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비리를 차단하고자 하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유치원 3법’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그 원인이 자유한국당인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자유한국당이 지난달 유치원 3법 처리를 미루면서 12월에 자당 법안과 절충하자는 약속은 지켰다. 다만 법안을 내겠다는 말만 지킨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법안은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요구조건을 그대로 담은 법안으로 기존 박용진 3법과 상충되는 내용이다. 당연히 합의를 난관에 부딪쳤고, 이번 회기 내 통과는 어려워졌다.

명목상 여야의 입장차로 주목되는 것은 학부모 지원금에 대한 회계처리 방법이다. 자유한국당이 내놓은 법안에서 국가 보조금과 지원금을 국가회계통합(에듀파인)으로 관리하자는 부분은 더불어민주당 법안과 다르지 않다. 다만, 학부모 부담금에 대해서는 사립유치원이 따로 운영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또 결론 못 낸 ‘유치원 3법’…연내 처리 불투명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대구 중구남구)은 “사립유치원을 정부가 매입하지도 않고, 임대하지도 않으면서 각종 제한을 사립학교와 같은 수준의,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유치원을 학교가 아닌 학원으로 규정하려는 의도가 전제된 주장이다. 그러나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유치원을 학교가 아닌 학원으로 생각하면서 아이를 보낸 부모는 없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국민 정서상 우선 맞지 않으며 법적으로도 위법한 주장이다. 일부 예외 조항이 존재하지만 유치원 역시 사립학교법에 의해 규정된 교육기관이다. 그 예외 중에 속하는, 유치원장이 회계를 임의로 편성·집행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고치자는 것이 이번 박용진 3법의 골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야만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자유한국당이 내세운 법안은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요구와 주장을 받아들인 것에 불과하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다. 자유한국당의 법안은 사립유치원 비리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법안을 막기 위한 ‘방패’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자유한국당이 한유총 거들기에 나선 것은 결국은 선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자유한국당이 발의한 유치원법 개정안에 동의한 의원들의 명단은 중요한 사실을 숨기고 있다. 3일 한겨레신문은 법안에 이름을 올린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지역구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국공립 유치원 비율이 낮은 곳’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즉, 사립유치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지역이고, 유치원 원장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두려워한다는 행간을 담았다.

또 결론 못 낸 ‘유치원 3법’…연내 처리 불투명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곽대훈(대구 달서), 곽상도(대구 중구남구), 김무성(부산 영도), 박인숙(서울 송파), 유재옥(대구 달서), 정용기(대전 대덕) 등은 특히 더 심해서 국공립 유치원 취원률이 10%대에 머무른 지역들이다. 그보다는 대구 지역 의원들 대부분이 이 명단에 속해 있는 것이 더 눈길을 끈다. 대구 지역 국회의원들은 사립유치원 원장은 무섭고, 학부모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일까?

다른 지역보다 국공립 유치원 비율이 낮다면 오히려 더 강력하게 사립유치원 비리를 막기 위한 엄격한 법안을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진정 지역을 위한 의정활동이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 사립유치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야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어쨌든 전 국민의 분노를 통해 추진된 사립유치원 개혁 역시 자유한국당의 발목잡기로 이번 회기에 통과되지 못하고 사라질 위기에 놓이게 됐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지방선거 이후 잘못했다면서 국회에서 무릎을 꿇은 것은 역시 쇼에 불과했다. 국민을 두려워한다면 이럴 수는 없다. 당장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 부모들은 겉으로는 유치원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 고통과 분노는 반드시, 다가올 총선 때 사면이 가려진 투표소 안에서 분출될 것이다. 그때 가서 또 무릎을 꿇은들 그곳은 국회 로텐더 홀은 아닐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