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유행이 바뀔 때마다 동네 초등학교 체육시간의 축구경기처럼 공을 따라 우르르 몰려가는 것처럼 한쪽으로 확 쏠려버리는 한국의 대중문화에서 누가 누구를 베끼고 따라했고, 어떤 게 진짜 원조인지를 따지는 것은 유치한 손가락질입니다. 따지고 보면 누구든 어디서 본 듯한 무언가를 차용한 것이 보이고 그런 부분들이 하도 여기저기에 섞여 있어서 나중엔 어떤 게 그들만의 것이고 무엇을 빌려왔는지 따지기조차 어렵게 되어버리기 십상이니까요. 차라리 원조를 말하며 그 한없이 가벼운 따라하기를 지적하는 것보다는 그 좋은 것을 안면몰수하고 따라했는데도 그 정도밖에 안 되냐고 묻는 게 차라리 솔직해 보입니다. 슈퍼스타K의 유명세를 슬쩍 차용하려했던 스타킹의 민망한 베껴오기처럼 말이죠.

따지고 보면 Mnet의 슈퍼스타K 역시 세계적인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니 무어라 하기도 그렇습니다. 진행방식, 심사위원 구성, 무대까지도 너무나 흡사해서 부끄러울 정도이죠. 하지만 그런 유사함 안에서도 슈퍼스타K는 참가자들의 개인사를 부각시키고 그들 사이의 러브라인을 강조하는 한국에 어울리는 드라마틱한, 조금은 막장스러운 구성으로 흡입력을 높였습니다. 문제가 많고 구설수도 많지만 점점 더 발전해나갈 여지가 많기에, 그리고 서서히 획일화되고 있는 가요계에 수많은 변수가 될 수 있는 재능들을 발굴하는 통로가 되어 줄 수 있기에 불만은 많지만 어쩔 수 없이, 프로그램이나 Mnet이 아니라 이를 통해 태어난 참가자들을 응원할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에요.

하지만 나름의 가치를 가진 슈퍼스타K와는 달리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동네스타S를 새로운 타이틀 중 하나로 내세운 스타킹의 뻔뻔함은 옹호해줄 가치도, 평가할 의미도 없습니다. 그저 이름만 빌려왔을 뿐이지 그 속 내용은 그동안 스타킹에서 답습해왔던 장기자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요. 외국의 신기한 재주를 가진 누구, 동네의 명물이라고 손꼽힌다는 누구, 또는 이번 주는 나오지 않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어린 아이를 신동으로 포장해서 노래와 춤을 시키는 그런 것을 제목만 동네스타S로 포장해서 내보내는 것뿐이에요.

그렇다고 방송에서 발굴한 재능들이 스타킹을 통해 어떤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든지, 제작진이 그들을 위해 어떤 연계점을 만들어주는 것도 아닙니다. 방송에 한 번 나왔다는, 그 간절한 기회를 기반으로 인생 역전을 이룬 사람들도 몇몇 있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노력과 현명한 대처에 의한 것이죠. 스타킹 자체는 그저 기회만을 제공할 뿐 그 이후의 대책에 대해선, 사생활 침해나 피해에 무관심합니다. 따지고 보면 스타킹은 어떤 재능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아닌 각자의 사연과 특기를 가진 이들이 돌아가면서 개인 광고를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

이런 얄팍함. 스타킹이 주는 재미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본질은 전혀 바뀌지 않지만 그 포장지만 여러 번 바꾸어서 동일한 내용을 반복하는 것. 그 당시에 가장 잘나가고 관심 있는 분야나 부분을 차용해서 화제에 오르내리지만 어떤 깊이도 연구도 없이 그냥 포장하는 것에만 급급합니다. 장기자랑이라고 내세우고 별종들을 TV화면에 내보내지만 매주 무엇이 다른지 잘 구분이 안가는 프로그램. 그래서 지난 추석특집처럼 이름만 바뀐 스타킹 류의 프로그램을 거의 매일 한 차례씩 방송을 해도 그 차이가 무언지 알 수가 없는 그런 것이죠. 동네스타S의 탄생 역시도 이런 민망한 따라하기의 일부분이었어요.

그러고 보니 다음 주 예고편을 보니 오디션 방식 프로그램의 최고 화제 인물 폴 포츠도 다시 출연한다는 군요. 이렇게 동네스타S 역시도 이전의 다른 포맷들처럼 또 몇 주를 우려먹은 다음에는 사라질 꼭지입니다. 어쩌면 MBC가 다른 방식으로 따라하고 있는 위대한 탄생이 또 다른 빅 히트를 치게 되면 이번엔 우연한 탄생이란 포맷을 스타킹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몇 번을 반복해서 이야기했지만 이런 막장 프로그램에 왜 강호동 같은 재능이 허비되는지, 장식품으로 나온 잘나가는 아이돌 패널들이 왜 거기 앉아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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