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가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관련해 국민추천이사제를 통한 중립지대 형성과 사장선임 시 국민 의견수렴 의무화 등 정치적 후견주의를 완화하겠다는 개선안을 내놨다. 현행 제도보다 진일보 한 내용의 개선안이라는 평가와 함께 '정치적 후견주의'를 청산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통위는 26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편성·제작 자율성 제고를 위한 정책 의견서를 발표했다.

KBS·MBC 사옥 (미디어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주요 내용으로는 우선 '국민추천이사제'(가칭)이 꼽힌다. 이는 앞서 방통위 산하 방송미래발전위원회가 제안한 공영방송 이사회 내 '중립지대' 형성과 맥락을 같이 한다. 공영방송 이사 정원을 13명으로 늘리고, 이 중 3분의 1일 이상 또는 일정 수 이상을 국민의견을 수렴해 방통위 상임위원 전원합의로 선임토록 하는 제도다. 여야 정치권의 이사 추천 관행으로 일종의 '정쟁 대리전' 양상을 보이는 공영방송 이사회에 중립지대를 두어 정치적 후견주의를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회 선임주체를 방통위로 하는 현행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이른바 '박홍근 안'이라고 불리는 여야 정치권의 이사추천을 명문화하는 방송법 개정안과 대조적이다. 또 방통위는 이사회 속기록 공개를 의무화하고, 비공개 시 그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이사회 구성과 함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사장선임과 관련해서는 사장 후보자 추천과정에서 이사회가 국민의견을 직접 듣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의견수렴 절차와 방식은 이사회 운영규정에 반영토록 했다. 사장추천위원회 설치, 특별다수제 도입 여부는 이사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KBS·MBC 등 공영방송 이사회는 사장 선임 과정에서 국민의견을 수렴·반영해왔다. KBS의 경우 사장 후보자 평가에 국민의견 40%를 반영했고, MBC는 국민의견을 수렴해 사장 후보자 면접 시 질문으로 활용했다. 이 같은 전례를 방송법 상에 명문화 시키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편성·제작 자율성 제고를 위한 개선 방안에는 지상파방송 및 종합편성·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대한 사업자·종사자 동수의 편성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편성위원회는 편성·제작의 자율성 침해 여부 판단과 편성규약을 재·개정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편성위원회는 보도·제작·편성 간부 임명 시 종사자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도 마련해야 하며 시청자위원 추천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기도 한다. 다만, 편성위원회가 노사 동수로 구성될 경우 분쟁 발생 소지가 있어 중재기구를 설치해 보완토록 했다.

방통위는 국회 과방위가 내년 2월 처리를 목표로 방송법 개정안 논의에 착수한 만큼 의견서 형태로 개선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이번 의견서는 방통위 상임위원이 수차례 논의를 통해 합의하여 제안한 것에서 그 의미가 크다"며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 제고를 위한 방송관계법 개정 논의가 보다 본격화되길 기대하며 방통위는 향후 국회 논의를 최선을 다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방통위의 개선안을 두고 언론시민사회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정치적 후견주의를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 데 대해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 241개 언론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방송독립시민행동'은 27일 성명을 내어 "우선 방통위가 현행 제도보다 진전된 내용의 개선 의견을 마련한 것은 환영한다"며 "무엇보다도 방통위는 정치권이 적극 검토하고 있는 '공영방송 이사에 대한 국회의 추천권 명시'에 동조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시민행동은 "우려스러운 대목도 적지 않다"며 "특히 방통위가 이사를 선임하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되 이를 '정치적 독립 강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 보다는, '국회의 의견을 반영하면서도 정파적 갈등을 완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지적했다. 현재와 같은 정치권 추천 관행을 일부 인정하는 의견을 내놨다는 지적이다.

이어 시민행동은 "이른바 '정치적 후견주의'는 정치적 개입의 다른 말로, 완화가 아니라 청산 대상"이라며 "정치권 등 외부 개입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시 처벌토록 하는 등의 보다 실효성 있는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시민행동은 지역성, 대표성, 전문성, 이사선임 과정의 투명성 등은 '국민추천이사'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전체 이사 선임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한 보완 대책을 마련해 법 개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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