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인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의 최대 화제작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일찌감치 미국에서 개봉하여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하고 있던 이 영화는, 이미 <블레어 위치>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던 페이크 다큐의 열풍을 재점화하며 역사에 길이 남게 됐습니다. 고작 15,000불을 투자하여 미국에서만 1억 불이 넘는 수입을 올리면서 전설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영화가 됐죠. 거기에다 하마터면 사장될 뻔했었으나 스티븐 스필버그가 수렁에서 건져낸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국내에서 집중적인 조명을 받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직접 기획하고 연출한 오렌 펠리는 단번에 할리우드에서 탄탄대로를 달리게 됐고, 흥행에서의 이러한 대성공을 가만히 내버려둘 리 없는 할리우드는 속편을 제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1편을 배급했던 파라마운트가 이번엔 제작까지 나섰습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2>의 제작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는 우선 콧방귀부터 뀌었습니다. 페이크 다큐임이 다 알려진 마당에 이제 뭘로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겠냐는 의미에서 말입니다. 모름지기 페이크 다큐라면 단 1%라도 관객들에게 "눈앞에 보이는 건 실제 있었던 일이다"라는 착각을 심어줘야 약발이 먹힙니다. 솔직히 말해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보면서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대신 그 1%의 틈을 노릴 수 있었던 것이죠. 또한 '집'이라는 아주 일상적인 공간으로 카메라를 끌어온 것도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클로버 필드>와 비교를 해보면 미세한 의구심이나마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훨씬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게 낱낱이 밝혀진 판국에 <파라노말 액티비티2>는 시시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설마... 아니겠지?"와 " 또 구라치고 있네"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니까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게 또 그렇지만은 않더군요. 자, 페이크 다큐가 아니라 일반적인 장르 영화를 한번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고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극장에서 보는 영화가 허구임을 알고 있습니다. (몇몇 철딱서니 없는 어른들도 영화와 현실을 구분 못하긴 합니다) 당장 할리우드에서 흥행 역대 탑 10에 제목을 올리고 있는 영화들만 봐도 죄다 허구입니다. 심지어 때로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하더라도 극적인 효과를 위해 일정부분 과장이나 날조가 덧붙여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해당 영화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왜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우리들은 극장에서 영화를 통해 100%의 리얼리티를 보고자 하는 게 아니거니와 그런 영화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관객들을 만족시키려면 허구임을 전제로 하더라도 얼마나 진짜처럼 보이느냐가 관건일 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완성도가 꽤 높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중반까지 거의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일상적인 화면만을 내보냅니다. 아니, 지루함을 느꼈다고 해도 전혀 무리가 아닙니다. 그만큼 시종일관 아주 평범한 두 사람의 일과를 보여주면서 간간이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게 역발상이랄 수도 있는데,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여타 공포영화와 달리 자극적인 화면이나 이야기를 열거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전개를 해나갑니다. 으레 들리는 자극적인 음향효과도 없습니다. 바로 이러한 연출이 페이크 다큐인 척하는 것과 맞물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것입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일반적인 공포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면 허접하기 짝이 없었을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인위적인 연출이 가해졌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자기 손으로 밝히는 꼴이 되니까요. 그러나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공포영화가 아닌 척한 것이 도리어 이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려줬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공간적 배경마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집을 택하면서 1%의 틈은 시간이 흐르며 차츰차츰 더 벌어지게 됐습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죠.

<파라노말 액티비티2>는 이를테면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프리퀄에 해당합니다. 전편의 주인공이었던 미카와 케이티도 초반에 "미카가 죽기 60일 전"이라는 자막과 함께 등장합니다. 그러면서 영화는 케이티가 어떻게 하여 악령에 씌이게 됐는지의 과정을 보여줍니다만... <파라노말 액티비티2>도 전편의 기본 포맷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이미 다 가짜임이 밝혀졌는데 속편을 제작하기로 했다면 과연 어떤 색다름을 보여줄까 했던 기대와 달리 특별할 게 딱히 없었습니다. 집에서 단 1분도 벗어나지 않는 것부터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한번씩 낚싯대를 깔짝거리는 것까지, <파라노말 액티비티2>는 전작이 보여줬던 노선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습니다. 단지 전편에서는 주요등장인물이 미카와 케이티 단 두 사람이었던 데 반해 이번에는 개와 두 명의 아이가 추가됐습니다. 그나마 이것이라도 있어서 조금은 더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현미경으로 확대를 해봐도 <파라노말 액티비티2>는 전편의 영광에 기대려고 하는 속편의 습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순수한 완성도만큼은 꽤 괜찮습니다. 최소한 케이블 채널에서 모 연예인이 진행하는 막장 프로그램처럼 리얼인 척하느라 주구장창 쌩쇼로 일관하는 것보다는 덜 가증스러울 만큼은 됩니다. 요는, 아무래도 이 약발이 관객에게 얼마나 먹히느냐에 달렸습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2>도 전작이 갖춰놓았던 페이크 다큐로서의 훌륭한 자질이 여전한 것은 분명합니다만, 제아무리 효과가 좋은 백신이라도 계속 맞으면 내성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다행인 것은 이제 두 번째 영화라 전편이 꽤 무서우셨던 분들이라면 그래도 아직까지는 웬만큼 만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반대이셨던 분들이라면 아예 안 보시는 편이 나을 겁니다. 이미 자신이 가진 패를 다 보여줬으니 제아무리 손가락 안에 드는 타짜라도 그것을 다 파악한 사람을 상대로는 뻥카가 더 이상 먹혀들 턱이 없으니까요.

원래 내정됐던 케빈 그루터트가 계약에 묶이면서 <쏘우 3D>로 가는 바람에 졸지에 감독을 맡은 토드 윌리암스의 연출은 그런 대로 만족할만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색다름을 보여주기에는 시나리오가 턱없이 부족했지만 답습을 할지언정 전편의 장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최대한 살렸다는 점은 높이 사고 싶습니다.

그런데 오렌 펠리가 참여한 시나리오는 실망이 조금 큽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전편과 차별화할 수 있는 바도 없었고, 마지막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원인에 대한 드립을 치는 대목에서는 쓴웃음이 절로 지어지더군요. 스쳐 지나갔기에 망정이지 자칫 잘못했으면 그 하나가 <파라노말 액티비티2>를 뻔한 공포영화로까지 전락시킬 뻔했습니다. 반면 영리한 점도 한 가지 있긴 합니다. 바로 속편을 프리퀄로 제작했다는 것이죠. 이것은 전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에 비해 조금이라도 더 '1%의 틈'을 남겨두고자 했던 가상한 노력으로 보입니다. 효과는 미미하지만 말이죠.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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