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2 준결승에서 장재인이 탈락했다. 아쉽기는 하지만 어차피 대중에 의해서 그것도 주로 여성들에 의해서 좌우되는 슈퍼스타K2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인터넷 투표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해온 장재인의 탈락은 의외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공교롭게 작년과 똑같은 코스로 진행되고 있어 조작설이 피어오르기도 하지만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장재인이 TOP3에 든 것만도 한국 대중의 기호와 선택이 조금은 변화하고 있다는 청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장재인의 탈락을 두고 ‘비주류 음악의 한계’라는 의문을 제시한 언론도 있듯이 한국 대중음악계는 지독한 편식현상에 갇혀 있다. 정말 뛰어난 음악성과 가창력 등을 가진 가수다운 가수들이 없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돌 댄스그룹이 득세한 이후로 기타 장르의 가수들은 겨우 틈새시장을 차지하는 데 만족해야 할 형편이 되었다. 과연 이런 환경에서 과거의 조용필이나 이선희 같은 솔로가수들이 탄생할 수 있을지가 의문인 상황이다.

이런 가요계 분위기에 대한 위기감이었을까? 올해는 언론과 대중 모두가 아이돌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의 태도를 거두기 시작했다. 언론이 5초 가수라며 논란거리를 제공했다면 그 이전부터 대중은 MR제거라는 재치를 통해서 아이돌 댄스그룹의 가창력 부재를 꼬집어댔다. 그러나 아직은 이런 반 아이돌 정서가 주류를 형성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대형 기획사들의 마케팅 앞에 무력한 모습이며, 정말 좋은 노래와 가수들이 아이돌의 기세에 밀려 소리 소문도 없이 사장되어가고 있다.

장재인의 무대 후에 심사위원 윤종신이 말했다시피 장재인이 여기까지 온 것만도 참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성별로 구분한다면 작년의 길학미와 같은 전철을 밟았지만 장재인은 길학미와도 다르고 굳이 비교하자면 오히려 조문근에 가깝다. 귀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서인국이 아닌 조문근에게 더 음악성이 있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실제로 슈퍼스타K를 움직이는 결정적인 파워는 조문근의 음악성이 아닌 서인국의 귀여운 눈웃음에 환호하는 부류들이다. 그러나 슈퍼스타K를 만드는 엠넷도 서인국 그리고 존 박(혹은 의외로 허 각)을 슈퍼스타K의 우승자로 뽑을 대중도 알면서 모르는 사실은 슈퍼스타K 우승자라 할지라도 결코 슈퍼스타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댄스그룹이 아니라면 솔로가수로는 팬덤유지가 극히 어렵다.

올해 비, 이효리, 보아가 솔로가수로서 위신은 세웠지만 이는 기획사 간의 카르텔이 깨진다면 언제든지 초라해질 수 있을 정도로 갈수록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 어떤 솔로가수라 할지라도 정상급 아이돌 그룹과 맞대결을 벌인다면 아무나 다 한다는 순위 프로그램 1위는 꿈꾸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엠넷에서 정말 열의를 다해 밀었지만 서인국은 낡은 슈퍼스타K 우승자의 프리미엄까지 내려놓고 척박한 가요계에서 절치부심할 형편이 되었다. 더욱이 2차 우승자가 나오게 된다면 그나마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게 될 상황인 것이다.

어차피 슈퍼스타K 우승자는 엠넷 프로그램 속 하나의 연기자에 불과하다. 슈퍼스타K 우승 자체가 굉장히 커다란 인지도를 가져다주는 도깨비 방망이와 같지만 지망생끼리 겨루던 것과 달리 현역선수로 가요계에 서게 된다면 슈퍼스타K를 통해 그토록 호의적이고 열광적이었던 지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 슈퍼스타k2는 존 박과 허 각 둘 중 한 명에게 슈퍼스타k까지는 몰라도 거액의 상금과 상품 그리고 일반 신인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화려한 데뷔를 보장받게 된다. 단지 거기까지일 뿐이다.

그러나 장재인은 다르다. 스무 살의 어린 싱어송라이터 장재인은 한국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불가능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준결승 전까지 장재인에게 쏟아졌던 관심과 환호를 생각한다면 작은 희망의 불씨 하나는 건졌다고 볼 수 있다. 슈퍼스타K를 통해서 독설로 유명해진 이승철 조차 심사평에서 “어찌 보면 한가지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여러 그림을 보여준다”면서 큰 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보였다.

그런 한편 슈퍼스타K를 누가 장재인을 이기느냐의 승부로 봤던 윤종신은 “다른 친구들은 노래를 하는데 장재인은 좀 더 큰 범위인 음악을 한다”는 대단한 극찬을 준비해왔다. 이승철이나 윤종신은 지극히 대중적인 노래를 해온 사람들이다. 그런 눈에 장재인은 복잡미묘한 감정을 갖게 하는 대상일 것이다. 이들의 심사평을 나름대로 종합한다면 이런 말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장재인은 슈퍼스타K 스타일은 아니다. 그러나 진짜 음악을 하는 가수다. 물론 존 박과 허 각 두 사람들도 좋은 가수가 될 재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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