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KBS 최경영 기자가 쓴 [한국언론 오도독]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제목은 ‘언론만 보면 한국 경제는 곧 망할 것 같습니다’였다. 이 기사의 핵심은 2004년부터 2013년까지의 자료로 2018년을 규정하는 모순 혹은 왜곡을 지적하는 부분이다. 이 문제를 지적한 언론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조국 수석이 말한 ‘삼인성호(三人成虎)’의 위력이 제대로 발휘되어 너도나도 한국경제가 엉망이 돼버렸다고 믿게 되었다.

2018년은 그렇게 경제이슈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꺾이는 현상을 보였다.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을 통한 집중포화의 결과였다. 원인은 최저임금 인상이었고, 이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크게 이슈화됐다. 최저임금 이슈가 현실을 기망한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으나, 이미 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의 실책이라는 프레임이 굳어진 이후에 민심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보수언론들이 경제 이슈로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이유는 과거와 달리 이제는 색깔론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민주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재탕, 삼탕되던 색깔론의 퇴출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의미한다. 그렇게 힘을 잃은 색깔론 대체재를 찾다가 얻어걸린 것이 최저임금논란이었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패로 몰아가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뉴스룸 신년특집 대토론 ‘2019년 한국 어디로 가나’

2일 JTBC에서 신년 토론이 있었다. 정부쪽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출연하고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와 김용근 한국경총 부회장이 이에 맞섰다. 80분가량 이어진 토론의 핵심은 사실상 한 가지 내용의 반복이었다. 한국경제가 위기라는 주장과,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과장되거나 왜곡되었다는 입장의 충돌이었다.

특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부분적인 문제로 한국경제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는 일을 경계하는 입장이었다. 유시민 작가는 “심하게 표현하면 기득권층 이익을 해치거나 해칠 가능성이 있는 정책을 막으려는 시도”라고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국경제 위기론을 주장한 신세돈 교수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연속 8개월 하락하고 있다”면서 50년 경제역사상 매우 심각한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가 주장한 대로 부분은 사실과 다르지 않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한 유시민 이사장의 질문과 지적은 유의미했다. 유 이사장은 “가처분 소득이 정부의 정책 때문에 더 올라갈 수 있는 게 못 올라간 건지, 내버려 뒀으면 더 내려갈 것이 현상유지라도 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지적은 날카롭고 현명했다.

2018년 한국은 수출액을 6000억 달러를 넘겨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에 해당한다. 조선업계도 중국에 내어줬던 선박수주 1위 자리를 6년 만에 되찾아왔다. 또한 인천공항 하루 평균 이용객이 사상 처음으로 20만 명을 돌파했다. 이 헤드라인들을 단순하게 받아들일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경제가 망했다는 말과는 괴리가 큰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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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경제위기론을 수긍할 수 있다면, 수출로 인한 수익이 노동자나 서민가계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으로 쌓이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한 마디로 가계가 소비하도록 소득을 올려줌으로써 불황을 극복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기재부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민간소비가 2011년 이후 7년 만에 최대수준의 증가”했으며 “2005년 이후 처음으로 GDP 성장률보다 높은 증가세”를 보일 것을 예상했다.

‘경제 위기’, ‘경제 폭망설’에도 불구하고 임금이 오르고, 정부 지원의 저소득층 지원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봐도 좋은 지표이다. 민간소비가 늘어난다는 것은 불황 타개의 출구가 보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높은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과도한 수수료 등의 어려움에 임금인상이라는 부담을 지게 된 자영업자들의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되겠지만, 적어도 소득주도성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시장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은 시행한 지 일 년밖에 되지 않았다. 수십 년 이어온 기업주도성장의 구도를 개선하기에는 너무도 짧은 기간이다. 당연히 현재 겪는 한국경제의 문제점은 과거로부터 온 구조적 문제들로 인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소득주도성장의 문제로 경제가 어렵다는 ‘경제위기’ 프레임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소득주도성장을 판단하고, 비판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다. 그럼에도 민간소비가 증가했다는 사실에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것이 비관보다 낫지 않겠는가.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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