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기세가 대단하다. 아시안 컵 차출로 인해 리그 경기에서 빠져야 하는 손흥민으로서는 남은 기간 팀 승리에 공헌해야 한다. 군 면제가 달린 경기도 팀의 배려로 참가가 가능했다. 여기에 아시안컵까지 나가게 되며 중요한 초반과 후반을 팀과 함께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손흥민의 완벽했던 에버턴 전

토트넘이 리그에서 확실하게 자랑할 수 있는 ‘DESK’가 모두 출전했다. 데릭 알리, 에릭슨, 손흥민, 케인으로 이뤄진 최전방 공격수들을 영국 현지에서는 DESK라 칭한다. 이런 명칭을 붙여 부르는 것은 그만큼 EPL에서 이들의 존재감이 강렬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지가 주목하는 DESK가 오늘 경기에서 모두 골을 넣었다. 손흥민과 케인이 두 골씩을 넣었고, 알리와 에릭슨이 한 골씩 넣으며 토트넘은 적지에서 무려 6골을 몰아넣으며 대승을 이끌었다. 초반 불안한 상황을 넘어서며 골 폭격을 가한 오늘 경기에서 손흥민은 다시 한 번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손흥민의 골 세리머니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이 넣은 두 골은 모두 팀 승리와 깊숙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중요했다. 전반 토트넘은 수비진이 흔들리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잦은 실책이 겹치던 상황, 전반 21분 시오 월컷에게 선제골을 넣어주며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갔다.

수비 실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선제골까지 원정에서 내주게 되면 끌려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막은 것이 바로 손흥민이었다. 27분경 센터 서클 부근에서 케인이 전방으로 찬 공이 행운이 되었다. 수비수 주마는 볼을 향해 뛰어갔고, 잉글랜드 대표팀 수문장인 픽포드가 안전지대 밖까지 나와 골을 처리하려다 실책을 하고 말았다.

평범하게 전방으로 흐르던 공은 엄청난 스피드로 질주하는 손흥민으로 인해 실책을 유도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흐른 공을 침착하게 잡아 빈 골문에 차분하게 넣은 손흥민은 대단했다. 골문이 비어 쉬워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각도가 좋지 않았고 이내 수비수가 개입하는 과정이었다는 점에서 결코 쉬운 골은 아니었다.

손흥민이 동점을 만들며 분위기는 완전히 토트넘으로 넘어갔다. 전반 35분 손흥민이 오른쪽 골포스트를 노리고 찬 슛을 픽포드가 슈퍼 서브를 하며 쳐낸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흘러 나온 공은 알리의 몫이었고, 그렇게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42분 프리킥 찬스에서 트리피어의 날카로운 슛이 골포스트를 맞고 흘러나오자 케인이 골로 연결하며 3-1로 점수 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손흥민이 팀의 5번째 골을 터뜨리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후반 3분 시귀르드손이 감각적인 골로 4-2로 추격하며 상황은 어떻게 될지 모르게 흘러갔다. 알리가 픽포드와 골 경합 과정에서 작은 부상을 입어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된 것도 문제였다.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감각을 보여준 알리였기 때문이었다.

2골 차는 언제는 동점과 역전도 가능한 상황이다. 그리고 경기가 열린 곳은 에버턴의 홈이다. 후반 시작과 함께 추격골이 나오며 상황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게 흘러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다시 토트넘으로 분위기를 전환시킨 것은 이번에도 손흥민이었다.

후반 16분 라멜라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차분하게 픽포드의 가랑이 사이로 슛을 쏴 골을 만들어냈다. 골키퍼로서 가장 굴욕적인 상황을 내주고 말았다. 라멜라의 패스가 약간 늦어지며 오프사이드 판결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침착하게 상대 수비를 따돌리며 골을 완성한 손흥민은 정말 대단했다.

4-2로 추격을 허용한 상황에서 손흥민이 에버턴의 추격 의지를 꺾어버린 이 추가골은 분위기를 완전히 토트넘으로 돌려 버렸다. 이후 손흥민은 후반 29분 케인에게 발만 가져다 대면 골이 되는 완벽한 어시스트까지 만들며 팀의 6-2 대승을 완성했다.

골세리머니를 펼치는 토트넘의 손흥민 (AFP=연합뉴스)

손흥민은 새벽 그의 경기를 보기 위해 모인 한국 팬들에게 값진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었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된 시점 손흥민의 맹활약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었다. 78분이 되어 교체된 손흥민을 향해 원정 팬들만이 아니라 에버턴 팬들까지 박수를 보내는 모습은 손흥민의 존재감을 다시 확인하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가장 강렬하고 치열한 리그인 EPL에서 상위권 팀의 주전 선수로 활약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는 이를 넘어 모두가 사랑하는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월드 클래스 수준으로 성장하는 손흥민은 오늘보다 내일 더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선수다.

손흥민은 토트넘 소속으로 공격포인트 50을 넘겼다. 리그 경기에서만 35골 15도움을 기록했다. 112번의 프리미어리그 출전에 50 공격 포인트 이상을 올렸다는 것은 경이롭다. 이 정도 수준의 선수를 찾기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손흥민은 이미 최고의 선수다.

최근 6경기에서 5골을 몰아넣으며 리그 5호골이자 컵대회 포함 8골을 기록했다. 아시안컵 출전 전까지 박싱 데이 경기가 줄지어 있는 상황에서 손흥민이 두 자리 골까지 기록할지 기대된다. 맨유 경기까지 치르고 아시안컵 출전을 할 것으로 알려진 손흥민. 2위 맨시티와 2점차까지 추격하게 한 손흥민의 마법은 크리스마스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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