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옆구리만 시리네요 -_-;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이라고 하는데... 제 마음은 극심한 다이어트를 거쳐 공허하기만 하네요 -_-; 그건 그렇고, 부산국제영화제도 끝이 났으니 이제 다음 달 중순까지는 비수기 극장가를 보며 위안을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도 비수기 특유의 물량공세는 이어질 태세지만 그 중에서 얼마나 많은 작품들이 양질의 완성도를 보여줄지는 의문입니다. <소설 네트워크>라도 좀 빨리 개봉할 것이지... 수능 특수를 노려서인지 한 달 이상이나 늦추는 건 너무하지 싶소! 자, 그럼 잡설은 그만하고 미국 박스오피스 소식으로 고고씽~!

몇 년 전에 동생 녀석이 어떤 영화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숨이 멎을 정도로 웃어 제끼면서... 이 놈이 실성했나 싶었는데 막상 저도 궁금해서 그걸 보고는 제 동생과 똑같은 꼴이 됐습니다. 그 영화는 이전에 전혀 본 적이 없던 방식으로 사람을 웃게 만들더군요. 때로는 엽기적으로, 때로는 위험천만한 짓을 서슴없이 해대면서 이상야릇한 폭소의 도가니에 빠지게 만들었던 그 영화는, 바로 스턴트맨 9명이 모여 벌인 엽기발랄한 행각을 모아서 만든 <잭애스>입니다. 그리고 그 <잭애스>의 주인공 9명이 이번엔 <잭애스 3D>로 단숨에 10월 셋째 주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잭애스 3D>는 전작과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감독과 출연진들도 그대로고, 그들이 모여 벌이는 짓도 변함없이 엽기적이겠죠. 거기에 제목 그대로 3D를 보탠 것인데 그 효과가 실로 엄청납니다. 1, 2편 모두 개봉 첫 주말에 1위로 데뷔했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잭애스 3D>는 전작들을 훌쩍 뛰어넘는 흥행수입을 기록했습니다. 1편이 약 2,280만 불, 2편이 약 2,900만 불을 벌었었는데 <잭애스 3D>는 개봉 첫 날에만 2,200만 불의 흥행수입을 올리는 기염을 토해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말 3일 동안 기록한 5,000만 불은 역대 가을영화 중 최고의 흥행성적입니다. 물론 이러한 성적은 티켓 가격이 높은 3D 상영으로 인한 혜택이 큽니다. 수입의 약 90%가 3D 상영으로 인한 것이라네요.

이번에도 평론가들은 <잭애스 3D>에 대해 호의적이지 못한 태도를 보이겠지만 저로서는 꼭 보고 싶습니다. 아마 일반관객들 중에서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는 영화긴 합니다. 그런데 과연 국내에 개봉을 할지가 의문입니다.

잭애스 3D의 예고편입니다. 도입부에 나오는 묵직한 내레이션만 들어보셔도 대충 어떤 영화일지 감이 잡히실 겁니다.

타임지(紙)는 3D를 '영화의 미래'라고 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한 게 이런 건 아닐 걸?

브루스 윌리스의 신작 <레드>는 <잭애스 3D>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을 기록하면서 2위로 데뷔했습니다. 그러나 비수기에 2천만 불을 넘었다는 것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지난주 미국 박스오피스만 해도 2천만 불을 넘었던 영화는 단 한 편도 없었고, <소셜 네트워크>가 1위로 데뷔했을 때는 이와 비슷한 흥행수입을 올렸었습니다. 아울러 브루스 윌리스의 전작인 <캅 아웃>보다도 높은 수치며 유사 장르 혹은 유사 소재를 다뤘던 영화 <킬러스, 루저스>도 <레드>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개봉했던 <A 특공대>만이 약 3백만 불 정도가 많았었네요.

그런데 이 영화가 제겐 약간 의외였던 게, 앞서 '유사 장르 혹은 유사 소재'라며 <킬러스, 루저스, A 특공대>를 언급한 것에서 이미 눈치를 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 동안 포스터를 보면서 영락없이 진지하고 무거운 액션영화로만 생각했는데 실은 액션 코미디 영화였네요. 조금 전에서야 예고편을 보면서 살짝 놀랐습니다.

DC 코믹스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레드>는 <A 특공대>와 아주 흡사한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인공 네 명은 CIA에서 최고로 꼽히던 요원이었으나 자신들이 알고 있는 비밀정보로 인해 조직으로부터 버림을 받습니다. 급기야 살해위협까지 받게 된 이들은 역으로 CIA 본부에 침입해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이 영화는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고 있는데, 브루스 윌리스를 포함해 모건 프리먼, 존 말코비치 그리고 헬렌 미렌이 주인공 네 명으로 등장합니다.

<레드>의 예고편입니다. 여기서 'RED'는 'Retired, Extremley Dangerous'를 뜻합니다. '졸라 위험해 은퇴시킴'정도?

지난주까지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던 <소셜 네트워크>는 신작 영화 두 편에게 밀리면서 3위에 머물렀습니다. 지금까지 조금 미흡한 흥행성적을 기록했으나 양호한 드랍율을 보이면서 개봉 3주차에도 1천만 불을 돌파했군요. 여전히 IMDB와 로튼토마토에서의 평점은 훌륭합니다. 그래서 개봉이 한 달 이상이나 늦어지는 게 더 짜증이 납니다!!!

<Secretariat>은 똑같이 말과 경마를 소재로 했으나 국내에서 <그랑프리>가 보였던 행보와는 사뭇 다르네요. 여전히 흥행수입은 썩 만족할 수준은 아닙니다만 순위에서는 한 계단 하락에 그쳤고 드랍율은 -30%를 넘지 않았습니다.

<Life as We Know It>도 기대 이상입니다. 평점이 워낙 안 좋아서 금세 바닥까지 떨어질 줄 알았는데, 세 계단이나 하락하긴 했지만 아무튼 아직은 5위 안에서 버티고 있습니다. 3주차가 지날 즈음엔 아슬아슬하게 제작비를 넘기겠군요.

<레전드 오브 가디언>은 초반부의 부진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습니다. 개봉 4주차 동안 10위권 내에 머무르고는 있다지만 흥행수입이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잭 스나이더가 연출한 작품에다 3D 상영인데... 다행히 <레전드 오브 가디언>의 흥행부진이 그가 <수퍼맨 리부트>의 메가폰을 잡는 데는 영향을 주지 않았나 봅니다.

<잭애스 3D>의 개봉 이전에 최근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영화는 단연 <더 타운>이 아닐까 합니다. 평점에서도 <소셜 네트워크> 못지않지만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두면서 벤 에플렉의 건재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도 했던 얘기지만, 어쩌면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더 타운>과 벤 에플렉이 다크호스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웨스 크레이븐의 신작 <My Soul to Take>는 개봉 2주 만에 8위까지 하락했습니다. <레전드 오브 가디언>의 흥행부진만큼이나 안타까운 작품이 될 것 같네요. 다만 이 영화는 제작비가 적게 들어간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어주겠습니다.

<스파이더맨4>에서 그웬 스테이시 역을 차지한 엠마 스톤의 <Easy A>도 최근 미국 박스오피스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영화입니다. 개봉 당시에 곧 사라질 거라고 예상했었는데 개봉 5주차까지 10위권 내에 타이틀을 올리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저 제작비 대비 수입을 한번 보세요. 자그마치 7배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국내개봉이 불투명한 게 아쉽네요.

예상과 달리 개봉과 함께 잘 나가는 영화가 될 줄 알았던 <월 스트리트2>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미약한 흥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곧 사라지고 말 듯합니다. 현재 IMDB 평점도 6.7점인 걸 보니 범작에 머무르고 있나 봅니다만... 일단 기대치를 한껏 낮추고서 며칠 후 국내에서 개봉을 하면 직접 보고 판단하도록 하겠습니다.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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