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부모가 있다. IMF 이전 부동산 개발사업에 뛰어들어 많은 돈을 벌었다던 부모는 사업실패로 모든 것을 잃었다. 과거 잘나갔던 시절의 영광을 잊지 못하는 부모는 부동산 투자 성공을 통한 재기를 꿈꾸며 많은 일을 벌이지만 대부분 실패로 돌아가고,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딸이 감당해야할 빚으로 돌아간다.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에 나와도 우승 트로피를 몇 번이나 거머쥘 것 같은 이 이야기는 안타깝게도 실화다. 부동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부모 때문에 가슴앓이를 해야 했던 딸은 직접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부모님을 취재하기 시작했으며, 나름의 방식대로 부모를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영화 <버블 패밀리> 스틸 이미지

마민지 감독의 <버블 패밀리>(2017)는 IMF 직전 부동산 광풍에 힘입어 중산층 대열에 합류했지만, 투자 실패로 빚더미에 앉은 감독과 가족 이야기를 다룬다. 잠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유복한 중산층으로 살 때만 해도 집안을 이끄는 건실한 가장이었던 감독의 아버지는, 집안이 망한 이후 부동산을 통해 재기할 꿈만 꾸는 무능력한 가부장이 되었다. 아버지 대신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감독의 어머니 또한 여전히 부동산 대박의 꿈을 놓지 못한다.

이런 부모를 바라보는 감독의 심경은 착잡하다. 대학입학 이후 집에서 나가 오랫동안 자취생활을 한 감독은 저렴하고 괜찮은 월세집을 찾아 이사만 수 번째 한 상황이다. 전작 <성북동일기>(2014)에서 재개발을 앞둔 성북동 북정마을을 영상으로 기록하며, 자본에 의해 주변부로 밀려나는 공간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바 있는 감독은, 우연히 거리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부모가 사는 집으로 들어온 후 부동산으로 흥하고 망한 집안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기로 한다.

영화 <버블 패밀리> 스틸 이미지

<버블 패밀리>는 부동산 투자를 하면 부자가 된다는 환상에 역행하는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만약 이와 비슷한 사연이 <안녕하세요>에 등장했다면 여전히 부동산 대박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부모의 헛된 욕망을 탓하며 가족 간 급화해로 훈훈하게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버블 패밀리>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부모의 잘못만을 탓하는 대신, 부동산으로 큰 성공을 거둔 부모가 부동산으로 몰락할 수밖에 없었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자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영화에는 감독 가족 이야기 외에도, 1970·80년대 부동산 개발을 다룬 아카이브 푸티지 영상이 비중 있게 등장한다. 부동산과 얽힌 부모의 사연이 나오면, 곧이어 부동산 개발과 관련된 옛 영상들이 자료화면처럼 나오는데, 대한뉴스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아파트 열풍을 일으키는 데 일조한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이들과 결탁해 부동산 가격 폭등을 일으킨 자본의 속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영화 <버블 패밀리> 스틸 이미지

감독의 부모가 부동산 투자에 눈을 뜬 것은 당시 부동산 개발을 긍정적으로 다룬 뉴스, 광고들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강남·잠실 부동산 개발 붐에 편승해 아파트를 사들인 감독의 부모는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큰돈을 벌 수 있었다. 이렇게 강남에 집을 사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부동산 투자에 대한 열풍을 일으켰고, 실제 그때 강남에 아파트를 산 이들의 대부분은 자산가가 되었다. 하지만 모두가 부동산 투자에 성공할 수는 없는 법이고, 소수의 사람에게만 부와 혜택이 돌아간 부동산 개발 정책은 현대 한국 사회의 병폐 중 하나인 부동산 거품, 빈부격차로 돌아왔다.

각종 언론 보도와 매스컴을 통해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 당시 시대상황과 맞물려 가족사를 좀 더 객관적으로 관찰하고자 하는 <버블 패밀리>는 가족의 이야기를 빌러 한국 부동산 정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사람이 아닌 자본 중심의 부동산 정책과 개발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부동산 투자 실패로 인해 몰락한 부모를 원망하면서도, 그와 얽힌 가족사를 돌아보며 현재의 감독 자신과 가족의 현실을 마주하는 감독의 솔직한 태도가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다.

연예계와 대중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보고자합니다. 너돌양의 세상전망대 http://neodol.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