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미성년자 웹툰작가 A씨의 저작권을 편취한 의혹을 받고 있는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와 한희성 전 대표(필명 '레진')에 대한 작가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레진 불공정행위 규탄연대'(이하 레규연)는 6일 논현동 레진코믹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레진코믹스의 공식사과와 편취 의혹 당사자인 한 전 대표의 완전 퇴진을 촉구했다.

"레진코믹스가 처음 서비스 할 때부터 이용했었지만 지금은 탈퇴했습니다. 좋아했던 작품 '나의 보람'의 작가님께서 한국을 대표하는 웹툰 플랫폼 레진에서 그런 일을 당하셨다는 게 믿기지 않아 목소리를 보태고 싶어 왔습니다."

전주에서 올라왔다는 한 웹툰 독자는 '나의 보람' 작가 A씨가 레진에서 '그런 일'을 당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는 2013년 5월부터 11월까지 레진코믹스에서 연재된 웹툰 '나의 보람'의 작가다. A씨는 올해 레진코믹스의 전 대표 한희성 씨로부터 해당 작품의 저작권을 편취당했다고 폭로했다. 한 전 대표가 미성년자인 자신과 계약을 맺을 당시 '업계 관행'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작품의 글작가·원작자로 등록하고 수익의 30%를 가져갔다는 내용이다. 한 전 대표의 필명은 '레진'으로 실제 해당 작품의 글작가와 원작자로 '레진'이라는 이름이 등재됐으며 이는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한희성 전 대표의 필명은 '레진'으로 실제 해당 작품의 글작가와 원작자로 '레진'이라는 이름이 등재됐으며 이는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A씨는 이날 대리인을 통해 밝힌 입장에서 당시 상황과 폭로에 이르게 된 계기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A씨는 레진코믹스 설립 준비기간이던 2012년부터 한 전 대표와 알고지내던 사이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레진'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던 블로거였다. 한 전 대표는 블로그에 만화를 연재하고 있던 학생 A씨(당시 16살)에게 팬이라며 접촉, 이듬해 레진을 설립하며 A씨에게 만화 작가 데뷔를 제안했다.

A씨는 한 전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데뷔작인 '나의 보람'을 레진코믹스에 연재하기로 했다. 문제는 정식연재 직전에 불거졌다. 한 전 대표는 A씨와 계약을 맺으며 계약서 초안에 명시되지 않았던 '글작가·원작자'로의 등록과 수익 30% 배분을 요구했다. '나의 보람'은 A씨와 한 전 대표가 같이 만든 작품이고, 업계 계약 관행이라는 주장이었다.

A씨는 한 씨가 작품에 관여한 것은 단 한번의 구체적인 피드백, '선정적 장면 삽입'이 전부였다고 주장했다. A씨가 구성한 시놉시스와 캐릭터들에 대한 한 전 대표의 피드백은 '(특정 부분을) 임팩트있게 그려라', '캐릭터 이름을 바꿔라' 등의 간단한 피드백이 전부였고 단 한 번, 수음(手淫)장면을 만화에 넣어야 한다는 게 구체적인 피드백의 전부였다고 밝혔다. A씨는 "17살에 불과했던 저는 깜짝 놀라 부끄럽다고 했지만, 한 씨는 '야한 게 잘 팔린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A씨는 정식연재 이후 레진코믹스가 해당 작품을 '레진이 집필한 작품'으로 대대적 홍보를 하면서 "어렴풋이"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한 씨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A씨에게 돌아온 대답은 "작가님이 아직 어려서 모르시나본데 이게 관행이다. 작가님을 배려해 특별히 수익의 30%에서 15%를 가져가겠다"는 것이었다. A씨는 "레진은 제 팬이라고 말했고, 그때는 정말 제 작품을 나눠 갖는 것이 관행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레진 불공정행위 규탄연대'는 6일 논현동 레진코믹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레진코믹스의 공식사과와 편취 의혹 당사자인 한 전 대표의 완전 퇴진을 촉구했다. (사진=미디어스)

A씨가 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된 시점은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7년이다. 저작권과 관련된 글을 찾아보던 A씨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그해 12월 레진코믹스에 '나의 보람'의 저작권을 되찾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다. 이에 레진코믹스 측은 저작권 침해 사실을 인정하고 작품을 돌려주고 피해보상을 하겠다는 내용의 회신을 A씨에게 보내왔다.

그러나 A씨가 마주하게 된 건 비밀유지조항과 레진 측의 귀책 사유가 없음을 명시하는 조항 등 독소조항이 담긴 합의서였다. 이에 A씨는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레진코믹스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레진코믹스 측은 저작권 침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돌연 태도를 변경, 법정대리인 동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만이 잘못일 뿐 계약해지는 불가능하다고 입장을 변경했다. A씨는 "작품을 돌려받지 못할 생각에 매일매일 피가 마르는 느낌이었다"고 술회했다.

이후 레규연이 레진코믹스를 '우월적 지위남용에 의한 불공정거래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A씨가 한 씨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면서 레진코믹스 측 입장은 또다시 바뀌었다.

지난 11월 레진코믹스는 A씨에게 '나의보람' 계약기간이 1년 전 만료되었음에도 작품이 내려가지 않아 작품을 내리고 발생한 수익을 보상해주겠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계약해지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한 시점에 계약이 만료되어 있었던 것이다. A씨는 "왜 레진은 문제가 불거진 올해 초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나"라며 "비밀조항에 대한 사인을 받아내려던 게 목적이 아니었나라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레규연의 미치 작가는 집회 현장에서 "불과 반년 전 피해작가 요구에도 절대로 작품을 못 내린다던 레진코믹스가 공정위에 신고하자 작가에게 연락하고, 여론의 주목을 받자 작품을 내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치 작가는 "레진코믹스의 입장은 저작권 침해 문제는 한 씨의 개인 문제라는 것인데, 어째서 회사의 책임이 없나"라며 "계약서 조항도 없이 회사는 한 씨에게 수개월 간 30%의 수익을 줬다. 세상에 어느 일개 작가가 계약서도 없이 다른 작가의 작품 권리를 주장하나. 한 씨가 회사의 대표였고, 회사의 방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라고 따져 물었다.

레규연은 레진코믹스의 공식 사과 발표와 피해보상, 한 씨의 완전 퇴진 등을 촉구했다. 한 씨는 지난 10월 레진코믹스 대표직에서 물러난 상태지만 회사 지분의 40%를 보유하고 있는 이사회 의장이다.

'레진 불공정행위 규탄연대'는 6일 논현동 레진코믹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레진코믹스의 공식사과와 편취 의혹 당사자인 한 전 대표의 완전 퇴진을 촉구했다. (사진=미디어스)

한편, 레진코믹스 측은 작품 계약 과정에서 법정대리인 동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업무 미숙'만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성업 레진코믹스 신임 대표이사는 4일 레진코믹스 공식블로그에 '나의 보람' 관련 공식사과문을 게재하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회사가 2013년 당시 작품 계약을 체결하면서 법정대리인 동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자사의 업무 미숙으로 다시 한 번 작가님께 정중히 사과드리며 책임지고 보상하겠다"고 했다.

이어 저작권 편취 논란과 관련해 "회사는 공정위의 조사 관련 협조요청에 성실히 응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나의 보람' 관련 양측의 주장이 다른 가운데 회사가 임의로 창작적 기여 여부나 기여 수준, 해당 계약의 정당성 및 적절성을 판단하거나 말씀드리기는 여전히 어렵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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