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인심은 참 오묘하다. 지난 한주간 대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화제가 단연 앞섰다. 작가가 교체된 것도 인기 드라마의 도박과도 같은 악수인데 거기에 한술 더 떠서 PD까지 교체가 됐다. 이쯤 되면 거의 사망선고를 내릴 지경인데도 5회 시청률이 24%를 기록한 것을 보면 이런저런 구설수는 악재가 아니라 약재가 된 듯도 싶다. 그러나 아직은 안심할 수는 없는 것이 작가와 PD의 교체가 작품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5회에는 걸 그룹 레인보우를 지나치게 밀어주는 장면 등 전반적으로 무리수를 동반한 내용으로 빈축을 샀는데 6회에 들어서는 앞으로 이 드라마의 전망을 매우 어둡게 해주고 있다. 5회에서 고현정을 맹물로 만들었다는 신랄한 비유도 있었는데 6회에서는 맹물도 모자라 아주 바보로 만들어버렸다. 물론 기성 정치판의 룰을 전면 거부하는 순수하고 답답한 모습까지는 드라마 작법상 필요한 부분이었지만 갑자기 등장한 부랑자가 서혜림을 납치하는 신에서 서혜림은 납득할 수 없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납치범은 공범 없는 단독 범행이었다. 게다가 서혜림을 차 뒷좌석에 밀어 넣고는 강태산이 곧바로 추격을 해서 도망치기 바빴다. 그런데 뒤쫓아 온 하도야가 범행차량에 접근했을 때에 서혜림은 두 손과 입이 청 테이프로 묶여 있었다. 그런데 손목에 테이프를 둘렀지만 손가락은 자유로운 상황에서 입에 어설프게 붙어있는 테이프를 떼지 못하고 무력하게 버버버거리는 서혜림은 성추행범에게 당차게 달려들던 당찬 그녀가 아니었다.
물론 납치라는 일이 남편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가 겹쳐서 정신적으로는 대단히 큰 충격을 받았겠지만 폭력이라고는 운전하다 딱 한 대 맞은 걸로는 서혜림은 입원을 하게 된다. 그리고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빗속에 유세를 강행한다. 서혜림까지는 여러 가지 정황에 감정적으로 비를 맞으며 유세를 할 수는 있다지만 그 대목에서 연설을 듣던 청중들까지도 쓰고 있던 우산을 접는 모습은 감동이 아니라 억지스러웠다. 서혜림의 연설이 구구절절 마음에 와닿는 진실된 것에도 불구하고 과잉 연출이 망쳐버리고 말았다.
감동은 그러라고 억지로 만든 장면에 의해서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백성민이 지자체 보고를 받으러 가는 길에 서혜림을 찾는 식의 개연성을 갖췄을 때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억지스러운 설정은 아무리 막장 드라마라도 초반에는 발생하기 힘든 부분이다. 생방송 상황이 되는 막판에 가서 벌어질 수는 있다. 대물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레임덕 현상이 드라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작가와 PD의 교체로 인한 혼돈 때문일 것이다.
대물은 일본의 슈퍼스타 기무라 타쿠야가 열연했던 <체인지>를 떠오르게 한다. 일본보다는 그래도 조금 나은 한국이라지만 대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단지 배우들의 연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답답한 정치현실을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적어도 고현정, 차인표, 권상우를 오락가락하는 인물로 휘둘러서는 안 될 것이다. 드라마를 통해서 더 정치에 신물나게 할 의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