 것입니다. 호주는 지난 5월에 있었던 아시안컵 우승팀이자 아시아 지역에 편입된 뒤 실력으로는 북한과 비슷한 수준을 자랑하는 팀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이 팀을 상대로 탄탄한 수비를 보여주고, 정확도 있는 공격력을 보여줘 매우 인상적인 경기력을 펼치며 기분 좋은 승리를 가져왔습니다. 아직 정상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보완할 것을 보완하고, 좀 더 다듬었을 때 훨씬 좋은 전력을 갖춰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획득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어쨌든 여자 축구의 상승세를 계속 해서 이어갔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우승은 참 값졌습니다.

피스퀸컵 우승을 확정지은 뒤 기뻐하는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

전가을이 두번째 골을 넣은 뒤 좋아하고 있다(오른쪽)

골을 허용하며 망연자실한 자세를 취하는 호주 선수들과 대조를 이룬다.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는 태극 낭자들

선수들의 기분 좋은 승리도 승리였지만 무엇보다 개성 넘치는 선수들의 우승 세레모니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시안게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아 다소 의기소침했던 선수들이었는데 이번 호주전 승리, 그리고 우승으로 다시 자신감을 되찾고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어떻게 보면 평소 모습이 이랬을 텐데 그동안 보여줄 걸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훌훌 터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문선명 피스컵 창설자가 주장 전민경에게 우승컵과 상금을 전달하고 있다.

우승컵을 들고 활짝 웃는 전가을, 전민경

종이 꽃가루가 흩날리고 있다.

활짝 웃는 태극 낭자들. 사상 첫 피스퀸컵 우승에 성공했다.

우승컵을 받으면서 달아오른 분위기는 선수들이 맥주캔, 병을 흔들어 따는 세레모니를 펼치면서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대부분의 선수, 그리고 코칭스태프는 맥주가 든 병, 캔을 흔든 뒤 따내면서 나오는 거품을 이리저리 뿌려대며 우승의 순간을 만끽했습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질서 있게 시상대에 서 있던 선수들은 이내 축제의 장을 스스로 만들어냈고, 어떤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질주하면서 동료에게 맥주를 뿌리려는 세레모니를 펼쳐 폭소를 자아내게 하기도 했습니다.

동료에게 맥주를 뿌리기 위해선 전력질주도 문제없다! 그라운드를 달리는 두 선수

골키퍼 문소리는 붉은악마 응원석에 달려가 뭔가를 주고 받고 있다.

본격적인 우승 세레모니는 걸그룹 포미닛의 축하공연이 이어지면서 절정에 달했습니다. 그라운드에서 열정을 태운 선수들은 포미닛이 나오자 처음에는 다소 수줍어하더니 인사를 나누고 나서부터 숨겨진 끼를 자랑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동료들이 등 떠밀어 나온 선수들이 많았지만 나중엔 시상대에서 숨겨왔던 춤실력을 뽐내며 관중들을 더욱 즐겁게 했습니다.

특히 현재 부사관 신분인 부산 상무 소속 권하늘 선수가 내내 분위기를 돋우었고, 지난 8월 U-20(20세 이하) 여자월드컵 3위를 차지한 뒤 청와대 오찬에서 통춤을 선보여 주목받았던 '지메시' 지소연도 또다시 통춤을 춰서 플래쉬 세례를 받았습니다. 조금 딱딱할 수 있었던 분위기가 누그러지자 선수들은 포미닛이 두 번째 노래를 부를 때 시상대로 올라가 단체로 댄스 파티를 벌이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야말로 신세대 태극 낭자들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흥미로운 순간이었습니다.

처음에 다소 수줍어하던 태극 낭자들

그라운드 가운데에 나가려던 포미닛을 따라가 악수하더니

박수도 치고 댄스도 하고

춤추기 싫어하던 지소연도

댄스 본능을 발휘했다

'우승 파티'는 그렇게 기분좋게 마무리됐다.

선수들은 우승 순간을 즐기고 기뻐하면서 잠시나마 지쳤던 마음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이제 태극 낭자들은 더 큰 목표를 향해 준비하려 합니다. 바로 오늘(25일), 전남 목포에 소집돼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한 항해를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최인철 감독은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지쳐 있어 체력 회복을 하면서 조직력, 수비 안정화에 중점을 두고 팀을 만들겠다면서 아시안게임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였습니다. 피스퀸컵에서 보였던 기분 좋은 모습만큼이나 잘 준비해서 목표했던 성적도 내고, 여자 축구 르네상스 분위기를 이어가며, 희망적인 행보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흥미롭게,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기자회견 중 여유있게 활짝 웃는 최인철 여자대표팀 감독과 피스퀸컵 MVP 전가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도 이런 밝은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둥글게 뭉친 여자 축구 대표팀. 한국 여자 축구의 힘은 바로 이 단합된 힘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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