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귀환이 기대됐지만 아쉽게 운이 따르지 않았습니다. 연이은 파문, 그로 인한 선발전 일정 조정으로 힘겨운 순간들을 보냈고, 결국 바뀐 선발 방식을 공략하지 못해 고개를 떨궈야 했던 그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지금 당장 대표에 선발돼도 문제가 없을 만큼 정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희망을 밝혔습니다. 바로 한국 남녀 쇼트트랙의 '영원한 간판',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성남시청)와 '쇼트트랙 여제' 진선유(단국대)를 두고 하는 얘기입니다.

안현수와 진선유가 지난 13일 끝난 2010/11 쇼트트랙 선발전에서 아쉽게 탈락의 쓴맛을 맛보며 대표팀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둘은 타임레이스로 진행된 2,3차 선발전에서 결국 고배를 마셨는데 특히 진선유는 1500, 3000m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고도 500m 10위, 1000m 7위가 발목을 잡으면서 전체 5위로 탈락하는 불운을 겪어야 했습니다. 다 잡았던 태극 마크를 너무나도 아깝게 놓치고 만 것입니다.

그러나 체력적으로 다소 힘들 법 했던 3차례의 대표 선발전을 큰 무리 없이 마지막까지 치러내는 모습을 보여줬고, 몇몇 종목에서 역시 국내 최강의 기량을 갖춘 면모를 보여주며 앞으로의 전망을 밝혔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다시 예전의 위용을 되찾으며 황제, 여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을 연 것입니다.

▲ 한국 최초 올림픽 3관왕 안현수.진선유 ⓒ연합뉴스
둘의 이번 선발전 출전은 여러 가지로 관심이 많았습니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나란히 3관왕에 올라 '한국 쇼트트랙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우뚝 선 그들이 희한하게도 부상도 비슷한 시기에 당했다 모처럼 복귀해서 정상 컨디션에서 대회를 치른 사실상 첫 대회였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발전에 나섰지만 아쉽게 컨디션 조절 실패로 탈락했습니다) 선발전이 4월에서 10월로 미뤄지는 등 진통은 있었지만 어쨌든 그 동안 몸을 만들 수 있는 시간도 벌렸고, 정상적인 컨디션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서 더욱 이를 악물고 이날을 기다려왔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젊은 선수들이 너무 잘 해서였을까요. 정상 컨디션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안현수와 진선유는 너무나도 아쉽게 탈락의 쓴맛을 봐야 했습니다. 특히 경기가 끝난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타임레이스'식 선발전은 이들에게 독(毒)이 되고 말았습니다. 기록만 재서 순위를 매기는 일명 '스피드 스케이팅식 경쟁'에 안현수는 큰 강점을 보여주지 못했고, 진선유는 한두 종목에서 발목이 잡히면서 너무나도 아깝게 고개를 떨궈야 했습니다. 어떤 데서는 '세월의 무상함'을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충분히 자기 실력은 보여줬는데 운이 따르지 않은 케이스로 봐야 하지 않나 싶을 만큼 열심히 잘 하고도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이 안타까운 결과에 일부 팬들은 "대표 추천 선수로 이들을 넣어 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결과는 아쉽지만 이들이 그래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일단 앞서 전한 것처럼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을 수 있었던 이번 대회에서 단 한 번의 부상도 없이 말끔하게 경기를 소화해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통상 이렇게 많은 경기를 치르다보면 다쳤던 부위에 통증이 나서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안현수, 진선유 모두 마지막까지 정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것은 다행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여전히 몸을 끌어올리고 있는 만큼 앞으로 1-2년 정도 기량을 더 갖춰서 더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그토록 원했던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했습니다. 특히 진선유는 강점을 드러냈던 종목들에서 연달아 우승 실력을 보여주며, 상당히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요. 내년 시즌 선발전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정상 기량을 다시 갖추고, 나이 상으로도 충분히 정점에 오를 수 있는 단계에 있는 만큼 앞으로의 활약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비록 이번에 불운하게 탈락하기는 했지만 이들의 '진짜 목표'는 4년 뒤에 있을 소치 동계올림픽이기에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시 정상적인 모습을 회복해서 우리 곁에 돌아온 것만으로도 상당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안현수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나서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워 소치 동계올림픽 때 꼭 뛰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었는데요. 두 선수 모두 이번 선발전의 아쉬움을 딛고 또 한 번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전설다운 면모를 다시 한 번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오늘보다 내일이 있기에, 진한 아쉬움만큼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어 뿌듯했던 이번 선발전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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