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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혐오, 언론의 책임이란[기자수첩]
안현우 기자 | 승인 2018.12.13 13:36

[미디어스=안현우 기자] 최승호 MBC 사장은 전에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사회 변화를 저어하는 세력이 굳건해 경우에 따라 충격요법도 필요하다는 얘기로 판단된다. 여기에 사회 문제가 그 만큼 복잡다단해졌다는 것을 더할 수 있겠다. 문제를 칼로 무 자르듯 선명하게 드러내거나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최근 의원실 영수증 처리 문제로 국회가 시끄러웠다. 또한 내년도 예산 처리와 맞물려 국회의원 세비 인상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문제는 두 가지 사례에서 언론보도가 나름의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정치혐오 조장이냐 아니면 건전한 국회 감시냐는 종이 한 장 차이로 결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결과는 엄연히 다르다. 칭찬이 과하면 낯 부끄러우면 되지만 정도를 넘어서는 지적은 딴 길로 새기 마련이다.

내년도 국회의원 세비 2,000만원 인상 논란을 전한 언론의 경우, 관련 기사 수정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의원 세비는 수당과 활동비로 구성되고 의원실에는 운영비와 차량유지비가 지급된다. 명목이 일반인과 다르고 복잡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언론이 이에 대한 구분 없이 2,000만원 세비 인상이라고 전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의원 연봉 2000만원 인상, 즉각 중단하라’는 글이 올라오고 10일 기준으로 16만 명 이상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회 사무처는 이와 관련해 ‘연간 1억6000만 원대, 인상률 14%라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고 공무원 보수를 1.8% 올리면서 동반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리하자면 수당과 활동비를 합친 올해 의원 연봉은 1억 4994만원이고 내년은 1억 5176만원으로 182만원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를 머니투데이의 정정보도를 인용해 설명해보면 “국회의원 관련 예산을 합산, 정리할 때 일부 착오가 있었다. 올해(2018년)는 의원 수당만을 기준으로 하고 내년 수령 예상 금액은 의원 수당과 활동비를 합쳐 계산해 증액분과 증가율이 급증한 것으로 보도했다”는 것이다.

적고 많고의 문제를 떠나 연봉 인상분 182만원 또한 셀프인상이라는 이유에서 비난 여론에 휩싸이고 있다. 의원 세비는 공무원 연봉 인상과 연동되도록 법률로 규정하고 있어 셀프 인상이라는 것으로 특권을 내려놓자는 취지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은 인상분 반납을 결정했고 민주당도 동참을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입은 삐뚤어졌지만 결과는 맞아떨어진 셈인데 이런 경우를 쉽게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앞서 의원실 영수증 이중 신고 논란이 불거졌다. 문제를 제기하는 측의 ‘국회의원의 회계처리는 투명해야 한다’는 취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점을 우선 밝힌다.

국회의원이라면 어지간한 비판은 눙치고 내성이 쌓일 만큼 쌓였겠지만 이번만큼은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동일한 크기로 국회의원 26명 각각이 영수증 이중 신고로 국민의 세금을 빼돌린 것으로 뭉뚱그려 적시됐다.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선명했지만 또한 선정적이었다. 해당 의원들의 반론을 들어보면 이해 못할 부분이 없는 게 아니다. 국회 회계 투명성의 현실을 강조한 맥락은 맞지만 고의냐 고의가 아니냐라는 부분은 단언하기 어렵다.

현재 국민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한 선거제도, 즉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국민 대표성을 높이려면 의원수 확대가 필연적인데 정작 국민은 반대하고 있다는 상황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저어하는 거대양당도 국민의 반대를 앞세우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용어도 낯설고 국민 개개인의 삶과 관련된 문제로 인식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정치 불신, 혐오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언론의 책임도 적지 않을 것이다.

안현우 기자  adsppw@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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