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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록이 미쳤다! ‘황후의 품격’ VS 너무 전형적인 구도 ‘왼손잡이 아내’[이주의 BEST&WORST] SBS <황후의 품격>, KBS2 <왼손잡이 아내>
이가온 / TV평론가 | 승인 2019.01.05 11:14
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또 한 번 인생 캐릭터 경신 신성록! <황후의 품격> (1월 3일 방송)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

SBS <황후의 품격>의 폐하 이혁이 미쳤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면, 이혁을 연기하는 신성록이 미쳤다. 고작 30초짜리 엔딩으로 지난 14회에 걸쳐 저지른 모든 악행을 잊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황후의 품격> 14회의 엔딩을 요약하면 이렇다. 황후 오써니(장나라)가 태왕태후 살인 사건의 누명을 벗기 위해 이혁에게 거짓 고백을 하면서 다시 궁에 입성했고, 이혁은 시간이 갈수록 오써니에 대한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오써니가 엄마의 죽음과 관련된 악몽을 꾸던 밤, 이혁이 오써니의 방으로 갔다가 악몽을 꾸고 힘들어하는 오써니를 박력 있게 안는 것이 엔딩 신이었다. 

대사는 딱 한 마디였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무서운 꿈을 꾼 겁니까?”라고 물은 뒤, 독한 술을 한 입에 털어놓고 자신을 지나쳐가는 오써니의 손을 잡아 확 끌어당겨 안았다. 그 순간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그윽한 눈빛이 이번 엔딩 신의 핵심이었다.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

이론상으로는 오써니에 대한 이혁의 사랑은 절대 수용 불가한 것이었다. 오써니도 이혁의 변화에 대해 “실성했니?”, “우리가 마주 앉아서 커피나 처 마실 사이니?”라고 화를 낼 정도였으니 말이다. 자신의 뺑소니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오써니와 결혼을 했고, 결혼식 날 테러를 당한 오써니를 두고 도망을 갔으며, 결혼 후에는 민유라(이엘리야)와 당당히 불륜을 즐기면서 오써니에게 모욕을 줬다. 뿐만 아니라 오써니에게 태왕태후 살인 누명을 씌우기까지 했다. 그런 그가 오써니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니,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설정이었다. 

그런데 신성록은 이 말도 안 되는 전개를 자신의 연기력으로 납득시켰다. 지난 14회 동안 온갖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신성록은 이혁을 나쁘기만 한 악역으로 묘사하지 않은 덕분이다. 어미 태후 강씨로부터 언제 버림받을지 몰라 불안해하는 유아기적인 악역으로 표현했다. 그렇기에 태후 강씨로 인한 비뚤어진 불안감이 온갖 악행으로 터져 나오다가 오써니의 따뜻함에 정착하는 과정이 나름 설득력이 있었던 것이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반지를 만지작거리는 짧은 순간을 통해 ‘카톡개 악역’이라는 캐릭터를 얻은 신성록은 이번 <황후의 품격>을 통해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이 주의 Worst: 너무 전형적인 선악 구도 <왼손잡이 아내> (1월 2~3일 방송)

일일 연속극의 단골 오프닝 장면은 교통사고, 단골 소재는 운명 바꾸기다. KBS2 <왼손잡이 아내>는 1회 만에 두 개의 클리셰를 모두 써먹었다. 

KBS 2TV 새 일일드라마 <왼손잡이 아내>

보육원 출신 큐레이터 에스더(하연주)는 뱃속 아이의 아버지이자 오라그룹 후계자인 도경(김진우)과, 같은 보육원 출신 오빠 수호를 태우고 어딘가로 향했다. 그러던 중 자신의 차를 미행하던 화물 트럭에 의해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 과정에서 도경은 사망하자, 에스더는 수호를 도경으로 바꿔치기 한다.

앞으로의 폭풍을 예고하며 시작된 <왼손잡이 아내>는 교통사고 발생 3개월 전으로 시간을 돌렸다. 물론 시간을 돌려도, 일일 연속극 특유의 클리셰는 여전했다. 산하(이수경)-수호(송원석) 커플은 너무나 평범하고 평탄하며 착한 커플이다. 산하의 부모님은 과거 길에 버려진 수호를 거두어 보육원에 보내줬고, 그들 덕분에 의대에 합격한 수호는 다시 산하의 집을 찾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 과정에서 산하와 수호는 서로 사랑하기 시작했다. 10년 째 사랑을 이어 온 산하는 수호에게 신장 이식을 하기 위해 부모 몰래 혼인신고를 하면서까지 신장을 공여했다. 

반면, 도경-에스더 커플은 우여곡절 많고 비밀도 많은 아슬아슬한 커플이었다. 도경은 오라그룹의 유일한 후계자였고, 에스더는 도경 어머니 애라(이승연)가 운영하는 미술관의 큐레이터였다. 재벌과 고아의 연애는 평범할 리가 없었다. 애라가 집에 들이닥치자 자신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베란다에 매달렸고, 도경은 에스더를 구하기는커녕 엄마 치마폭에 싸여 에스더를 다치게 했다. 

KBS 2TV 새 일일드라마 <왼손잡이 아내>

2회 동안 보여준 두 커플의 에피스드는 너무 극명하게 달랐다. 마치 이런 종류의 커플의 전형적인 에피소드만 모아놓은 듯했다. 산하-수호 커플은 신장 공여를 계기로 더욱 사랑이 단단해졌고, 도경-에스더 커플은 애라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헤어질 위기에 처했다. 

이런 흐름은 일일연속극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몇 회를 건너뛰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전혀 무리가 없고, 너무나 익숙한 내용이라 자꾸 보게 만드는 힘이 있어야 하는 게 일일연속극의 조건이다. 그래서 <왼손잡이 아내> 역시 복잡하지 않아서 이해하긴 쉬웠다. 동시에 앞으로의 내용이 더 이상 궁금해지지 않기도 했다. 

이가온 / TV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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