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천생연분 시절부터 없는 인연 만들기를 자주 해왔던 경험과 성향으로 강호동을 연예계를 대표하는 억지 스캔들 만들기 선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별다른 근거나 내용 없이도 무릎팍도사나 강심장에서 게스트를 윽박지르거나 밀어붙이면서 인연을 만들어내는 뚝심은 강호동을 따라갈 사람이 없거든요. 하지만 잘 살펴보면 프로그램 속 진정한 조작스캔들의 대가는 사실 따로 있습니다. 동거동락, X맨, 최근의 패밀리가 떴다와 런닝맨에 이르기까지 교묘하게 깐죽거리면서 뒤에서 커플 만들기를 조정했던 남자. 유재석이 바로 주인공이죠. 조작 스캔들의 독성과 지겨움 탓에 여러 번의 성공사례와 무리수가 있긴 했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이번 시도는 성공적이라고 할 만하네요. 엉뚱하게 무한도전에서 터트린 하하와 송지효의 러브라인이 바로 그것입니다. 여러 이득을 한 번에 취할 수 있는 무척이나 절묘한 한 수였어요.

사실 런닝맨을 꾸준히 시청한 사람이라면 쉽게 알겠지만, 홍일점인 송지효와 러브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사람은 하하가 아니라 리쌍의 개리입니다. 하하와의 관계는 별다른 부각도 없이 스치듯 지나갔을 뿐이에요. 이 두 사람의 어색한 조합은 프로그램 내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분량을 만들어 내는 중요한 관계이죠. 아직 예능 프로그램에 적응이 필요한 예능 초보자 두 사람을 다소 고전적인 연인 관계 설정으로 한 장면에 담으면서 꾸준하고 안정적인 분량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별다른 진지함이나 어색함, 억지스러움이 덜하기에, 그리고 능숙함이 아닌 풋풋함과 어설픔이 지켜보는 재미가 있어서 이전 패떴의 김종국-이효리 커플 만들기보다 훨씬 더 괜찮은 조합이에요.

그런데 난데없이 런닝맨도 아닌 방송사도 다른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툭 넌지듯이 송지효와 하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당연히 하하로서는 펄쩍 뛸 일이고 그런 작은 미끼만으로도 예전에 하하 기자의 막무가내 폭로로 골탕을 먹었던 무한도전의 장난꾸러기 멤버들은 하하를 놀리며 즐거워했었죠. 일차적으로는 여전히 무도에 자리 잡기를 하고 있는 하하에게 분량을 밀어주고 프로그램 역시도 한동안 자연스럽게 하하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갔습니다. 마치 길의 입냄새 이야기같이, 예전에도 무한도전이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틈만 나면 이번 폭로를 이용해서 하하를 걸고넘어지며 캐릭터를 만들어 가겠죠.

그렇지만, 잘 살펴보면 이번 조작 스캔들 소동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무한도전과 하하 뿐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말로 하하와 송지효가 그런 관계가 되었나 싶은, 그래서 한번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 런닝맨에 관심을 기웃거리도록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당기는 효과가 있거든요. 앞으로 무한도전에서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새어 나올수록 런닝맨에 대한 관심도 점점 더 커질 터이니 무척이나 효과적이고 대담한 홍보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방송사인 MBC의 무한도전에서 시작한 이야기를 다소 열세에 있는 SBS 런닝맨 홍보에도 이용하는 것이죠.

이 효과는 단순히 프로그램 홍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런닝맨 내 개리와 송지효 사이에 만들어진 단일한 러브라인에 제3자인 하하를 슬며시 끼어 넣으면서 아직 유재석과 김종국 외엔 별다른 연결고리가 없는 하하에게 새로운 이야기 소재를 만들어 넣습니다. 아직은 설익은 러브라인을 제외하면 다소 밋밋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송지효나 개리 역시도 새로운 불청객의 가세로 여러 변형을 줄 수 있구요. 런닝맨 자체의 캐릭터와 관계 조합을 위해서도 이번 하하, 송지효 조작 스캔들은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습니다.

물론 모두가 행복한 폭로는 아닙니다. 정작 동시간대에서 유재석과 경쟁해야 하는 박명수가 최대 피해자거든요. 실제로 그가 이번 소동극에서 한발짝 물러나 있었던 것도 경쟁 프로그램이 알아서 홍보되는 그런 불편함 때문이었겠죠. 하지만 그로서는 좀 더 능숙하게 뜨거운 형제들 이야기를 끼워 넣으면서 유재석에게 맞불을 놓을 수도 있었던, 어찌 보면 그에게도 홍보를 위한 좋은 기회를 맥없이 놓쳐 버렸어요. 요즘 그의 무도 내의 컨디션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유재석의 대단함이 부각되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의 억지 스캔들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 영리한 국민MC의 한수는 감탄할 수밖에 없네요. 런닝맨 제작진과 스캔들 당사자들은 유재석에게 큰절이라도 해야 할 판이에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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