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했다. 3명이 숨졌고, 나머지 7명도 치료를 받는 중이다. 불행하고도 안타까운 사고가 아닐 수 없어 누구라도 비통한 심정으로 이 사고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사고를 전하는 언론들에게서 과도한 취재경쟁 그리고 도를 넘은 이슈 만들기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피해 학생들 모교 주변에서의 일부 언론들의 취재 상황은 특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18일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기자들의 저의가 의심스러운 취재 상황은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이들은 학교에 피해학생들의 주소를 물어보는가 하면, 근처 학원과 피시방을 다니면서 피해학생들에 대해서 캐묻고 다닌다는 것이다.

강원 강릉시 경포의 한 펜션에서 수능시험을 마친 서울 대성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 10명이 숙박 중 의식을 잃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18일 오후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 앞에 취재진이 몰려있다. Ⓒ연합뉴스

사고를 당한 피해학생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언론의 호기심은 이슈를 틈타 ‘기사로 장사하려는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게 당연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취재를 하지 말아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에는 피해학생들에 대한 개인정보와 재학생들에 대한 인터뷰를 막아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피해학생들이 누구인지는 이 사고와 전혀 무관한 일이다. 재학생들에게 소감을 묻는 일도 하지 말아야 할 행위이다. 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재난보도준칙에도 상세히 기술된 내용이다. 세월호 참사 때 한 방송사가 전원구조라는 오보를 내, 참사만큼이나 큰 충격을 준 일을 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오보로 인해 유가족들은 또 다른 피해를 입게 되었다. 언론의 빗나간 취재경쟁이 불러온 언론재난이었다.

또한 인솔교사 없이 학생들이 여행을 떠난 것을 문제 삼는 일도 마찬가지다. 인솔교사가 있었다고 보일러 연통에서 가스가 새는 것을 막을 도리는 없다. 피해학생들이 학교에 ‘개인체험학습’을 신청했고, 규정상 이 경우에는 인솔교사가 따라가지 않는다고 한다. 일부에서 학교 측의 책임을 추궁하려는 것은 이 사고의 본질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과한 정의감이다. 어떻게든 일을 키워 이슈를 만들어내려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농어촌 민박' 허가에 급증한 펜션…'안전'은 점검도 안 해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마찬가지로 이번 사고를 농어촌민박 형식으로 펜션허가를 내준 것에 책임을 묻는 것도 석연치 않은 비판이다. 농어촌 소득증대를 위해 작은 규모의 민박을 장려하는 사업으로 이명박 정부 때 급격한 증가현상을 보였다. 이번 사고마저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려운 농·어가 소득을 올려주겠다면서 거기에 이런저런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만약에 지금 일부 언론이 지적하는 것처럼 규제를 적용했다면 농어촌 민박은 말뿐인 탁상행정이고, 농어민 발목을 잡는 과도한 규제라는 비난보도가 쏟아졌을 것이다. 다만 숙박시설을 허가해줬음에도 안전에 대한 지원이나 점검이 없었던 것은 지적할 필요가 있다.

사고재발을 막기 위해 사고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히는 것은 언론으로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본질을 벗어나 이슈를 새로 만들거나, 무분별하게 확대하려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한국 언론이 주목받는 재난이나 사고에서 반드시 보이는 행태이기도 하다.

강릉 펜션사고를 전하는 기사들에는 침통함이나 공감이 읽히지 않는다. 리포트 하는 방송기자들의 힘찬 목소리도 무척 거슬린다. 차라리 이 사고에 눈을 돌리는 편이 윤리적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세월호 참사 때 한 방송기자의 엉뚱한 리포트에 어떤 유가족이 기자를 향해 욕설을 퍼붓던 장면이 새삼 떠오른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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