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일이 똑같은 일상의 활력을 위해서, 뭘 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 같은 막막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 무언가 기적과도 같은 계기가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대중의 사랑과 관심으로 성장하는 스포츠나 문화계에서 팬들을 불러 모으고, 관심을 제고시키기 위해선 더더욱 그렇죠. 어느 한 사람, 한 팀, 한 대회에서의 성공은 상황을 반전시키고 변화의 출발점을 만들어 주기 위해선 절실하게 필요해요. 고맙게도, 하지만 그렇기엔 너무나도 불행하게도 우리에겐 기적이 너무나도, 지나치게 많습니다. 열악한 훈련환경, 빈약한 지원, 마치 유행을 즐기는 것처럼 열광하다 순식간에 식어버리는 대중들의 관심. 이 모든 난관을 이기고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수많은 재능들이 너무나도 많아요.
하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말은 많고 이들의 성공과 신화를 이용해 그 위광에 살짝 편승하려는 높으신 분들도 허다하지만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냥 대회 때 반짝 관심과 환호를 보내고, 여기저기 사진을 찍기 위해 불려 다닌 자리에서 입으로는 지원과 건립을 약속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건 모두 그때의 화려한 순간 당시의 상찬입니다. 정작 이래저래 약속한 것들을 이행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해주기 위해 검토에 나서면 언제나 다른 여러 사업 사이에서 우선순위에 밀리고,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변명을 먼저 찾아내고, 흐지부지 없었던 일로 치부해버리죠.
김연아 빙싱장으로 불리던, 국내 최초의 피겨 전문 링크장 건립을 위한 시도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는, 익히 예상했던 소식을 또 한번 접했습니다. 자신은 국내에서 훈련 장소를 찾지 못해 해외를 전전해야 했지만 후배들에게도 그런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희망을 담아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오세훈 서울 시장에게도 부탁하고, 그녀가 학생시절을 보낸 군포 시에서도 자체적으로 준비하던 모든 계획들이 적자투성이인 지방정부의 살림살이 때문에 예산 문제를 이유로 백지화되었다는 소식이죠. 그래도 여왕 김연아니까, 공식 석상에서 공공연히 약속한 것이니까 혹시나 하고 했던 기대가 역시나로 바뀌는 소식이었죠. 이번에도 그냥 그렇게 높으신 분의 립서비스만으로 끝나는 가혹한 희망 고문이었어요.
그들 지방정부가 빚을 지면서도 강행했던 수많은 토목 사업들, 아직도 쉴 새 없이 삽질을 멈추지 않는 사업들에 비해 그런 투자가 가치가 없는 것인지 여기에서 따질 생각은 없습니다. 하도 여기저기 삽질을 하는 것들이 많아 무엇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 어떤 것이 중요한 것인지 상식적인 판단도 희미해지는 것이 요즘 나라가 돌아가는 꼴이니까요. 다만 몇 차례에 걸쳐 반복되는, 생색은 있는 대로 내고, 각종 핑크빛 약속들을 남발하며 그런 인기에 편승하다가 대중들의 관심이 멀어지면 슬그머니 취소하고 천재들은 또 다시 개인의 노력과 희생으로 고군분투해야 하는 상황이 짜증난다는 것입니다. 그래놓고 또 다른 천재, 우울한 환경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둔 기적이 일어나면 또 한번 지원을 약속하고 조용하게 모른 척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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