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전직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청와대 재직시절 작성했던 문건을 언론에 폭로하면서 청와대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이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해 청와대 고위인사들이 방어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민간인 사찰이냐 아니냐로 문제의 핵심이 좁혀지는 양상이다.

하지만 사태 발발 초기부터 청와대 특감반 자체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지적은 적지 않았다. 게다가 청와대의 해명에서 특감반원이 관리 감독으로부터 방치돼 있다는 정황이 엿보인다. 특감반원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이지만, 청와대의 대응은 개인의 문제로 한정해 논란을 자초하는 모양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리게 만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대화하는 청와대 비서진. 왼쪽부터 임종석 비서실장, 김의겸 대변인, 조국 민정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연합뉴스)

전직 특감반원 김태우 수사관이 작성한 첩보보고서 문건 목록이 공개되자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기자들을 만나 해명을 내놨다. 10건 가운데 3건은 조국 민정수석에게 보고된 사안이고, 1건은 본인까지, 4건은 이인걸 특감반장 선에서 폐기됐고, 2건은 보고되지 않은 문건이라는 해명이었다.

박형철 비서관은 "특감반원은 자신이 주제를 정해 첩보를 수집하기 때문에 (폭로된 문건은) 아무런 지시 없이 자신이 생산한 문건"이라고 밝혔다. 박 비서관은 "김태우 직원은 2017년 7월 초부터 들어와 근무를 했지만 정식 임명을 받은 것은 2017년 7월 14일"이라며 "이 부분(민간인 사찰 의혹이 있는 부분)이 특감반 초기에 이전 정부에서 민간 영역까지 다양한 첩보를 수집하던 관행을 못 버리고 민간 영역 첩보를 수집·작성해서 특감반장에게 보고돼 폐기된 문건"이라고 설명했다.

박형철 비서관의 설명대로라면 특감반의 정보수집 활동은 스스로 주제를 선택해 진행된다. 또한 특감반 업무가 청와대 업무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과거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는 "특감반 업무는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민정수석 등이 특별히 지시하는 사안과 통상적인 업무가 섞여 있다. 명확하게 업무의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며 "사실 청와대가 해야 하는 업무가 아니라 검찰이나 경찰이 해야 할 업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특감반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20일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청와대 감찰반은 그 자체가 권력남용과 인권침해 가능성이 큰 조직일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이들을 누가 감시하고 견제할 것인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천 의원은 "만일 그 공무원이 청와대 특감반원이 아니고 대검찰청이나 지방검찰청에서 일하는 수사관이었다면, 설령 비슷한 폭로가 있었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청와대, 나아가 대통령에게 직통으로 부담이 생겼을까. 명백히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정배 의원은 "이 점에서도 청와대에 감찰반을 두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지적했다. 천 의원은 "청와대 감찰반은 아마도 군부독재 대통령 때의 국민 억압적 발상에서 만들어졌던 기구가 아닌가 생각된다"며 "이번 기회에 아예 없애는 것이 백번 옳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감반원 폭로 사건이 터진 직후 동아일보도 특감반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18일자 동아일보는 <청와대에 감찰조직이 과연 필요한가> 사설에서 "일개 특감반원이 부처 장관을 독대하고 인사 청탁까지 했다"며 "과거 장차관실을 무시로 드나들던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행태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특히나 청와대가 '불순물'이라고 표현한 민간인 동향이 최초 보고에 포함됐다는 사실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는 "청와대가 직간접적으로 부리던 감찰조직은 늘 말썽이 많았다"며 "김대중 정부 때 권한 남용 논란으로 해체된 사직동팀, 이명박 정부 때 민간인 사찰 파문을 낳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박근혜 정부 때 '십상시 문건'을 만든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그랬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지금의 특감반은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비서관이던 시절 사직동팀의 폐해를 막고자 공식 직제화한 것"이라며 "이후 정부들을 거치면서 그 권한도, 부작용도 커진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정보기관도, 수사기관도 아니면서 그보다 큰 비공식적 권한을 행사하는 조직은 반드시 부패할 수밖에 없다"며 "조직 내부의 '미꾸라지 분탕질'조차 막지 못한 감찰조직을 청와대에 계속 둬야 하는지부터 검토할 때가 됐다. 첩보 수집이든 감찰 업무든 정부 내 사정기관이나 조직에 맡기고 지금처럼 청와대가 보고받는 방식으로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19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 아침>에서 박 의원은 "요즘 청와대 특별감찰반 논란으로 굉장히 뜨거운 이슈가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특별감찰관법과 상설특검법을 손을 봐서 공수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특별감찰관을 청와대 소속이 아닌 독립기구화 해서 공수처를 만드는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의 논란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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