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토크쇼 J>가 최근 언론들이 대통령을 향해 쏟아 부었던 ‘불통 대통령’ 프레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 문제에 국한해 질문을 받겠다는 양해에도 아랑곳 않고 마이웨이 질문을 던진 것은 결국엔 답변하지 않는 리액션을 담겠다는 의도를 의심케 한다. <저널리즘 토크쇼 J> 고정 패널 정준희 교수는 기자들 입장에서는 뼈아플 부분을 지적했다. 대통령이 질문을 제한하자 준비한 질문이 국내 문제밖에 없어 기자들이 당황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냥 준비한 질문을 던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준희 교수가 하고자 하는 말은 대통령이 대답하지 않겠다는 부분보다 질문하는 기자들의 ‘기술’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 매우 부끄럽고 유명한 일화가 있다. 과거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특별히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 기회를 주겠다고 여러 차례 말을 했지만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아 다른 나라 기자가 대신하겠노라 나선 매우 망신스런 장면은 쉽게 잊을 수 없다. 한국 기자들이 질문에 미숙하고, 심지어 겁을 내는 모습을 들켜버린 사건이었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J> ‘기자들의 질문권과 대통령의 답변 안 할 권리’ 편

이번 주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연합통신 오보와 미세먼지 보도 행태 등 여러 가지 주제를 다뤘지만,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일부 언론들이 만들고자 했던 ‘불통 대통령’ 프레임에 대한 비판이었다. 프레임 짜기에 나선 언론 당사자가 아니라면 할 수 있는 말은 사실 다를 수 없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질문지에 따라 충실하게 읽고 받아쓰던 언론이 왜 이제는 백팔십도 달라져서 ‘불통’이란 단어를 거론하냐는 질문부터 던지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기내 기자 간담회를 논란으로 만든 언론의 의도는 단순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아주 높았을 때에는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마지못해 정부 칭찬을 하던 언론들이 요즘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지자 감추고 있던 적의를 드러내는 것이다. 언론과 야당이 만들어낸 경제 프레임도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부분이 없지 않다. 한마디로 언론이 정치를 하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번 논란 아닌 논란에 대한 시민들 반응이 그 해답을 제시해준다. <저널리즘 토크쇼 J>와 인터뷰를 한 한 시민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국정지지도가 높을 때는 숨죽이고 있다가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니까 한꺼번에 달려들어서 부정적인 여론을 조장한다"고 했다. 시민들이 잊지 않는, 잊을 수 없는 또 다른 기자 간담회의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열린 기습적인 기자 간담회에 소위 기자로서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질문도 없이, 심지어 카메라 휴대폰도 없이 들어가 손을 조아리고 선 모습과 언론자유 순위가 20계단이 치솟은 문제인 정부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대통령과 맞서려는 것이라는 반응이 많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J> ‘기자들의 질문권과 대통령의 답변 안 할 권리’ 편

문재인 정부 초기 벌어졌던 김정숙 여사 호칭 논란만 해도 그렇다. 결국엔 ‘여사’라는 호칭으로 모든 언론이 공식적·암묵적으로 사용하게 됐지만 돌아보면 그 논란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한국 언론들은 촛불혁명의 위세에 움츠리고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자신들의 기본 정서 전부를 숨기지는 못한 것이다.

자주 있지는 않지만 대통령과의 기자들이 만날 때에 한국 기자들의 오만한 태도들은 자주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한국 기자들은 대통령에게 질문을 할 때에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질문 기회를 줘서 고맙다는, 형식적이지만 필요한 예의를 갖추지도 않는다. 기자 간담회 때마다 시민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부분이다. 오히려 외신기자들이 더 예의와 존중을 담아 질문하는 모습을 보여 더욱 한국 기자들의 태도와 대조가 되곤 한다.

대통령과 만나 직접 질문을 하는 흔치 않은 기회는 언론만이 누리는 것이지만 언론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국민을 대신한 것이어야 한다. 질문 내용을 떠나 태도부터 분통을 터뜨리게 하는 기자들이 국민을 대신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오히려 질문하는 젊은 기자들보다 나이 지긋한 대통령의 답변 태도가 더 정중했다. “태도는 본질”이라고 했던 문 대통령의 말을 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J> ‘기자들의 질문권과 대통령의 답변 안 할 권리’ 편

변상욱 대기자는 이번 논란에 대해서 “정권이 세면 뒤로 물러나고, 정권이 유하게 받아주면 확 밀어붙이고 그래서 결국 ‘수동적 공격성’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다”고 언론의 이중성을 지적했다. 시민이나 대기자나 판단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직 기자만, 언론들만 모르는 것이다. 정치인이 자신의 영달만 추구하면서도 말끝마다 국민을 앞세우는 것처럼, 언론이 정치를 하고자 하면서 국민을 알권리를 내세우는 것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언론은 반성하지도 달라지지도 않았다.

지금 야당들이나 언론들이 크게 착각하는 부분이 있다. 촛불혁명이 다 끝났고, 광장에서 자신들을 향해 쏟아졌던 그 많은 비난을 시민들이 다 잊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의 시민들은 잊지 않는다. 오히려 언론보다 더 꼼꼼하고 집요하게, 기억하고 저장하고 또 언급한다. 과거를 잊은 것은 언론뿐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최대한 조심스러운 표현을 담았지만 결국에 이런 이야기들이었다. 누가 말해도 대통령과 언론의 문제는 이렇게 정리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다만 공영방송으로서 대통령을 옹호하는 내용을 말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인데,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거라 보였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용기가 돋보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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