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편집부] ‘2018년 올해의 미디어 이슈’는 미디어스를 통해 보도된 지난 1년을 정리한 것으로 각각의 매체가 내놓은 한 해와 대동소이할 것으로 판단된다. 2018년 미디어 이슈에서 미디어업계 또한 산업으로서 노동 관련 문제에서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라 수면 아래에 있었던 오래된 문제다. 사건과 여론을 전하는 미디어업계에서 방송계 갑질, 비정규직과 외주라는 자신의 노동문제는 뒷전이었다. 미디어업계의 노동 문제는 시스템과 결부될 수밖에 없다. 2019년에는 미디어업계에도 시스템의 변화를 기대해본다.

◆ ‘상품권 페이’와 방송계 갑질

한겨레21은 <열심히 일한 당신 상품권으로 받아라?> 보도를 통해 KBS·SBS가 프리랜서 스태프에게 상품권으로 임금을 지급한 사실을 폭로했다. 방송계 내부에서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횡횡해왔던 악습이 드러난 것이다.

이후 스태프·작가·프리랜서 PD 등 방송계 비정규직 직원들은 방송사의 갑질을 연이어 고발했다. 방송계 비정규직 스태프들은 하루 20시간이 넘는 촬영을 진행했으며, 막내 작가는 최저 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임금을 받아왔다. 보도 이후 방송계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이 조금씩 나타났으며, 비정규직의 노동조합인 희망연대 방송스태프지부가 탄생했다. 또 고 이한빛 PD를 기리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만들어졌다.

▲한겨레21 1195호 표지 (사진=한겨레21)

◆ 조선일보, ‘제3자 기사전송’으로 네이버·다음 48시간 노출 중단

7월 25일 조선일보가 네이버와 다음에서 사라졌다. 미디어스 취재결과 조선일보가 연예매체 ‘더스타’의 기사를 네이버·다음 등에 무단으로 대리 송출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네이버·카카오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규정한 부정행위로, 조선일보는 ‘포털 48시간 노출 중단’과 ‘재평가’제재를 받았다.

제휴평가위가 대형 언론사에 봐주기를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실제 제휴평가위가 집계한 조선일보의 벌점은 6월 한 달에만 네이버 59점, 카카오 73점에 달했다. 하지만 제휴평가위는 벌점에 상응하는 제재를 내리지 않았고, 재평가에서도 조선일보를 무리 없이 통과시켰다.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제휴평가위 회의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변화는 없었다.

◆ 방통심의위의 청부 심의 들통나다

3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청부 심의’ 적폐가 들통났다. 방통심의위의 김 모 팀장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지시를 받아 대리 민원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김 모 팀장은 일반인 명의를 빌려서 46건의 방송 관련 민원을 신청했다. 이 중에는 KBS <뿌리 깊은 미래>, JTBC <괌 배치 사드 관련 외신 보도 오역> 등 정치적인 안건도 포함돼 있었다.

방통심의위는 김 모 팀장을 파면하고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해 수사를 요청했다. 이후 김 모 팀장은 노동청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방통심의위는 청부 심의의 핵심인 전 위원장·부위원장에 대해 수사의뢰를 했고, 현재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드루킹의 네이버 댓글 조작 사건

3월 드루킹 김동원 씨가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됐다. 김동원 씨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을 만들어 회원들과 함께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김경수 경남도지사(당시 민주당 의원)가 댓글 조작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나왔고, 고 노회찬 의원이 드루킹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드루킹의 댓글 조작 사건 이후 노회찬 의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허익범 특검팀은 드루킹 김동원 씨와 김경수 도지사에 대해 각각 징역 7년·징역 5년을 구형했다. 언론은 “네이버의 댓글 시스템이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내놨고, 네이버는 댓글 정책 선택권을 언론사에 넘겼다.

◆ 양승태 사법부와 조선일보

7월 31일 법원행정처는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거래'와 관련된 미공개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 따르면 양승태 사법부는 상고법원 도입 홍보를 위해 조선일보를 활용했다. 양승태 사법부는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 전략>·<조선일보 보도 요청사항> 등의 문건을 작성해 조선일보에 홍보를 요청했다. 실제 조선일보는 2015년 상고법원 도입을 촉구하는 기사와 사설을 수차례 게재한 바 있다.

이후 조선일보는 양승태 사법부가 경향신문 등 다른 언론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했다며 물타기에 나섰다. 또 지난 9월 30일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자 사설을 통해 "법치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편들기에 나섰다.

조선일보가 자사 주주와 관련된 재판을 청탁한 의혹도 드러났다. 2015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에게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는데, 조선일보 최고위급 인사가 이민걸 당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에게 ‘재판을 잘 봐달라’고 부탁했다는 진술이 나온 것이다. 동국제강은 TV조선의 주주로 참여한 바 있다.

◆ 지상파에 부는 넷플릭스 바람

2016년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OTT 넷플릭스의 국내 위상이 사뭇 달라진 한 해였다. 넷플릭스는 올해 한국을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며 국내 콘텐츠 판권 구매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박차를 가했다. 또한 LGU+와의 제휴를 통해 안방 시장 공략에 나섰다.

넷플릭스의 국내 영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지상파 방송사의 대처도 이전과는 미묘한 차이를 나타냈다. 그동안 지상파는 국내 콘텐츠 시장이 글로벌 OTT의 콘텐츠 생산 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로 넷플릭스에 프로그램 공급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올해 그 벽이 허물어지는 듯한 몇 몇 사례들이 등장했다. 지상파는 넷플릭스와 방송된 지 1년 이상 지난 '구작'에 한해 공급 협상을 진행, 최근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졌으며 SBS는 지난 달 단막극 '사의찬미'를 넷플릭스에 공급했다. 글로벌 OTT의 국내 진출로 플랫폼사업자이자 콘텐츠사업자인 국내 지상파의 고민이 본격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KBS·MBC 등 공영방송에서 구성원 중심으로 '정상화' 물결이 일었고, 그 결과 경영진이 교체돼 공영방송 정상화의 시동을 걸었던 한 해였다. 이른바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과제 아래 두 공영방송사는 과거 불공정보도, 부당인사 등의 사례를 조사하는 기구를 출범시켰다. 이에 따라 다수의 블랙리스트, 보도개입, 부당인사 등 불공정 사례가 적발되었다.

그러나 경영진 교체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미디어환경 속 두 공영방송사는 전례없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고 콘텐츠 투자에 나섰지만 녹록지 않다. TV 시청률은 물론 온라인 도달률에 있어서도 경쟁사인 종편·PP 등에 점유율을 빼앗기며 방송 시장에서 고전을 치르고 있다. 이는 광고매출 하락으로 이어져 일종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정상화의 물결을 타고 탄생한 두 공영방송이 위기를 기회로 바꿔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017년 9월 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MBC본부의 총파업 출정식 모습(사진=미디어스, 연합뉴스)

◆ 언론에서 시작되고 언론에 의해 훼손된 이름, '미투'

"성폭력 피해자분들께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것을 얘기해주고 싶어서 나왔다. 제가 그것을 깨닫는 데 8년이 걸렸습니다"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자신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서 한국에서의 '미투 운동'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자신이 소속된 체제 내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던 피해자들은 용기를 내어 카메라와 마이크, 즉 언론 앞에 서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를 훼손한 것 역시 언론이었다. 성추행·성폭행 가해행위를 자세하게 묘사하거나, 가해 지목자의 업적을 부각하거나, 가해 지목자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거나, 클릭 수 유도를 위해 사건을 선정적으로 묘사하거나 제목을 다는 등 2차 피해를 유발하는 언론보도가 속출했다.

한편, 아직까지도 포털사이트에 '미투'를 검색하면 피해자성을 부각하는 '나도 당했다'라는 용어 해석이 언론에서 나온다. 이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사회 문제를 고발하는 '미투'와는 거리가 먼 해석으로, 언론이 '미투'를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월 29일자 JTBC<뉴스룸> 서지현 검사 인터뷰 화면 갈무리

◆ 정부 가짜뉴스 대책 논란

한겨레는 올해 탐사기획 '가짜뉴스의 뿌리를 찾아서'를 통해 '에스더기도운동'이라는 가짜뉴스 생산지의 실체를 폭로했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돌연 가짜뉴스 근절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가짜뉴스'에 대한 정의마저 애매한 상황 속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의 강력 대책 마련 지시가 떨어졌고, 정부·여당은 대책 마련에 발빠르게 나섰다.

그러나 정부는 이내 야당 뿐 아니라 시민사회와 학계의 비판에 직면했다. 정부는 '가짜뉴스'라는 표현을 '허위조작정보'로 수정하며 반대여론을 수습에 나섰지만 논란은 지속됐다.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큰 정부의 대책에 우려를 표하는 여론이 진영논리를 떠나 나타났다. 결국 발표 예정이었던 범정부 가짜뉴스 근절 대책은 무산됐고,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자율규제와 미디어 리터러시를 중점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 방정오, 딸 갑질 논란으로 사퇴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의 초등학생 딸이 운전기사를 향해 폭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방 대표는 이 사건으로 TV조선 대표이사직을 사퇴했다.

MBC는 지난달 <허드렛일에 폭언까지... "나는 머슴이었다"> 리포트를 통해 조선일보 사주일가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던 A씨가 방 대표의 초등학생 딸로부터 이른바 '갑질'을 당해 해고된 사연을 보도했다. 여기에 더해 조선일보 사주일가는 운전기사의 월급을 '디지틀조선일보'에서 지급한 것으로 밝혀져 배임·횡령 부분이 지적됐다. 이후 미디어오늘이 <[단독] 조선일보 사장 손녀, 운전기사 '폭언' 녹취록 공개> 기사를 게재하면서 논란이 크게 확산됐다.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는 '조선일보 손녀', '방정오 딸' 등으로 채워졌고, 결국 방 대표는 "자식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대표이사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한편, 보도 과정에서 초등학생 딸의 음성 녹취가 공개되는 것이 적절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국기자협회보 편집위원회는 <'TV조선 대표 딸'의 폭언만 남은 보도>에서 자극적인 음성 녹취 공개로 보도의 본질인 배임·횡령 문제는 가려진 채 어린아이의 인권이 침해당했다는 내용의 사설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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