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폭력엔 눈 감고 노동자에게 '폭력'이라는 프레임 하나로 모든 요구와 의제를 덮어씌우고 여론과 민심을 민주노총에게서 멀어지게 하려는 한국 언론들의 노력과 위력이 놀랍다"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이 사직의 변에서 민주노총을 대하는 언론의 태도를 비판했다. 남 대변인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전제하지 않는 것은 비난하기 위한 비판"이라며 민주노총에 대한 언론보도에 일침을 가했다.

남 대변인은 13일 민주노총 대변인직에서 물러나며 자신의 SNS 계정에 '민주노총을 애증하는 언론노동자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사직의 변을 남겼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 (사진=JTBC '밤샘토론' 7월 27일자 방송화면 캡쳐)

남 대변인은 언론의 이른바 '민노총 프레임'에 대한 아쉬움과 비판으로 사직의 변을 채웠다. 2년 8개월 동안의 대변인 생활을 내려놓는다고 밝힌 남 대변인은 "주로는 보도요청을 하는 입장에서 기자들의 전화에 시큰둥하거나 짜증으로 대한 적도 많았다"며 "친절하지 못한 대변인에 대한 변명은 '답을 정해놓거나 초점을 왜곡하거나 프레임을 씌운 질문에 대한 거부감의 표출'로 대신할까 한다"고 말머리를 열었다.

남 대변인은 "언론에 비친 민주노총을 반추해본다. 애와 증, 비판과 비난, 조언과 적대를 넘나드는 경계에 민주노총이란 네 글자가 박힌다"며 "비단 언론뿐이겠는가.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 국회와 청와대까지 민주노총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이거나 요리조리 물고 뜯고 가공할 재료인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남 대변인은 최근 국제노총 총회에 참석한 테레스 구어블린 스웨덴노총(LO) 부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레스 구어블린 부위원장은 "노동현장에서 결사의 자유와 노조 할 권리가 보장되고 동등한 조건에서 대화가 가능한 노사관계가 구축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의 노-사-정 관계가 상호 동등한 발판 위에서 존재하고 있느냐는 게 남 대변인의 물음이다.

남 대변인은 "노조가입에 ‘결단’이 필요한 나라, 산업별교섭이 부정되는 나라, 노동자의 권리와 직결된 노동법 개악과 개정을 요구하는 파업조차 불법파업으로 처벌받는 나라"라고 한국 상황을 지적하며 "노동조합의 사회적 권리는커녕 기본권조차 보호되지 않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전제하지 않는 것은 비난하기 위한 비판일 수밖에 없다"고 언론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권력의 폭력엔 눈 감고 노동자에게 ‘폭력’이라는 프레임 하나로 모든 요구와 의제를 덮어씌우고 여론과 민심을 민주노총에게서 멀어지게 하려는 한국 언론들의 노력과 위력이 놀랍다"고 개탄했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이어져 온 민주노총에 대한 '비난'은 지난 달 정부여당 주요인사들이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 발언을 쏟아내면서 본격적으로 거세지기 시작했다.

<"말 안통해" 민노총에 폭발한 文정부> 11월 13일 동아일보 종합 01면

"대화를 해서 뭐가 되는 곳이 아니다. 항상 폭력적 방식이고 자기들 생각을 100% 강요하려 한다"(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민주노총이 총파업 선포하고 경사노위 참여 안 해 국민 걱정이 크다"(이낙연 국무총리), "경제가 어려운데 총파업한다니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방침으로 노-정관계가 악화되면서 나온 발언들로 보수언론은 이를 인용해 문재인 정부마저 민주노총에 등을 돌렸다는 식의 보도를 내보냈다.

여기에 '유성기업 폭력사태'가 발생하면서 언론의 '민주노총 때리기'는 가속화됐다. 당시 금속노조는 "어떤 식으로든 폭력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사과입장을 밝히면서도 "언론에도 간곡하게 호소한다. 이번 불상사가 이토록 보도 가치가 높고 주목할 사건이라면 지난 8년간 유성기업에서 발생한 사측의 불법, 폭력, 인권유린, 노동자의 죽음, 재벌과 관계 당국의 공조와 갑질은 보도할 가치가 없어서 넘어갔나. 기계적 중립이라도 부탁드린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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