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국 언론이 북한과 관련된 오보를 내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북한이 한국 언론사에 문제를 제기할 일도 없으니 책임에서도 자유롭다. 이에 ‘남북 언론중재 기구’를 고려해봐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실제 한국의 주요 언론사는 북한과 관련된 오보를 심심치 않게 내왔다. 연합뉴스는 지난달 29일 중국 선양 교민의 말만 듣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비밀리에 방북했다는 오보를 냈다. TV조선은 5월 24일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를 폭파하지 않았으며 연막탄을 피운 흔적이 발견됐다는 오보를 냈다.

▲‘남북 간 오보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책’ 정책토론회 (사진=미디어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4일 ‘남북 간 오보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책’ 정책토론회에서 “언론사 북한 담당 기자가 제일 좋은 것은 언론중재위원회에 갈 일이 없다는 것이라는 농담이 상징하는 의미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 언론이 냉전 구도의 심화에 큰 기여를 했다는 측면에서 통제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우영 교수는 남북 공동 언론중재기구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우영 교수는 “남북 관계가 진전되면서 언론 중재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제기될 것”이라면서 “남북 간 언론 중재를 검토하기 이전에 남한 내부의 언론 중재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북한 관련 오보집부터 발간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밝혔다.

이우영 교수는 “남북 간 언론 중재 기구나 제도의 추진은 단계별로 진행되어야 한다”면서 “우선 개성 연락사무소를 만들어야 하고 교류 단계에서 남북 언론 교류를 지원하는 별도의 조직을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4일 ‘남북 간 오보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책’ 정책토론회에 참여한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와 신석호 동아일보 디지털뉴스팀장 (사진=미디어스)

신석호 동아일보 디지털뉴스팀장은 연합뉴스·KBS·MBC·SBS·JTBC를 대상으로 남북언론 중재 기구의 필요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 조사에서 김현경 MBC 통일방송추진단 국장은 “(남북언론 중재 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언론 중재 제도는 남측 언론의 책임감을 높이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북측의 후속 조치 및 구제 가능성을 열어놓아 북측의 문호 개방과 활동을 확대,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신석호 팀장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이우탁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 부소장은 “(남북 간 언론 중재 기구 설치는) 아주 중요한 대목”이라면서 “북한 보도의 경우 취재원 확인이나 오보방지 방안이 없어 그동안 무리한 보도 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KBS 측은 남한 언론들의 북한 보도 위축 가능성과 북한 관영 매체들의 발달 상태를 지적하며 언론 중재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왕선택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는 북한 관련 오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으로 ‘북한에 대한 인식 제고 교육’을 제안했다. 왕선택 기자는 “적대적 분단구조와 관련해 교육을 해야 한다”면서 “우선 기존에 북한과 관련해 존재하는 지식 내용이 매우 편향됐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왕선택 기자는 “이는 언론인만이 아니라 여론 주도층 모두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왕선택 기자는 “한미동맹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과 한국과 미국의 국가 이익 구조가 다르다는 점을 교육해야 한다”면서 “대북정책을 진영 투쟁 소재로 활용하는 상황을 중단시키도록 정치인들을 설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일 ‘남북 간 오보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책’ 정책토론회에 참여한 김중배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 연구원과 왕선택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 (사진=미디어스)

김중배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 연구원은 각 매체의 연대하에 연합뉴스를 대표사로 하여 북한에 지국을 설립하는 구상을 제안했다. 연합뉴스가 비용을 전담해 평양지국을 운영하고, 평양발 취재 내용을 연대 언론사끼리 공유한다는 방안이다.

김중배 연구원은 “연합뉴스는 공적 언론이라 말하지만, 솔직히 대부분의 매체 구성원들은 연합뉴스를 경쟁자로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북측의 성향상 전면적인 문호 개방을 하지는 않을 거라고 보는 게 합리적 추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중배 연구원은 “그때(북한이 문호를 전면 개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가”라면서 “우리 매체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중배 연구원은 “포털 송고 시점이나 방식도 각사 협의로 통일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각 언론사가 연대해) 첫 단추를 뗀 뒤 어느 정도 상호 신뢰가 구출될 때 북측과의 협의를 통해 현지 지국을 순차적으로 확대해나가는 방안이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남북 간 오보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책’ 정책토론회는 언론중재위원회 주최로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발제는 김영주 경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와 신석호 동아일보 디지털뉴스팀장이, 사회는 정은령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펙트체크센터장이 맡았다. 토론자로는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왕선택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 김중배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 연구원, 지승우 통일부 교류협력국 사회문화교류과장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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