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사찰 침묵하는 언론도 진실 규명 취재에 나서야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일파만파로 커진 ‘언론사 간부 성향 보고’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차기 정부의 국정 운영을 준비하기 위해 구성한 인수위의 ‘성향’을 의심케하는 놀라운 사건 임에도 진상 조사 실시를 말하지 않고 있다. 문광부 파견 전문위원의 불장난이었고 이를 ‘일부 언론’만이 정치적 의도로 물고 늘어진다는 식이다. 인수위는 헤프닝이라고 우기고 ‘일부 언론’은 언론통제 의도라고 보도하면서 진실은 사라진 채 공방으로 변질될 우려조차 낳고 있다. 그리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일부 언론에서 ‘제외’된 언론은 이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옹색한 인수위 변명을 거들고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명박 정부는 방송과 통신을 융합해 정책 권한을 정부로 환수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른바 옛 공보처식 언론통제 정책의 부활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 이하 언론노조) 등 언론 단체와 시민사회 단체가 방송 정책권을 현재처럼 독립된 합의제 위원회 권한으로 둬야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유지할 수 있다고 누차 지적했음에도 ‘소귀에 경 읽기’였다. 한나라당이 틈날 때마다 외친 ‘잃어버린 10년’의 원인이 방송 장악 실패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여기에 ‘일부 언론’이 도곡동 땅 문제와 BBK 의혹 등 후보시절 이명박 당선자가 꺼리는 사안을 지속적으로 취재했던 것도 ‘눈엣 가시’로 여기고 있었다. 다만 한나라당의 협박 대상 언론이 대선 시기에는 MBC로 집중됐을 뿐이었다. 반면 신문에 대해서는 우군이라 여기는 족벌 언론에게 신문법 폐지 등을 통해 모든 것을 퍼주려는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언론노조는 이번 사안을 헤프닝으로 볼 수 없게 만드는 현실이 불과 몇 개월전 벌어졌음을 똑똑히 기억한다. 지난해 9월 21일 후보시절 이명박 당선자의 미디어 정책 핵심 참모였던 현 인수위 전문위원의 발언이다. 뉴스 콘텐츠 저작권자 협의회 회장단 및 보수 인터넷 매체 대표자와 만난 이 자리에서 문제의 전문 위원은 “네이버(Naver)는 평정됐지만 다음(Daum)은 폭탄”이라는 발언을 했다. 이미 이명박 당선자와 측근들은 인터넷 포털의 ‘성향’을 분석해 왔으며 주도면밀한 대응을 해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닌가?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지만 이번 ‘언론 사찰’ 과정에 문제의 전문위원이 개입됐다는 보도까지 이어지면서 인수위 해명과 달리 ‘언론 사찰’이 공모와 지시에 의해 진행됐을 개연성을 충분히 내비치고 있다. 이 정도 사안이면 당사자와 공모자는 당연히 직권 남용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그럼에도 인수위는 당사자 진술만을 들은 채 공모는 없었다며 ‘단독 돌출 행동’이라고 우기고 있다. 인수위가 수사기관인가? 오만방자해도 유분수다. 이것도 모자라 인수위 내부 공모 개연성을 인용 보도하는 언론사에 대해 법적 대응하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이명박 당선자와 인수위의 언론관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와 인수위는 똑똑히 들어라. 누가봐도 ‘언론사 간부 성향 보고’는 언론사찰 의혹을 떨칠 수 없다. 또한 법과 질서의 확립이란 원칙적인 부분만 보더라도 해당 전문위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고 공모와 윗선의 개입 여부를 밝혀줄 것을 수사 의뢰해 땅에 떨어진 신뢰를 조금이나마 추스르기를 충고한다. 아울러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5공 정권 협력 전력과 이번 언론 사찰 사태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마땅할 것이다.

언론 통제에 침묵하는 언론들도 각성하길 촉구한다. 참여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에 대해서는 언론자유 침해라며 열을 올리던 다수 언론이 정작 언론 자유 말살과 인권 침해 등 훨씬 본질적인 사안에 침묵하는 것은 결코 옳지 못한 태도이다. 지금이라도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 자유, 인권 보호라는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언론 본연의 취재를 시작하길 촉구한다. 만약 더 이상 미적거린다면 국민들은 더 이상 침묵하는 언론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며 특정 정부에 부역한 언론으로 기억할 것이다.

2008년 1월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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