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규 KBS 사장 취임 사진 ⓒ KBS
KBS가 추진하고 있는 수신료 인상 논란, 핵심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1981년 2500원으로 책정된 수신료라는 과거에, 종합편성채널용 수신료 인상 논란이라는 현재가 공존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KBS내에서 수신료 인상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이사회는 접점을 찾는 듯 보였다. 종편용이라는 광고 축소를 배제하고 인상액에 대해 야당측 이사가 제기한 3500원과 여당측 이사의 4000원으로 좁혀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향후 광고를 축소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이 발목을 잡아 논의를 어렵게 하고 있다. 야당측 이사들이 배추값 파동 등 서민 물가 고공행진을 부추길 수신료 인상에 목적과는 전혀 무관한 종편용 인상이 더해지는 것을 용납할 수는 없어 보인다.

지난 주 다수의 여당이사들은 연이은 임시이사회를 소집했지만 야당의 불응으로 파행은 계속되고 있다. 광고 축소를 철회하지 않는 한 단독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다수의 여당이사들도 4000원과 향후 광고 축소 등을 골자로 하는 수신료 인상안을 단독 처리하기는 적지 않게 부담인 모양이다. 27일 정기 이사회가 열린 예정인데, 정기 이사회도 여당이사들이 종편용 수신료 인상이라는 딱지를 떼어내지 않으면 파행의 가능성은 높다.

KBS 공정성 논란과 별도로 여당이사들이 서민 물가 부담을 가중시킬 수신료 인상을 단독 처리하기는 불가능하다. 다수라는 힘도 소용없다. 인상에 따른 역풍을 나눠가져도 쉽지 않을 형국에 단독 처리는 목적을 상실한 악수밖에 안 된다. KBS이사회에서 수신료인상안을 최종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 국회를 거쳐야 한다. 산 너머 산인 상황에 종편용이라는 목적을 붙이고 수신료 인상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 큰 오산이다. 수신료 현실화의 최대 관건은 합의 처리 여부에 있다는 얘기다.

합의처리에 앞서 논의되어야 할 것은 KBS 공정성 확보방안이다. KBS이사회는 수신료 인상액을 정한 후 KBS 공정성 확보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지만 시간적으로 논의의 성실성이 담보될지 의문이다. KBS는 수신료 인상안 연내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처리 시한을 늦춰 공정성 확보방안이 논의 결정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제도 신설 또는 개선에 치중될 KBS 공정성 확보방안 논의에 앞서 김인규 KBS 사장의 특단의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특단의 조치란 KBS 내부의 다른 목소리를 인정하라는 것으로 인사 탕평책 실시와 KBS 새노조를 대화상대로 인정하라는 것이다. 이는 KBS 공정성을 KBS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당위로부터 출발한다.

김인규 사장은 취임사에서 인사 탕평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결과를 살펴보면 참담하기 그지없다. 김인규 사장이 임명한 부산총국 모 보도국장은 노조부위원장 출신으로 불미스런 일로 각종 송사에 연루됐던 인물이며 모 시청자센터장은 부하 직원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문제 있는 인사가 중용되는 반면, KBS를 떠나고 있는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이병순 사장 시절 부지기수인 좌천 사례도 있다.

정년퇴직 2년을 남겨둔 한 PD가 KBS를 떠나 중앙일보의 종편사업팀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KBS에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는 게 그를 아는 지인의 해석이다. 구성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는 KBS가 시청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자기도취 밖에 안 된다.

또 한 가지 KBS 새노조와의 대화에 성실하게 임하라는 것이다. 김인규 사장은 법원 판결까지 무시하며 KBS 새노조를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세다. 단체협상, 공정방송위원회 등 KBS 새노조와의 대화가 이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공정성 확보 방안 보다 실효성을 갖는다는 점을 김인규 사장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내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 변화가 김인규 사장이 수신료 인상 논란을 풀어가는 시작이다. 그러기 위해선 김인규 사장은 여당 이사들 뒤에 숨지 말고 전면에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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