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지난달 31일 청와대 특별감찰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에 대한 국회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자유한국당은 김용균법 처리 등을 조건으로 내걸고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의 출석을 얻어낸 터였다. 한국당은 운영위 사보임을 단행해 검찰, 경찰, 언론인 출신 의원을 총동원했지만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역공을 받았다. 조선일보는 이런 한국당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회의진행이 편파적이라며 홍영표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자 조선일보는 김동하 기자의 <15시간 '변죽'만 울린 野黨> 기자수첩을 게재했다. 김 기자는 "지난달 31일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 사찰 및 공공 기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국회 운영위원회는 14시간 46분간 이어졌다. 자정이 지나며 해를 넘기게 되자 자유한국당은 회의 차수를 변경해가며 조국 청와대 수석에 대한 공세를 벌였다"며 "하지만 새로운 사실은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회의 시작 전만 해도 한국당은 운영위원을 특감반 의혹 특위 소속 의원들로 전면 교체하며 의욕을 보였다"며 "하지만 실전에 들어가자 김빠지는 질문이 이어졌다. 일부 의원은 목소리를 높이더니 삿대질을 했다. 일부 의원은 목소리를 높이더니 삿대질을 했다. 무리한 질의도 잇따랐다"고 썼다.

김 기자는 "이만희 의원은 조 수석을 상대로 환경부 '블랙리스트' 피해자 중 한 명의 증언이라면서 녹음파일을 틀었다"며 "하지만 목소리의 주인공은 김정주 전 환경산업기술원 본부장이었다"고 썼다. 김 기자는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김 전 본부장은 새누리당 비례대표 23번이었다. 전 정권에서 낙하산 인사로 있다가 쫓겨났다고 폭로한 것'이라고 했다. 임종석 비서실장도 '김정주라는 분, (임기) 3년을 다 마쳤고 퇴임사까지 정상적으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며 "어설픈 폭로로 여권의 역공만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2일자 조선일보 34면 기자수첩.

김 기자는 "역할 분담이 안 돼 비슷한 질문이 반복됐다.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도돌이표처럼 같은 질문이 종일 이어졌다"며 "'박근혜 정부 시절 검찰에서도 기소하지 않은 사안'이라는 청와대의 불완전한 해명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새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 기자는 "본질과 상관없는 '색깔론'도 나왔다. 전희경 의원은 '조국 그는?'이라는 PPT에서 과거 조 수석의 구속 전력을 문제 삼으며 '전대협, 참여연대로 구성된 시대착오적 좌파 정권'이라고 했다"며 "알맹이 없는 운영위는 자정을 넘겨 새해 첫 날인 1월 1일 0시46분에야 끝났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이번 운영위는 언론에서 연일 제기된 특감반 의혹들을 확인하기 위해 소집됐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에 나온 것도 12년 만"이라며 "그런 만큼 특감반 의혹을 제대로 파헤치고 검증했어야 하는 자리였다"고 강조했다. 김 기자는 "하지만 한국당은 15시간 동안 재탕 삼탕식 질의로 변죽만 울리다 끝냈다"며 "각종 의혹에 대한 기초 조사와 사실 확인 작업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줬다"고 비판했다.

김 기자는 "멍석을 깔아놓고 기회를 날린 셈"이라며 "이번 '헛발질'을 본 국민은 한국당이 또다시 콘텐츠 없는 '웰빙 정당'으로 되돌아가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를 가장 먼저 다룬 매체다. 지난해 12월 15일 조선일보 1면에는 <"우윤근 비리 올리자 靑이 나를 쫓아냈다"> 기사가 실렸다. 이후 김 수사관의 폭로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통해 주로 이어졌고, 사건이 확대됐다. 청와대에서 진행된 기자들과 김의겸 대변인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김 대변인이 조선일보 기자에게 언성을 높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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