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라’에 정말 보고 싶었던 그룹이 출연했다. 진작부터 만나보고 싶었지만 좀처럼 기회가 닿지 않아 그저 음악으로만 대하던 팝재즈그룹 윈터 플레이 그들이었다. 앞에 팝이란 단어가 붙어 대놓고 재즈 뮤지션들과는 좀 더 대중 친화적인 느낌을 주기도 해도 여전히 아이돌이 아닌 이들을 많이 알기도 어렵고, 다부지게 마음먹지 않는다면 연주 모습을 직접 보기도 어렵다. 그런 면에서 ‘라라라’는 그렇게 귀한 뮤지션들을 티비를 통해 보여줘서 고마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9월 자신들의 2집 앨범인 <투셰모나모(Touche Mon Amour)>을 발매하고 한국에서의 왕성한 활동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재즈를 하는 그룹을 티비에서 만나기란 참 어렵다. 언론에서 5초가수 운운하며 아이돌 그룹의 노래에 대해서 시비를 걸고 나왔고, 그런 가요계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쏟아지지만 정작 현실은 여전히 아이돌 편식의 증상을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방송이 문제다.

음악 전문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아이돌에게 많은 지분을 할애하다보니 순위 프로그램에 오르지 못하는 그러나 정말 좋은 가수, 밴드들을 대중에게 소개해야 할 본연의 임무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형국이다. 얼마 전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를 통해서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등 70, 80년대를 풍미한 포크송 축제가 소박하게나마 벌어졌고 대중은 그 축제에 크게 감동했었다. 접하지 못해서 그렇지 방송이 아이돌앓이를 치유하면 대중은 다양한 음악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걸 증명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음악여행 ‘라라라’도 가끔은 아이돌 그룹들에게 면죄부를 주거나 혹은 숨겨진 음악성을 검증하는 일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끔 있는 일이고 보통은 누가 시선을 주건 말건 묵묵히 노래 잘하고, 열심히 하는 뮤지션들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세상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의미 있다고 볼 수 있다. ‘라라라’가 이번 주에 소개한 윈터 플레이 또한 그렇게 꼭 알려져야 할 밴드 중 하나이다.

CF노래 해피 버블로도 익히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정작 이들의 음악은 앨범 속에 담겨 있다. 타이틀 곡 ‘튜세모나모’는 경쾌한 듯 아릿한 상처나 우수를 자극하는 멜로디에 윈터 플레이 보컬 혜원의 독특한 음색이 딱 가을에 맞춤한 노래이다. 그러나 한 달 남짓에 뽑을 거 다 뽑고 부랴부랴 활동을 마감하는 아이돌 그룹도 아닌 윈터 플레이 음악을 타이틀곡에 국한시킬 이유는 전혀 없다.

‘라라라’에서도 소개했듯이 리메이크 곡 ‘세월이 가면’ ‘Hey Bob' 등도 그렇거니와 이번 앨범에 담긴 곡들 모두가 일상의 리듬과 아주 잘 맞거나 혹은 이끌어줄 친밀감으로 무장하고 있다. 총 10곡이 수록된 이들 앨범을 종일 리플레이시켜 놓아도 전혀 지루하지도 거슬림도 없이 때로는 잊고 지낼 수도 있는 것은 아무래도 때가 가을인 탓도 클 것이다. 그룹 이름이 겨울인데도 이들의 음악은 오히려 가을에 적격이다.

그것은 비단 2집만이 아니라 1집 역시도 아니 재즈라는 장르 자체가 사계절 중 가을에 가장 어울리는 탓일 것이다. 물론 뜨거운 여름밤 늘어붙은 아스팔트처럼 클럽 안을 헤집는 트럼펫 소리만큼 잘 어울리는 것도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재즈는 가을의 BGM이다. 결국은 겨울이 가을을 노래하는 것이 윈터 플레이다. 이 그룹의 이름에 겨울이 들어간 이유에는 보컬리스트 혜원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혼자 상상해보게 되는데, 혜원은 보는 각도에 따라서 매우 차갑게 보이기도 한 탓이다.

윈터 플레이의 또 다른 매력은 보컬 혜원이다. 흔히 재즈 보컬리스트를 연상케 하는 풍부한 몸매가 아님은 ‘라라라’를 시청하면 알게 될 것이다. 날씬한 몸매에 보헤미안 특유의 차가움과 열정을 담은 눈빛이 일품인 이 보컬리스트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자면 영락없는 팜므파탈의 두려움과 호기심을 갖게 된다. 아직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이 치명적인 재즈 보컬리스트 혜원의 유혹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