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4일 'KBS의 헌법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별위원회'를 출범했다. 자유한국당은 특위를 통해 수신료 거부 운동, 지상파의 중간광고 반대 운동 등을 전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국당의 KBS 때리기는 KBS 수신료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는 보수단체들과 연대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당이 KBS를 매개로 '아스팔트 우파'와 본격적으로 행동을 함께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당은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KBS특위 위원을 임명했다. 박대출 의원이 위원장을, 김성태 의원(비례대표)이 간사를 맡았고, 박성중, 송희경 의원이 위원으로 임명됐다. 방문진 이사였던 이인철 변호사도 한국당 KBS특위 위원이 됐다.

한국당은 이날 회의에서 KBS가 정치적으로 편향돼있다며 날선 비난을 쏟아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더 이상 언론의 공정성을 뒤로한 채 자유를 악용하고 헌법을 파괴하는 KBS를 저지하고 국민들의 수신료를 거부하고 수신료에 대해 강제 징수를 금지함으로써 KBS의 편향성을 바로잡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8일 태극기 집회 현장 모습. (연합뉴스)

한국당의 이러한 움직임은 소위 '아스팔트 우파'로 불리는 보수단체와 연계돼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장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의 KBS 수신료 거부 운동 현장에서도 한국당 의원들이 종종 등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디어스는 보수단체 '자유민주국민연합'이 주축이 돼 벌어지는 KBS 수신료 거부 운동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KBS 수신료 거부 운동의 오늘)

실제로 이날 한국당의 회의에는 시청료납부거부국민운동본부의 김종문 본부장과 자유연대 김상민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발언권을 얻은 김 사무총장은 "KBS가 양승동 체제 이후 김제동에 연봉 7억, 김수근(김정은 위인맞이 환영단장) 같은 범법자를 출연시켰다"며 "공영방송은 정치, 정파를 떠나 국민과 국가에 사명을 다 해야 함에도 귀족노조가 문재인 방송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김상진 사무총장은 "이들(김수근 등)은 2018년 12월 4일 오늘밤 김제동에서 전국민이 시청하는 가운데 나는 공산당이 좋다고 한 뒤 연일 김정은을 찬양고무하고 있다"며 "김제동과 대담하면서 김정은에게서 우리 정치인에게서 볼 수 없는 점을 봤다는 등의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면서 북한 김정은을 찬양고무했다. 자유한국당도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진 사무총장은 보수단체들의 홈페이지인 '애국닷컴'의 대표이며, 2012년 대선 당시 선거운동이 금지된 대선 당일 60여개의 SNS계정을 통해 선거운동을 했던 인사다. 김 사무총장은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여론조작을 주도했다고 지목 당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세월호 여론조작 당사자가 네이버 편집자문위원에)

이날 한국당 회의에 참석한 '시청료납부거부국민운동본부'의 김종문 본부장은 전직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서울시 의회 의원을 지낸 인물로 한국자유총연맹 서울시지회 청년회장, 한나라당 협의회 회장 등을 지냈다. 김 본부장이 진행 중인 시청료 납부 거부 서명운동은 '자유민주국민연합', '자유사랑교회', '유권자유니온캠페인운동본부', '한국교회에 표본이 되는 교회를 세우자 운동본부'가 주최측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고, 협찬은 '토스엔밝은뉴스'가 하고 있다.

주최 단체 중 하나인 자유민주국민연합이 위치한 모 빌딩 3층에는 자유민주국민연합, 자유사랑교회, 자유민주센터, 자유연대, 자유아카데미, 대한민국역사지킴이, 청년현수막, 프리덤칼리지장학회, 고성국TV 등이 함께 위치하고 있다. 자유사랑교회는 성창경 KBS 공영노조위원장이 목회자로 활동하고 있는 교회이고, 자유연대는 이날 한국당 회의에 참석한 김상민 사무총장이 속한 단체다. 고성국TV는 보수성향 정치평론가 고성국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로 지난해 12월 10일 김종문 본부장을 초청해 방송을 진행한 바 있다.

한국당 KBS 특위 출범에 앞서 한국당 의원들은 자유민주국민연합의 행사에 참여해 왔다. 자유민주국민연합이 주최하는 '정치와의 대화' 토론회에는 지금까지 한국당 소속 강효상, 심재철, 윤상현, 조경태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강연재 변호사,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등 보수 정치인들이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12월 22일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 중인 보수단체의 태극기 집회 현장에서 역시 KBS 수신료 거부 운동이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집회에서 김문수 전 지사가 연단에 올라 "문재인을 반대하는 사람이 다 뭉쳐야 한다"며 "이 세계에서 가장 악랄한 사탄 김정은을 옹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전 지사는 "자유한국당은 여러분께서 입당원서를 보내주시고 목사님께서 기도를 많이 하셔서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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