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에서 죽음의 위기에 처한 진우는 밝은 빛과 함께 나타난 누군가에 의해 구원 받았다. 그라나다에 가면 마스터인 세주를 만날 것이라 확신했지만, 먼저 비서인 정훈을 잃었다. 친구였던 형석처럼 정훈도 게임을 하다 사망했다. 지독한 버그 속에서 해법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지옥도는 점점 섬세해지고 있다.

좀비 NPC가 된 정훈과 재회한 진우, 세주는 언제 만나게 될까?

세주는 정말 게임 안에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세주 역시 사망했지만 시신을 찾지 못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게임과 관련해 세 명이 사망했다. 게임을 만든 세주와 함께했던 마르꼬 한이 첫 사망자다. 그리고 두 번째는 친구였지만 적이 되어버린 형석이었다.

두 사건은 적대적 관계였다는 점에서 그럴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진우나 세주 모두 실제 죽이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고, 게임 속에서 벌어진 일이 현실이 되어버린 것뿐이었다. 하지만 세 번째 정훈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진우를 돕기 위해 함께 그라나다에 가 게임 속 적에게 죽임을 당했다.

tvN 주말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지금까지 전개된 상황과 전혀 다른 결과다. 두 죽음은 게임 유저인 진우와 세주와 관련이 되었다. 하지만 정훈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물론 드러나지 않은 진실이 따로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옥이 된 그라나다에 홀로 내던져져 적들에게 당해 사망했다.

게임에서 죽으면 실제로도 죽는다는 끔찍한 결과다. 물론 이 역시 그라나다에 국한된 상황이지만 끔찍하고 두려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게임과 현실의 경계가 없다면 이는 절대 존재해서는 안 된다. 진우가 1년 동안 미치도록 게임에 몰두한 이유도 그 버그를 찾아내고 수정하기 위함이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주가 필요하다. 세주를 찾기 위해서는 진우가 퀘스트를 풀어내야 한다. 하지만 그 문제를 풀기도 전에 다시 한 번 끔찍한 결과와 마주해야만 했다. 항상 자신의 곁에 있었던 정훈이 게임에서 사망해버렸으니 말이다. 그렇게 정훈도 없이 진우는 알함브라 궁전에 잡혀 있는 마스터를 구하기 위해 홀로 지하감옥으로 들어섰다.

최소 2명 이상이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4명 정도가 힘을 합해야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미션들이라는 점에서 진우 홀로 던전에 들어선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진우는 지하감옥에 들어서기 전 이사로 있는 선호에게 유언장을 보냈다.

만약 자신이 돌아오지 못하면 서버를 꺼 달라고 말이다. 이는 스스로 게임이 큰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 되기 때문이다. 서버를 끊는 것은 게임 출시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와 다름없다. 1년 동안 전사적으로 이 게임에 몰두했다.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는데 게임 출시가 불가능해지면 회사는 망할 가능성이 높다.

tvN 주말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형석의 친아버지이자 진우에게도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던 병준은 그들이 아는 것처럼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뭐든 할 수 있는 냉혹한 존재일 뿐이었다. 회사를 위해 병준은 아들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품은 채 더는 나아가지 않았다.

일반적인 아버지라면 아들 죽음의 비밀을 밝혀내려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병준은 진우를 의심하면서도 포기했다. 이는 진우를 믿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이었다. 1년이 지난 후 병준은 진우를 제이원 홀딩스 대표 자리에서 밀어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진우를 믿고 그라나다를 포기한 희주는 그의 말처럼 회사를 찾았다. 하지만 그 회사에서 확인한 것은 끔찍한 현실뿐이다. 연락두절이던 비서 정훈이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기차역 근처에서 발견된 정훈의 시체에 희주만이 아니라 선호까지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미쳤다고 생각했다. 진우가 미쳤고, 그를 보좌하던 비서 역시 어쩔 수 없이 대표의 생각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렇지 않고 진우가 정상이라면 게임은 엄청난 버그로 출시가 불가능하니 말이다. 하지만 정훈이 그라나다로 가자마자 사망했다.

tvN 주말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진우가 보낸 유언을 희주에게 보여줄 수도 없었다. 정훈의 사망과 연락두절이 된 진우. 지하감옥에 홀로 들어갔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그 유언은 말 그대로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선호로서는 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자신들이 테스트하는 동안 진우가 언급한 그 어떤 버그도 없었지만, 진우가 사실이라면 절대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되니 말이다.

희주는 잠에서 깼다. 정훈이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직접 전해 들었던 그녀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진우와 연락도 되지 않고 게임에서도 그가 사라졌다. 더는 찾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희주는 동생 세주를 봤다. 자신의 집 앞에 두려운 모습으로 서 있는 동생의 모습에 희주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세주를 본 것은 꿈이었다. 희주의 꿈은 예지몽이 될 수 있을까? 던전에 들어서기 전 진우는 유저들의 휴식처인 카페 알카사바에 들어가 '말라가 해적들'에게 '시티헌터'를 찾아줄 것을 요구했다. 진우가 지하감옥에 들어서기 전까지 정훈의 사체도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희주를 모델로 만든 엠마와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진우. 하지만 게임 속 캐릭터일 뿐인 엠마가 진우에게 큰 가치를 전달할 수는 없었다. 의문은 희주가 그라나다에 있는 누구에게 전화를 걸었을까이다. 그녀의 전화가 곧 진우의 목숨을 구한 이유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하감옥에서 말도 안 되는 수많은 적과 싸워야 했던 진우는 죽음 직전까지 몰린 상태에서 동맹이 등장해 문제를 해결했다. 그토록 찾던 '시티헌터' 정훈이었다. 하지만 정훈은 살아있는 것이 아닌 형석과 같은 NPC였다. 형석이 진우를 죽이기 위해 나타나는 것과 달리, 정훈은 진우를 지켜주기 위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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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와 동맹이었다 사망한 정훈은 그렇게 죽은 후에도 그를 지켜주는 동맹으로 남겨졌다. 진우는 처참했다. 자신으로 인해 다시 누군가가 죽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켜줬던 존재인 정훈. 그런 그가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여 그라나다까지 함께한 후 사망했다.

정훈의 모습을 본 후 진우는 모든 것을 잃었다. 자포자기한 채 죽음을 앞둔 상황, 칠흑같이 어두운 곳에서 환한 빛이 내려왔다. 그 빛은 곧 진우를 구해주는 메신저와 같다. 엠마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엠마를 움직인 것이 누구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희주가 급하게 물건들 속에서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건 것과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차갑고 기계적이기만 했던 NPC 엠마가 진우를 구한 구세주일 가능성도 높다. 세주가 누나인 희주를 모델로 만든 엠마를 단순하게 기타나 치는 존재로 만들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여전히 암흑 속이다. 예고편에서 진우는 대표 자리마저 빼앗겼다. 하지만 세주는 돌아오지 않았다. 마스터가 제안했던 퀘스트를 풀지 못했다는 점에서 세주를 찾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이 복잡한 상황 속에서 과연 진우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결국 모든 문제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은 희주의 몫이 되었다. 동생을 찾기 위해 스스로 진우와 함께 거대한 게임 속으로 들어설 가능성이 점점 높아져 가니 말이다. 

장영 기자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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