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에 있었던 한일전을 계기로 '포스트 박지성'은 한국 축구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아직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 나이이기는 해도 이미 본인 스스로 2011 아시안컵 이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데다 설령 이를 번복한다 할지라도 오랜 시간 국가대표로 뛰기는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런 만큼 박지성의 부재에 대한 대표팀 차원의 대안 마련이 절실하게 요구됐고, 부상으로 박지성이 뛰지 못한 가운데 치러진 한일전에서 전반적으로 팀 차원에서 부진한 경기력을 드러내며 '포스트 박지성'이 큰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박지성 같은 선수가 되려면 아무래도 테크닉뿐 아니라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날카로운 패싱플레이, 적절한 움직임, 공수 밸런스를 능수능란하게 조율하며 흐름을 뚫을 수 있는 역할 등을 잘 소화해내야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재치 있는 플레이,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는 역량, 큰 경기에서의 풍부한 경험 같은 것도 뒷받침돼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대표팀 내에서 그런 선수를 당장 찾기에는 아직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나이가 젊고, 경험이 다소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어떻게 보면 '포스트 박지성'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많은 우려를 하고는 있습니다만, 그래도 계속 해서 기량 좋은 젊은 선수들이 꾸준하게 나오는 것은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경험을 쌓으면 그래도 몇 년 후 한국 축구의 중심 선수로 우뚝 설만한 선수들이 곳곳에서 가능성을 드러내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포스트 박지성'을 꼽아볼 만 한 선수는 과연 어떤 선수들이 있을까요.

이청용

▲ 이청용 선수 ⓒ연합뉴스
'블루드래곤' 이청용(볼턴)이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포스트 박지성'으로 거론됩니다.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시작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인 테크닉이나 축구 지능, 경기 운영 능력 면에서 상당히 원숙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이미 U-20 월드컵, 베이징올림픽 등을 거쳐 개인 첫 월드컵이었던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 2골을 뽑아내는 등 큰 경기에 대한 경험도 대단히 풍부한 이청용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데뷔 첫 해부터 좋은 활약을 펼쳐 팀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한 팀의 꼭짓점이 될 만한 자원으로 거듭날 가능성을 서서히 높여나가고 있습니다.

이청용이 주로 측면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고, 그런 반면에 중앙에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경험이 다소 부족해 보이는 약점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시프트 같은 다양한 활용을 통해 이청용에게 보다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고 그러면서 서서히 진화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기본적인 테크닉, 지능 등을 놓고 봤을 때는 충분히 '포스트 박지성'으로서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이미 박지성도 이청용의 기량에 대해 수차례 좋게 평가한 만큼 가장 기대감이 큰 선수는 역시 이청용입니다.

구자철

중앙 미드필더로서 경쟁력과 경험을 두루 갖추고 있는 '차세대 중원사령관' 구자철(제주)도 '포스트 박지성' 유력 후보로 꼽을 수 있습니다. 비록 남아공월드컵 멤버로는 아쉽게 뽑히지 못했지만 1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로 뽑히는 등 기량 면에서 이미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주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재 소속팀 제주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며 선두로 이끄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우고 있는 구자철은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로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경험을 쌓고, 나중에 해외 진출 등을 통해 더 큰 무대에서 더 진화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중원사령관으로서 제 몫을 다 해낼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몸싸움이나 상대 압박에 대처하는 능력에서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구자철이 극복해내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 구자철, 김보경 선수 ⓒ연합뉴스
김보경

얼마 전 스페인 한 언론에서 '차세대 100대 유망주'로 뽑힌 김보경(오이타)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선수입니다. U-20 월드컵에서 2골을 뽑아내며 단숨에 기대를 한 몸에 받은 김보경은 예상을 뒤엎고 남아공월드컵 최종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려 깊은 인상을 남긴 신예입니다. 선배들에 밀려 현재는 다소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는 있어도 기본적인 역량만큼은 충분히 차세대 대표팀 주축 요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예상이 줄을 잇습니다.

그런 예상이 나오는 것은 어느 포지션에서든 자기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으면서 킥, 패스, 개인 기술 등 공격적인 면과 수비적인 역량에서도 충분히 좋은 기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재다능함, 갖고 있는 장점이 차별화된 점이 많아 팀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도 탁월한 김보경에 보다 더 많은 출전 기회를 부여한다면 역시 가능성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미 그가 출전한 경기마다 전체적으로 균형잡히고, 안정적인 경기를 펼친 것만 봐도 그의 활약에 더 기대가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성용

기성용(셀틱)도 물론 '포스트 박지성' 후보로 거론되는 선수입니다. 특히 기성용은 최근 약점이었던 수비 능력을 보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소속팀에서의 입지도 점점 굳혀나가고, 이번 한일전에서도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는 역할을 수행해내 눈길을 끌었는데요. 공격력에서는 이미 합격점을 받았고, 경험 면에서도 이청용과 함께 차세대 한국 축구를 이끌 주자로서 충분하게 쌓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역시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면이 많습니다.

최근의 변화가 기성용에게는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이 분위기만 잘 이어나가 공격, 수비 양 측면에서 안정감 있는 기량을 갖춘다면 기성용이 '차세대 중원사령관'으로 자리를 굳힐 가능성은 상당히 높습니다. 물론 공-수 전환이 느린 점, 측면 등 멀티플레이 능력이 떨어지는 점은 여전히 기성용의 큰 약점이자 치명적인 단점인 만큼 스스로 이를 극복해나가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기타- 윤빛가람, 이승렬, 손흥민

지금까지 거론한 4명 외에도 '포스트 박지성' 후보로는 조광래 감독 부임 후 신임을 얻고 있는 윤빛가람(경남)과 공격수임에도 창의적인 지능과 멀티 플레이 능력이 돋보이는 이승렬(FC 서울), 그리고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SV에 진출해 프리 시즌 때 상당히 강한 인상을 남겼던 손흥민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윤빛가람, 손흥민은 아직 성장하는 단계이고, 이승렬은 아직까지는 다소 기복이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어 역시 좀 더 경험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다양한 경기 경험을 통해 경기를 보는 눈을 좀 더 키워나간다면 물론 충분히 대형 선수로 거듭날 가능성은 높은 선수들입니다.

좋은 기량을 갖춘 젊은 선수들이 제법 있지만 문제는 이들의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게끔 주변 여건이 어떻게 받춰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본인의 의지도 더욱 필요하겠지요. 큰 경기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선수가 마음껏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게끔 지도자나 동료들은 돕고, 선수 역시 그에 맞게 윤활유같은 역할을 충실히 소화해낼 줄 아는 모습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선수 본인은 스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잘 터득하고 변화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들의 활약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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