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굿모닝하우스는 조금 특별한 장소다.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에 위치한 이 공간은 도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소문난 문화공간이다. 그러나 본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이곳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굿모닝하우스는 본래 경기도지사 공관으로 쓰던 곳이다. 이를 남경필 전 경기도 지사가 도민들의 공간으로 리모델링을 해 열린 공간으로 개방한 것이다.

지난 4월 아시아경제 보도에 의하면 굿모닝하우스가 개방된 이후로 일 년 정도 기간에 11만 명이 찾을 정도로 경기도의 명소가 됐음을 알 수 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저렴하면서도 만족도 높은 게스트 하우스를 비롯해서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굿모닝 카페, 그리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전시공간 ‘누구나 갤러리’가 있고, 마지막으로 넓고 잘 정돈된 잔디광장이 있어 가족이나 친구·연인들이 한때의 추억을 쌓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었다.

굿모닝하우스 홈페이지 갈무리

당연히 굿모닝하우스는 호평을 받는 경기도의 도민 서비스였다. 말이 나온 김에 조금 더 덧붙이자면, 굿모닝하우스 개방과 더불어 전임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칭찬받았던 정책 몇 가지가 있다. 대표적으로는 ‘따복 정책’이다. 얼마 전 폐원 소식으로 안타까움과 분노를 샀던 따복어린이집과 일반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을 다니는 ‘따복버스’가 대표적이다. 정치성향을 떠나 이만한 대민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이 굿모닝하우스는 이제 며칠 후면 문을 닫게 되었다. 예약 등을 위해 굿모닝하우스 홈페이지를 찾은 사람들은 깜짝 놀라야만 했다. 밝고 환했던 대문이 흐릿해졌고, 오는 12월 21일 묻을 닫는다는 팝업창이 떠있었기 때문이다. 굿모닝하우스가 이렇게 갑자기 문을 닫는 이유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내년부터 공관으로 다시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이재명 지사는 현재 성남 자택에서 수원 도청까지 출퇴근하고 있다. 그 시간이 길어 업무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일반 샐러리맨들이 듣기에는 어이가 없을 상황이지만 어쨌든 이 지사는 도민들의 공간을 자신만의 거처로 삼은 것이다. 이에 대해 도민들의 반발이 없을 리가 없다. 지난 8일 마감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굿모닝하우스를 지켜주십시오’라는 청원에 4,737명이 동의를 했다.

굿모닝하우스 홈페이지에 ‘굿모닝하우스’ 운영 종료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기는 어려운 청원이어서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의아한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시쳇말로 “줬다 뺐는” 격이니 어떤 이유로도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경기도 김용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올린 “도지사 공관, 세금먹는 하마, 전시행정을 바로잡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매년 7억 원 안팎의 돈이 들어간 반면 벌어들인 돈은 2억여 원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말이 되지 않는 주장이다. 단적으로 경기도 문화재단이나 경기도 국악당 등의 시설과 단체들은 그렇다면 얼마를 들여 또 얼마를 벌었을까? 아니, 대민 서비스를 하는 공익 기관과 시설 등에 수익을 따진다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다. 설혹 다 맞더라고 하더라도 일 년에 11만 명이나 다녀간 굿모닝하우스를 도지사 일인을 위한 공관으로 되돌리겠다는 말은 분명히 시대역행적이다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글에는 “노무현 대통령님은 대통령 전용 별장이었던 '청남대'를 20년 만에 국민들에게 돌려주셨고, 문재인 대통령은 50년 만에 '청와대 앞길'을 전면 개방해서 국민들에게 돌려주셨다”는 내용이 있다. 최근 이재명 지사는 노무현 정신을 언급했다. 말과 행동이 따로 논다는 비판이 없을 수 없다.

기사가 운전해주는 차를 타면서 출근 1시간을 이유로 도민들의 공간을 없앤다는 것은 노무현 정신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것이다. 차라리 중단된 89억짜리 새 공관을 짓는 것이 낫다. 돈 많이 쓰는 것이 줬다 뺏는 것보다 낫다. 굿모닝하우스가 굿바이 하우스가 되질 않기 바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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