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승선근무예비역 관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승선근무예비역이 선상 내 괴롭힘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는 이어지고 있지만 대책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소현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승선근무예비역의 특성상 피해가 발생해도 은폐되기 쉽다”면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승선근무예비역은 항해사·기관사 면허 소지자들이 해운업체에 들어가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제도다. 복무 기간은 36개월이며, 주로 선상 위에서 생활한다. 그런데 최근 승선근무예비역이 배 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실제 지난 3월 승선근무예비역이었던 고 구민회 씨는 화학약품 운반선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구씨의 유족은 ‘집단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밝혔다. 구씨가 생전에 남긴 카카오톡에는 “메뉴얼 수기로 20장씩 써오라 하고…자해라도 해서 집에 갈까”, “방금 무릎 꿇고 왔다. 진짜 이 상황 그대로 가다간 내가 죽든가 진짜 스패너로 후리든가 둘 중 하나 될 듯” 등 구체적인 내용이 있었다.

회사와 병무청은 구민회 씨를 도와주지 않했다. 구씨는 2월 ‘선상 내 괴롭힘이 있다’고 회사에 알렸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대부분 시간을 해상에서 보내는 운반선의 특성상 실질적인 조치가 어려웠다. 입대 대신 승선 근무를 하는 승선근무예비역이지만 민간인 신분이기 때문에 병무청에 신고도 할 수 없었다. 구씨의 사망 후 관계자들은 괴롭힘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소연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승선근무예비역의 특성상 집단 괴롭힘을 당해도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정소연 변호사는 1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승선근무예비역은 근무 환경이 특수하다”면서 “직장 내에서 어려움이 발생하면 외부에 도움을 받기 어렵고 거의 전적으로 배 위에서 해결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소연 변호사는 “공간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신분 면에서도 대체 복무자”라면서 “이런 특수성 때문에 외부로 도움을 청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피해자가 내부에서 말을 해도 그냥 묵살당하거나 축소, 은폐되기가 쉽다”고 강조했다.

정소연 변호사는 “구민회 씨 사건 같은 경우 사측과 선상 관리자들이 문제를 세심하게 파악을 해야 했다”면서 “부적응, 개인의 문제 같은 식으로 치부하지 않고 환경 특수성을 고려해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실질적으로 피해를 호소하면 작동하는 제도적 수단이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소연 변호사는 “대체 복무 같은 경우 어느 정도 고립이 된다고 봐야 한다”면서 “(대체복무제도는) 직장과 군대의 특성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실질적인 예방책과 대응책이 마련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고 구민회 씨의 누나 구설희 씨는 동생이 집단 괴롭힘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구설희 씨는 1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승선근무예비역은 중간에 그만두면 다시 현역으로 입대하는 상황”이라면서 “뭐만 잘못했다거나 그러면 (직원들은) ‘너 군대 보내버린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구설희 씨는 해운 업계의 폐쇄성에 대해서 지적했다. 실제 구민회 씨와 같은 배에 탔던 실습생과 해운 업체 담당자는 ‘집단 괴롭힘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경찰 조사가 들어가자 진술을 바꿨다. 구설희 씨는 “대외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해당 선원은 해운계 블랙리스트에 올라가게 된다”면서 “(해운 업계는) 평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구설희씨는 “그래서 경찰 조사 때 업계 상사인 가해자한테 유리한 진술만 나올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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