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유독 스포츠와 인연이 많은 나라다. 올림픽, 월드컵만 되면 대다수의 국민이 관심을 갖고, 그 열기에 걸맞게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세계 톱10 수준에 오른다. 또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세계육상선수권 등 각종 국제 스포츠 경기대회를 모두 유치했고, 한 나라에서 1-2개도 갖기 힘든 프로스포츠를 4개(축구, 야구, 배구, 농구)나 보유하고 있는 것도 그렇다. 영토는 작지만 그 안에 무궁무진한 힘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은 '스포츠 강국'이고 '스포츠 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스포츠의 힘, 그리고 역사를 평소에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을 꼽는다면 딱 떠오르지 않는다. 물론 올림픽, 월드컵을 치른 경기장들이 있기는 하지만 '경기가 있을 때만 찾아갈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면서 다소 거리감을 갖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인식이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아는 경기장 대부분은 평소 경기가 없는 날에도 언제든 들어가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들에 우리 스포츠의 숨결을 알리기 위해 관광 상품 가운데 하나로 몇몇 체육 관련 시설을 관람하는 것도 자주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스포츠의 한 역사와도 같은 장소,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참 익숙한 그 곳, 특히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도권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지하철을 타고 우리 스포츠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어떤 곳들이 있는지 직접 찾아가봤다.

• 88 서울올림픽의 그 곳- 올림픽 주경기장
-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


서울 송파구 잠실1동에 위치한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은 최대 10만 명 수용이 가능한 최대 규모의 종합 스포츠 경기장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른 곳이자 각종 축구 경기, 육상 대회 등이 열려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1980-90년대 한국 스포츠의 메카와도 같은 곳이 바로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이다. 현재는 체육 시설 뿐 아니라 문화 공간으로도 활용돼 전시, 콘서트 장소로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올림픽 주 경기장 주변에는 각종 체육 시설도 위치해 있다.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잠실야구장을 비롯해 농구, 배구, 핸드볼 등 각종 실내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실내체육관, 학생체육관, 수영장 등이 주변에 위치해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프로 스포츠 경기들이 꽤 많이 치러져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자주 드나드는 곳이 바로 이 곳 '잠실 종합 운동장'이다.

• 4강 신화의 감동을 찾아서- 서울월드컵경기장
-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올림픽을 치른 지 14년 뒤인 2002년, 역사적인 한일월드컵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은 6만 5천여 석의 좌석을 갖추고 있는 동양 최대의 축구 전용 구장으로 월드컵 당시 예선전과 준결승전이 치러졌다. '4강 신화'를 이룬 한국 축구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준결승을 치른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한 이곳은 현재 K-리그 축구팀 FC 서울의 홈구장으로 활용돼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다.

평소에 경기장을 투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어 경기가 없는 날, 한일월드컵 기념관을 비롯해 경기장 스탠드 관람, 선수대기실 등을 직접 체험하고 월드컵의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월드컵경기장의 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월드컵 기념관에는 한일월드컵 당시의 각종 물품 등을 비롯해 기록에 남길 만한 다양한 전시물들을 볼 수 있어 축구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편하게 접할 수 있다.

• 스포츠의 역사는 살아 숨 쉰다- 동대문운동장 (현 동대문 역사 문화 공원)
- 지하철 2,4,5호선 동대문 역사 문화 공원역

▲ 동대문운동장의 옛 모습
▲ 동대문운동장 부지에 조성된 동대문역사문화공원, 그리고 성화대
현재는 사라졌지만 한국 스포츠의 역사를 떠올릴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던 동대문운동장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경기장으로 한동안 명성을 날렸다. '경성운동장'으로 시작해 해방 이후 '서울운동장'으로 잠실 올림픽 주 경기장이 지어지기 전까지 각종 국제 대회를 치러 '올드 스포츠 팬'들의 유서가 남아있는 곳이었다.

1990년대까지 축구, 야구 등 프로와 아마추어 스포츠를 아우르며 한국 스포츠의 진정한 메카다운 면모를 보였던 이곳은 아쉽게 지난 2008년 모두 자취를 감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현재는 역사 문화 공원 내에 있는 동대문운동장기념관과 운동장 내에 있었던 성화대, 조명 시설 등을 통해 동대문운동장이 이곳에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비록 경기장은 사라졌어도 남아있는 물품, 자료 등을 통해 동대문운동장의 향수를 느끼고 역사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 체육과 문화, 현대인들의 휴식 공간- 올림픽공원 (올림픽 기념관)
- 지하철 5호선 올림픽공원역,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만들어진 올림픽공원은 너른 잔디와 나무, 그리고 호수를 벗삼아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완전히 자리 잡은 곳이다. 세계적인 조각가들이 만든 조각품을 비롯해 소마 미술관도 위치해 있어 문화와 예술의 공간으로도 유명한 올림픽 공원은 체육과 문화, 휴식의 장소로서 누구나 찾기 편한 곳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올림픽 공원 동쪽 부근에는 수영, 체조, 펜싱경기장과 테니스 코트가 자리해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사용됐던 이 경기장들은 각종 국내외 대회가 열리는 것을 비롯해 공연과 e-스포츠 대회도 열려 종합 문화 공간으로 계속 해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또 반대편에 위치한 웅장한 '평화의 문'을 지나 왼쪽 부근에 위치한 올림픽회관 1층에는 '서울올림픽 기념관'이 자리하고 있어 서울올림픽의 감동과 한국 스포츠의 올림픽 역사를 배우고 느낄 수 있다.

• 영원한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느끼다- 손기정 체육공원
- 지하철 2, 5호선 충정로역

나라 잃은 설움 속에서도 민족의 기개를 떨치며 한국인 최초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를 기리기 위해 만든 손기정 체육공원은 손기정의 옛 자취를 느낄 수 있는 것을 비롯해 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뛰는 손기정의 전신상과 노년의 손기정 흉상은 물론 손기정이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뒤 히틀러로부터 받았던 월계관과 같은 수종의 나무(서울시 기념물 제5호)가 심어져 있어 한국 체육 역사 유적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지난해 새롭게 보수해 녹지가 많고 다양한 운동을 산뜻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손기정 체육공원은 비교적 아담하면서도 많은 것을 느끼고 얻어갈 수 있는 곳으로 추천할 만하다.

• ‘국기 태권도’의 본고장- 국기원
-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역삼역

▲ 국기원
태권도의 얼이 살아 숨 쉬는 곳, 국기원은 태권도의 세계화와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해 온 곳이다. 태권도 승품단 심사를 비롯해 각종 태권도 관련 사업이 모두 이곳에서 벌어지는 가운데 일반인들도 누구나 국기원을 드나들며 우리 스포츠의 자랑, 태권도를 느낄 수 있다. 국기원에는 '국기원 기념관'이 있어 태권도와 관련한 각종 물품, 자료들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태권도 시범단, 시범 경연 대회 등이 열려 태권도의 진수를 마음껏 맛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매년 50개국 이상이 참가하는 세계 태권도 한마당에서는 태권도 기술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어 태권도의 우수성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다.

• 장충체육관
-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 장충체육관
장충체육관은 한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실내체육관으로 지난 1963년에 건립된 8천석 규모의 중대형 경기장이다. 이곳은 1960-70년대 프로레슬링과 복싱 경기가 열려 스포츠를 좋아하는 올드팬들의 향수가 진하게 남아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세계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 피를 흘리는 가운데서도 전력을 다 했던 옛 격투 종목 선수들의 유서가 남아있기도 하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유도, 태권도 경기가 치러졌으며, 현재도 프로배구를 비롯해 각종 실내 스포츠 경기가 치러져 반세기 가까이 한국 스포츠의 역사를 함께 하고 있는 체육관이다.

• 목동운동장, 효창운동장
-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
- 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앞역

그 밖에도 실내 빙상장과 야구장, 종합 운동장 등을 갖추고 있는 목동운동장도 최근 많은 이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곳이다. 겨울철만 되면 유독 많이 몰리는 곳인 이곳은 동대문운동장이 사라진 뒤 각종 아마추어 야구 경기들이 대부분 치러져 '아마 야구의 새로운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 효창공원 내에 위치해 있는 효창운동장은 1960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축구 전용구장으로 한국 축구의 뿌리와도 같은 실업 축구, 중,고교 축구 경기들이 지금도 자주 치러지고 있는 역사 깊은 경기장이다.

* 이 글은 체육인재육성재단 웹진 '스포츠둥지' 대학생기자단에도 기고했습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