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어린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액체괴물'(슬라임) 장난감 대부분에서 생식·발달 독성을 지닌 붕소 화합물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논란이다. 아이들의 생식과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이를 규제할 수 있는 기준치마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보건대학원은 2일 '액체괴물'의 붕소 화합물의 함량을 분석한 결과 30개 제품 중 25개에서 붕소가 유럽연합(EU)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U는 장난감의 붕소 화합물 함량 기준을 1kg당 300mg으로 규정하고 있다. 연구진은 초등학교 문구점 2곳에서 구매한 '액체괴물' 22개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 8개 등 총 30개의 제품을 분석해 결과를 내놨다. 주변에서 흔하게 구매 가능한 '액체괴물' 중 상당수가 EU기준을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내에는 아직 장난감에 대한 붕소 화합물 기준치가 없어 정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어린아이들의 생식과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이 시중에서 무차별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상황을 정부가 방관했다는 지적이다.

해당 연구를 담당한 이기영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한국에서는 신고만 하고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며 "판매가 시작된 이후 문제가 생기면 리콜 조치를 하게 되지만, 이미 만든 제품에 대한 처리가 쉽지 않다"고 비판했다. 별다른 기준치가 없는 상황에서 신고제로 제품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제품에 대한 조치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어 이 교수는 "KC마크라는 게 있는데, 사실 (붕소 화합물이 검출된)25개 중 24개가 KC마크가 있었다"면서 "정부에서는 좀 더 철저한 조사를 실시해 이런 물질들이 낮게 되도록 유도를 해야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KC마크'는 국가통합인증마크로 제품이 안전기준을 제대로 지켰는지, 인체에 무해한 재질로 만들어 졌는지 등에 대한 안전 인증마크다. '액체괴물' 붕소 화합물 검출 문제에 대해 KC마크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액체괴물'에서는 지속적으로 유해물질이 발견되고 있다. 기존 조사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된 방부제 원료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과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하이드, 환경 호르몬인 프탈레이트 등이 검출된 바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걱정되는 부분은 아이들이 가지고 놀다가 입을 만지는 수가 있다"며 "입을 통해 들어오는 경우 흡수율이 좀 더 높다. 그런 경우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 교수는 '액체괴물'을 하루 30분 정도 가지고 노는 것은 인체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장난감 사용이 불가피하다면 가능한 한 짧은 시간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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