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프랑스에서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노란 조끼' 시위가 한 달 가까이 지속되는 가운데 '노란 조끼'시위의 폭력성을 부각하거나 시위로 인해 프랑스 경기가 둔화될 우려가 있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는 프랑스 언론의 보도와 사뭇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노란 조끼' 시위기간 중 프랑스에 체류한 임상훈 인문결연구소 소장은 1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시위의 폭력성에 대한 프랑스 언론의 태도와 같은 상황 발생 시 한국 언론의 태도를 비교했다.

프랑스의 '노란조끼'(Gilets Jaunes) 시위대가 8일(현지시간) 파리 개선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리 AFP=연합뉴스)

임 소장은 "시위 과격 양상이 여러 번 있었다. (프랑스 언론에는)과격시위 같은 게 다 나오지만, 그것은 일부 파괴자들이 그 안에 섞여 있었다고 표현을 한다"면서 "그런데 만약 한국에서 보도가 됐다면 전체 시위를 덮어버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보도에서 나왔던 것 중 '노란조끼가 프랑스 경제에 먹구름'이라는 식의 보도가 있었다. 그것은 본말이 뒤바뀐 것"이라며 "프랑스 경제가 그렇게 되서 노란조끼가 나온 것이지 노란조끼가 나와서 프랑스 경제가 그렇게 된 건 아니다. 그런 식의 보도가 프랑스에서는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란조끼 시위와 관련한 한국 언론의 보도 중에는 프랑스가 '노란조끼'의 폭력으로 얼룩졌다거나, 노란조끼 시위가 폭력시위로 변질됐다는 등 시위의 폭력성을 강조한 보도들이 주를 이뤘다. 또한 "노란 조끼 시위는 프랑스 경제에 재앙"이라는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의 말을 인용보도하면서 '시위로 인한 경기둔화' 우려를 부각하기도 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10일 저녁(현지시간) 생방송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과 저소득 은퇴자의 사회보장세 인상 철회 등의 추가 조치를 발표했다. 지난주 유류세 인상안 폐지, 전기·가스요금 동결,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강화 유예 등의 조치에 이어 시위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내년 1월부터 근로자의 최저임금이 월 100유로 인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의 올해 월 최저임금은 세전 1498유로(약 192만 9600원)으로 애초 3% 인상 방침을 6.6%로 대폭 조정한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생방송을 통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동안 '노란 조끼' 시위에서 분출된 요구들을 대폭 수용하고 자신의 과오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파리 AP=연합뉴스)

또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사회보장기여금 인상 계획도 백지화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월 2천 유로 미만을 버는 은퇴자를 대상으로 사회보장기여금(CSG) 1.7% 인상도 철회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기업의 사회보장 기여 대책을 재계 인사들과 논의해 마련하고, 조세회피를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자산 17억 원 이상의 개인에게 부과됐던 부유세(ISF) 원상복구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마크롱 정부는 부유층과 외국 투자자들의 투자 촉진을 명분으로 부유세를 부동산자산세로 축소 개편해 사실상 부유세를 폐지한 바 있다. 한 달간 이어진 '노란 조끼' 시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으로 시위 감소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과 시위의 불씨가 꺼질지는 의문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임 소장은 마크롱 정부의 조세제도 개혁 후퇴가 시위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임 소장은 "핵심은 조세제도 개혁이었다. 과거 같이 생산성이 높아 많은 부분들을 복지에 투입할 수 있는 게 잘 안 된다"며 "이에 대한 국민 불만이 많았고, 마크롱 정부에서 새로운 뭔가가 나올까 했는데 아니었다. 국민들이 너무나 실망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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