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카풀영업에 대한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카풀영업에 반대해 자신의 목숨을 던진 택시기사의 안타까운 희생도 있었다. 카카오는 이에 17일로 예정됐던 정식 서비스 출범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했고, 민주당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택시업계는 카풀영업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택시업계로서는 카풀영업을 허용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81조1항)이 무엇보다 못마땅할 것이다. 택시기사들은 20일 여의도에서 대규모 항의 집회를 가졌다. 택시 기사 한 명의 분신사망으로 사안이 중대해진 만큼 정치권도 그 자리에 함께했다.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전현희 의원(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 위원장)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의 모습이 보였다.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 주최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두 의원에 대한 집회의 반응은 너무도 달랐다. 전현희 의원이 단상에 오르자 택시기사들은 야유를 보냈고, 물병을 뿌리는 모습도 포착되었다. 반면 나경원 의원의 등장에는 환호했다. 나 의원은 “택시기사들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라고 말해 기사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카풀영업이 현 정부에서 시행되는 만큼 정부·여당에 불만을 갖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이 법이 통과된 것은 박근혜 정부 때였고, 본질적 책임은 자유한국당에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카풀영업의 문제를 모두 문재인 정부의 탓으로 돌리고, “생존권 말살” 운운하는 것은 아무리 “주어 없음”의 화법으로 유명한 나경원 의원이라 할지라도 너무 양심 없는 말 아니냐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여당 인사가 집회현장에서 홀대를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더불어민주당도 이 문제를 좀 더 현실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 위원장 전현희 의원이 중재안의 핵심은 택시기사 완전월급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택시기사 월급제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택시기사의 월급제는 정부가 간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도 존재한다.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 주최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카풀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풀영업 문제 이전에 택시기사 월급제는 모든 택시기사의 염원이겠으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이 현 시점에서 완전 월급제를 꺼내든 것은 택시업계를 모르는 일반시민들에게는 크게 들릴지는 몰라도, 당사자들의 불만과 불안을 해소시킬 수 없는 제안인 것이다. 어차피 카카오가 정식 서비스를 무기한 연장한 만큼 시간을 갖고 카풀영업으로 인한 택시업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택시는 편리하고 안전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택시기사들의 영업권은 최대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또한 택시 업계도 이번 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개선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승차거부, 골라태우기 등은 물론이고 조용히 휴식하고 싶은 승객에게 정치 이슈를 쏟아내는 일부 택시기사들에 대한 불만도 심각한 불만사항으로 꼽힌다.

누구보다 긴 노동시간에 적은 월급에 시달리고 있는 법인택시기사들에 대한 처우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최소한 일하는 시간만이라도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반면, 택시기사들도 승객들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택시업계가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하기에 앞서 왜 승객들이 택시가 아닌 카풀을 이용하려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대책도 강구해야만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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