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각의 우승으로 슈퍼스타K2가 기나긴 장정을 마쳤다. 허각의 우승이 의외의 결과라고 할 수 없는 것이 지난주부터 허각이 존박과 장재인을 월등하게 앞서가고 있었다는 데이터 발표가 있었다. 결과로 봐서는 존박 대세론이 존박을 불리하게 했다는 분석이 우선 가능하다. 또한 가수 본연에 대해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이 모아져 장재인 신드롬을 낳기까지 한 대중의 기호변화 혹은 다양성 추구라는 더 긍정적인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엠넷쪽에서는 허 각이 아닌 존 박의 우승을 바랐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물론 그런 시나리오 아닌 시나리오의 가장 큰 변수는 장재인이었다. 또한 서인국도 슈퍼스타K2의 이면에서 대중의 단순한 문자 한 통의 결정에 나름의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작년 조문근을 선택하지 않은 어떤 후회도 없지 않을 것이다. 허 각은 심사위원 평가만이 아니라 온라인, 문자 투표에서 존 박을 압도적으로 따돌렸다.

길고 길었던 슈퍼스타K의 승자는 허각이 됐지만 실질적인 슈퍼스타는 슈퍼스타K 자신일 것이다. 속편은 실패한다는데, 하이킥에 이어서 슈퍼스타K가 통설을 깨도 아주 통렬하게 깨버렸다. 그뿐 아니라 개그 콘서트에도 영향을 끼쳤으며 아류라고 하기에는 과거의 이력을 갖고 있는 MBC가 사장의 직접 지시에 의해서 또 다시 오디션 프로그램을 편성하게끔 했다. 이쯤 되면 케이블과 공중파의 벽이 무너진 것은 물론이고 거꾸로 따라 하기 열풍까지 이끌어냈으니 이런 역전이 또 없을 것이다.

올해 예능은 이 슈퍼스타K로 결론낼 수 있다. 물론 아직도 공중파 최고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에는 한참 뒤처지는 것이 분명하지만 특정 몇 프로그램 외에는 대부분 부진의 늪에 빠진 예능이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슈퍼스타K를 연구. 분석하는 것이 필연적일 것이다. 슈퍼스타K와는 많이 다르지만 오디션을 통해서 진작부터 강력한 히트 예감을 주었던 남자의 자격 합창 역시 빠트릴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슈퍼스타K는 분명 엠넷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고 보기는 어렵다. 멀리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고, 과거 MBC 쇼바이벌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적지 않은 가수들이 현재도 가요계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또한 슈퍼스타K는 장점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초반부터 장동민 문제라든가 TOP11이 선발된 이후에도 문자투표의 투명성 그리고 슈퍼스타K 자체가 현 가요계의 문제점을 전혀 개선하지 못한다는 비판 등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러나 결국 슈퍼스타K에게 주어질 마지막 수식어는 예능 대박이라는 단어일 뿐이다. 슈퍼스타K를 따라다니는 이런저런 구설수와 문제점은 장미에게 가시가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는 것처럼 성공의 화려한 빛에 가려질 그림자에 불과하다. 성공 앞에 어떤 비판이 힘을 얻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엠넷의 방식을 그대로 수긍하거나 인정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오피니언 리더 없이 지혜를 발휘한 대중의 묵묵한 힘이 고쳐놓을 것이다.

또한 자존심을 버리고 케이블 방송 따라잡기에 나선 MBC의 화려한 탄생이 가져올 여파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비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화려한 탄생이 잘되면 잘되는 데로, 또는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그 결과에는 슈퍼스타K의 문제점이 함께 따라붙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슈퍼스타K2는 슈퍼스타K1의 문제점들을 시스템적으로는 개선하지 못했다. 그런 문제점들을 대중이 바로잡은 것에 불과할 따름이다.

MBC 화려한 탄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아직 예상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슈퍼스타K의 인기를 앞지르기는 힘들 것이다. 아무리 과거 쇼바이벌 운영 경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과 슈퍼스트K는 많이 다른데도 준비과정 없이 서둘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차별성과 완성도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화려한 탄생이 아니라 일반 예능 프로그렘 제작진들이 슈퍼스타K가 성공한 원인과 방법에 대해서 알아내는 것이 될 것이다.

방송의 양방향 소통이란 용어는 이제는 전혀 생소한 말이 아니지만 대부분의 예능은 시청자와의 소통이나 참여에 대해서 대단히 인색하다. 그러나 1박2일의 시청자 투어가 대박을 내는 등 연예인이 아닌 대중이 참여한 프로그램치고 실패한 경우가 없었다. 슈퍼스타K를 보면 구체적인 심사평은 이승철, 엄정화, 윤종신이 했지만 실제 출연자의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말하지 않는 투표 90%의 힘이었다.

그 90%의 힘이 케이블 대박을 이루게 한 결정적인 힘이다. 그것이 슈퍼스타K에 국한된 것이라고 보기에는 그 성공의 정도가 너무 크다. 도토리 키재기 하는 버라이어티에 식상한 대중에게 새로운 흥미를 가져다 준 슈퍼스타K가 예고하는 예능 트렌드 중 가장 핵심은 참여와 소통이 아닐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