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딱, 피곤해서 쓰러질 지경일 듯합니다.
플레이오프와 관련된 모든 이들, 야구선수와 야구팬, 그리고 야구기자나 야구PD들, KBO관계자와 구단직원, 구장관리담당... 모두에게 피곤한 야구의 가을, 특히 플레이오프는 더욱 피곤한 나날들로 이어지는 듯합니다.

연일 이어지는 역전에 재역전, 한 점차의 짜릿한, 짜릿하다 못해 숨이 넘어갈 듯한 승부에 대한 이야기. 플레이오프는 과연 "드라마"와 같은,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스포츠의 특징을 잘 보여줬습니다만...

2010 플레이오프 그 드라마는 명승부가 가득한 "명작"일까요? 아니면 "막장"이라 불러도 부족함 없는 그런 진흙밭 싸움이었을까요?

연일 이어지는 명작드라마, 관중들을 사로잡다.

야구팬들에겐 그야말로 신나는 프로야구의 날들입니다. 두산이나 삼성의 팬이 아니더라도 열광하며 뜨겁게 야구를 보고 있다는 거죠. 그 명작 드라마의 시작이라 할 1차전은 무엇보다 2번의 역전이 눈부셨습니다. 그것도 마무리는 역전 홈런으로 홈팀 승리.

명작의 정점이 된 3차전은 연장 혈투였고, 연장에서 한 번의 역전이 펼쳐지며 모두 3차례의 역전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선수들은 놀라운 뒷심과 4~5점 차이는 결코 방심할 수 없는 경기력을 보여줬고, 상상할 수 없는 승부가 이어졌습니다.

야구해설자들과 전문가들의 예측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시리즈.

당연히 모든 경기들은 매진 속에서 진행됐고, 팬들은 성숙한 응원과 뜨거운 열기로 잔치의 흥을 더했습니다. 가장 조금 난 점수는 3:4, 많이 난 점수는 9:8.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정선을 잘 지켜 점수들을 뽑았습니다. 9회까지 추격과 한 점차 승부들이 멈추지 않고 이어졌죠.

많은 팬들이 2010 프로야구 플레이오프를 가을의 "명작"이라 기억할만한 이런 이유들입니다.

치열하지만 결국 막장드라마. 모두가 지쳐버리다

야구장을 나설 때마다, 이건 좀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하게 되는 경기들이 이어집니다. 야구의 맛은 시원한 타격전이라고 하지만, 수준 높은 투수전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죠. 과거 가을야구도 박충식이나 배영수를 영웅으로 기억하는 데는 다 그런 투수전의 긴장감과 숨막힘이 더 큰 재미였기 때문일 텐데요.

이번 플레이오프, 투수전은 없습니다. 선발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2차전 두산 선발인 히메네스만이 승리투수가 됐을 뿐, 어느 선발 투수도 승을 거두진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시원한 타격전이 펼쳐졌다고 볼 수도 없는데요. 야구의 꽃이라는 홈런, 1차전에는 2개나 나왔지만 이후로는 3차전 삼성 조영훈 선수의 유일했습니다. 점수 나는 과정들 사이사이에 무수한 잔루와 팀의 중심타자인 박석민이나 김현수의 침묵은 승부의 내면을 부실하게 만들었죠.

얼핏 보기엔 신나지만 따지고 보면 막장이라 불릴 만큼 쏟아 붓고, 치열하지만 수준은 미흡한 그런 경기들이 이어진다는 생각도 든다는 겁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번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의 매력이자 위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됐건 재미있게 보는 이들이 많고 연일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한 점 승부로 끝까지 예측불가한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꼭 명작이 아니면 어떻겠습니까? 우리에게 최근 높은 시청률을 안겨준 건 막장드라마 불리는 예측불가의 드라마들이었으니 말이죠.

이번 가을야구가 명작이든 혹은 명작이 아닌 다소 예측이 불가하고 어이없는 상황들이 이어지는 막장이라고 한들 -뭐 막장이라 불렀을 때, 부족함이 없는 건 대구구장의 열악함 정도가 아닐까요?- 우리 야구팬들과 여러 사람들에겐 오랜 기억으로 남을 경기들임은 분명합니다.

그 5차전이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단 겁니다.
허허 과연 누가 웃을 수 있을까요? 벌써부터 은근 떨리네요. 긴장도 됩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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