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윤수현 기자]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사의찬미'가 방영과 동시에 넷플릭스에 업로드 됐다.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는 자체 OTT서비스인 '푹(pooq)'에 주력하며 넷플릭스를 상대로 국내 OTT 플랫폼 경쟁을 펼쳐왔다. 그러나 방송된 지 1년 이상 지난 구작에 한정해 넷플릭스와 공급 협상을 진행해 최근 계약을 마무리중인 상황과 '사의찬미' 공급 사례를 종합해보면 지상파와 넷플릭스 간 뚜렷했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BS에서 11월 27일부터 12월 4일까지 방영된 드라마 '사의찬미'는 방영 한 시간 뒤 국내 넷플릭스 서버에 업로드되는 방식으로 넷플릭스에 공급됐다. 아시아와 미주 지역에는 14일(오늘)부터 방영돠며, 28일에는 앞선 국가들을 제외한 전 세계 방영이 예정돼 있다. 사전 제작 된 6부작 단막극인 '사의찬미'는 넷플릭스에 'TV프로그램-한국 드라마' 장르로 분류되어 있다. '사전 제작 단막극'이라는 특징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신 지상파 방송사의 드라마가 넷플릭스에 공급된 첫 사례다.

SBS에서 11월 27일부터 12월 4일까지 방영된 드라마 '사의찬미'는 방영 한 시간 뒤 국내 넷플릭스 서버에 업로드되는 방식으로 넷플릭스에 공급됐다.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는 그동안 자체 OTT 플랫폼인 '푹'에 주력하며 넷플릭스에 최신 프로그램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국내 콘텐츠 제작산업 전반이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생산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이에 대항하기 위해 지상파 간 일종의 '협약'을 맺은 것이다.

일례로 40개 지상파 방송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방송협회(회장 박정훈 SBS 사장)는 지난 6월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자 성명을 내어 "미디어산업 생태계 파괴의 시발점"이라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9월 지상파 방송 3사가 방송된 지 1년 이상 지난 구작에 한해 넷플릭스와 프로그램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기존 입장과는 다소 변화된 기류가 감지됐다. 해당 협상은 현재 계약이 마무리단계에 있으며 양측이 세부내용을 조정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의찬미'가 넷플릭스에 공급된 최근 사례를 종합해보면 지상파의 미세한 입장 변화가 좀 더 분명히 나타난다.

이에 대해 SBS 측 관계자는 "넷플릭스에 대한 반대는 LG유플러스를 통해 기존 유통질서를 해치고, 제작기지화하는 것을 반대한 것"이라며 "이번 '사의찬미' 공급이 기존 입장의 변화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관계자는 "'사의찬미'는 특집성(단막극) 드라마이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넷플릭스에 판매했다"며 "지상파가 아직은 분명히 넷플릭스를 경계하는 측면이 있지만 단막극이기 때문에 특별히 판매를 했다"고 말했다.

한국방송협회 측 관계자도 "기본적으로 드라마와 예능은 1년 기간을 두는데 '사의찬미'는 단편이기 때문에 타사의 양해를 얻어 공급하게 됐다고 들었다"며 "기존 입장과는 결이 다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단막극의 경우는 넷플릭스로 가는 길이 열렸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볼 수 있다. 단막극의 경우는 시청률에 비해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정체성과 콘텐츠 사업자로서의 정체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때문에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OTT 플랫폼 기업이 국내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지상파는 플랫폼 경쟁과 콘텐츠 판매를 사이에 두고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미디어환경 변화에 따라 지속적인 광고 매출 하락을 겪고 있는 지상파의 입장에선 무조건적인 콘텐츠 공급 금지 원칙을 고수하기 쉽지 않다. tvN, JTBC와 같은 경쟁 PP나 종편이 해외 OTT 계약을 통해 드라마 수익창출을 꾀하고 있는 상황 역시 지상파의 고민을 깊어지게 만든다.

실제 지상파 관리감독 기구에서도 이 같은 고민이 드러난 바 있다. 지난 9월 열린 방송문회진흥회 MBC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박태경 MBC 디지털사업본부장은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OTT의 국내 미디어 시장 잠식 방어를 위해 지상파 간 공조를 강화해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방문진 일부 이사들은 지상파 3사간의 협력은 좋지만, 해외 OTT 사업자의 위상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존 정책에 대한 재고가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당시 문효은 이사는 "밖에서 체감하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작년보다 올해가 크다. 우리끼리 단합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전체 시장에서는 절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인수 이사도 "지상파 3사의 연대 강화를 추진한다는 안인데, 이게 또 다른 3사 고립주의로 흐르는 건 아닐까 염려된다"며 "비전문가가 보기에도 넷플릭스에 대한 채널권은 각별한 것 같다. 옛날 지상파 3사의 위상과 지금은 위상은 다르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