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이 작년 이맘때쯤 스타골든벨에서 전격 하차한 이후 일 년만에 KBS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김승우의 승승장구에 게스트로 초청된 김제동은 감회에 젖은듯 작은 눈이 좀 더 작아지는 듯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살짝 어색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런 회한에 젖는 순간도 잠시 이후 쉴 새 없이 터져 나온 그의 입담은 승승장구 네 명의 MC들을 시종일관 방청객으로 만들고 말았다. 그런 김제동의 힘은 시청률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승승장구 시청률은 처음으로 강심장과 1% 못 되는 차이로 바싹 쫓아갔다.

김제동은 KBS를 통해서 데뷔도 했고, 연예대상이라는 거대한 상도 거머쥐었다. SBS와 MBC에서도 활동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스타골든벨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홍수 속에서도 김제동의 입담과 구수한 인간미를 매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누구나 묻고 싶었고 그 동안에도 무수히 많은 대답을 했던 것처럼 그런 스타골든벨 하차에 대해서 97%는 자기 자신의 탓이라고 했다.

김제동의 답변처럼 정말 스타골든벨이 시청률 20%대를 넘는 인기를 구가했다면 97% 외의 다른 외부 요인은 작용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월이 더 흐른 뒤에는 그것이 과연 옳았는가에 대한 진실이 더 밝혀지겠지만 어쨌든 그 일을 계기로 갑자기 불우한 연예인이자 탄압받는 연예인이 돼버린 김제동에게 지금 당장은 97%가 아니라 100% 자기 스스로의 문제로 생각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것은 비단 김제동 자신만이 아니라 그를 아끼는 사람들 모두에게 잠정적으로 권유되는 상황이 아닐까 싶다. 김제동은 비록 게스트의 입장으로 토크쇼에 출연해서 그가 지난 오랜 세월 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한가해진 토크천재 김제동이 일 년 혹은 그 이상의 부진을 털어내고 다시 김제동 어록을 빵빵 터뜨리던 전성기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렇게 한을 풀듯이 혹은 고해성사를 하듯이 자신의 이야기를 실컷 쏟아내는 순간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과거의 김제동이 어떤 재주와 능력으로 세상을 웃겼다고 회상하기에는 아직 너무 젊은 그이기에 어눌한 김승우가 하는 토크쇼 게스트로 나와서 주고 받는 이야기에 페이소스가 짙게 묻어났다. 오프닝 유머로 다섯 살 유치원 아이의 고민으로 초장부터 웃음을 빵 터뜨린 김제동에 대해서 김승우가 부럽다고 하자 김제동은 그말을 그대로 받아쳤다. “집에서 이렇게 승승장구 보고 있잖아요? 되게 부러워요”해서 웃음을 터뜨렸지만 그의 현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자학개그였다.

김제동은 워낙에 외모를 통한 자학개그가 많은 편이니 이것을 굳이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스스로 인정한 대로 강호동, 유재석과 달리 코미디언 생활의 경험없이 어찌보면 신데렐라처럼 벼락스타의 반열에 올랐다고 볼 수 있는 김제동이 터득한 웃음의 포인트가 그럴 뿐이다. 그런 한편 자학만큼 상대를 뜨끔하게 만드는 촌철살인 역시도 빠뜨리지 않는 날카로움도 보였다. 그렇게 치고받고 하는 것이 강호동, 유재석이 아닌 김제동이 갖는 토크의 특성일 것이다.

김제동이 출연한 승승장구는 모처럼 쉴 새 없는 말의 향연에 푹 빠져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작년 스타골든벨 하차 이후 mbc에서 임시 제작되었던 오마이텐트에서도 미처 다 보지 못했던 수다꾼 김제동의 언어 본능에 다시 한 번 탄복할 수 있었다. 오죽 버릴 말이 없었으면 다음 주까지 일부 내용을 넘겨서 김남주, 비, 이나영을 몰래 온 손님으로 초대하는 성동일 편을 일부 떼어줄 정도이다. 스타성 자체는 현재로써는 분명 다음 주 게스트들보다 떨어질지 모르지만 말을 통해서 사람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것이야 어디 상대가 되겠는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김제동의 승승장구 출연이 그에 대한 kbs의 어떤 규제가 풀리는 신호탄이 될까 조심스렇게 기대하게 된다. 그것이 김제동 퇴출 이후로 지리멸렬한 스타골든벨로의 귀환도 좋을 것이며 sbs에서 새로이 만든다는 새로운 토크쇼에 대항마인 김제동 쇼이어도 좋을 것이다. 결자해지라고 김제동을 내친 kbs부터 다시 김제동을 기용하는 것이 김제동도 살고 요즘 부진을 면치 못하는 kbs 예능도 더불어 사는 길이 아닐까 싶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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