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알릴레오 첫 방송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다. 4일 자정에 공개한 유시민의 알릴레오는 불과 9시간 만에 조회수 27만을 기록했다. 구독자도 20만으로 또 늘어났다. 댓글도 5천개가 넘게 달렸다. 모두 선플인 것은 아니지만, 환영이든 경계든 유시민의 알릴레오의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첫 방송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출연해 남북관계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각종 매체에 워낙 자주 노출된 주제이기에 무슨 할 말이 더 있을까 싶었지만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이야기꾼의 남다른 재주이기도 하겠거니와 역시나 남북 이야기는 얼마를 반복해도 늘 가슴이 뛸 수밖에 없는 주제인 때문이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이 5일 0시 정치·사회 현안을 다루는 팟캐스트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를 시작했다. [유시민 알릴레오 방송 캡처]

이처럼 유시민 바람이 뜨거운 이유에 대해 부러움과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진보매체라는 한경오가 있고 김어준도 있는데 굳이 유시민까지 시사 팟캐스트를 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말 그대로이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열풍은 그냥 유시민이 좋기 때문이 아니다. 시민들 사이에 기존 언론으로 채워지지 않는 진실의 갈증이 있음을 증명한다.

한 예를 들어보자. 4일 연합뉴스는 “대마젤란 은하, 우리 은하 향해 돌진 중...20억년 내 충돌”이라는 기사를 출고했다. 20년도 아닌, 200년도 아닌 20억년 내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은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피식 웃고 말 것이지만 20억년 후의 일까지 걱정하는 과학자들의 순수성을 생각한다면 웃을 일은 아니었다. 20억년이라는 가늠조차 하지 못할 시간이 흐른 뒤에도 지구는 여전할까하는, 평소 하지 않던 상념에 잠시라도 빠져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나름 나쁘지 않은 기사였다.

그러나 이 기사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기사 내용이 아니라 댓글 때문이었다. “조중동, 문재인 정부 마젤란 은하 충돌할 예정인데 아무런 대책이 없어”라는 댓글이었다. 뜬금없는 댓글이었지만 설득력과 풍자를 모두 갖춘 촌철살인이었다. 다시 말해서 길 가다 넘어져도 ‘노무현탓’이었던 과거 참여정부 시절을 다시 보는 듯한 언론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이 5일 0시 정치·사회 현안을 다루는 팟캐스트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를 시작했다. [유시민 알릴레오 방송 캡처]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JTBC <뉴스룸>은 연일 ‘워치독, 랩독’ 등 언론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또 비판했다. 비판의 주체 역시 언론이기에 결국엔 자성을 담은 비판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때의 비판엔 진정성이 담겨 있었고 절실해 보이기까지 했다. 언론은 반성하는 것처럼 보였고,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품게 했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다고, 언론은 다시 보수 기득권 세력의 행동대장 완장을 차고 있다.

이런 언론환경이 시민들로 하여금 ‘어용지식인’ 유시민의 입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과거 백분토론으로부터 시작해서 썰전까지, 때로는 잔인할 정도의 날카로운 팩트와 논리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유시민의 모습에 빙의하고픈 것이다.

아쉽게도 그런 모습은 알릴레오 첫 회 방송에는 보이지 않았다. 패널이 아닌 진행자 유시민은 조금 달랐고, 다소 낯선 감도 없지 않았다. 유시민 본인의 의지가 담긴 구성이겠지만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질문에 답하는 유시민의 모습을 되찾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오픈빨을 감안한다고 치더라고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쏠리는 관심과 지지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오염된 뉴스, 왜곡된 진실로 인한 목마름의 증상으로 봐야 할 것이다. 다른 의미로는 지금 의기양양한 언론에 대한 경고이기도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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